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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직무연수를 마치고

지난 1월 12일부터 사흘간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국제앰네스티 초등교사직무연수 <학교, 인권을 만나다>가 24명의 선생님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학교 폭력,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어느 때보다 교육현장에서 ‘인권’이라는 단어가 자주 거론되지만, 매일매일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교사가 인권을 고민하고 실천하기란 쉽지만은 않습니다. 현직 교사들과 함께 인권의 관점으로 학교를 진단해보고, ‘인권친화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의 역할을 찾아보았습니다. 오봉초등학교 강현정 선생님의 연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인권이 존중되는 교실, 무엇이 문제일까?”

인권교육에 관심을 갖고, 구성원 서로의 인권이 존중되는 교실을 만들어 가고자 부족하지만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연이은 출산으로 휴직과 복직, 다시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고민이 단절된 것 같았습니다. 올 한 해 학교에서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면서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다시 바로잡아야할까 다른 선생님들과의 이야기속에서도 답은 보이지 않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빈곤과 인권’ 인권교육패키지를 받아놓고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활동지를 보내지 못했었던 차에 국제앰네스티에서 인권교육연수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해서 교재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야지 하고 연수를 신청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힘을 받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첫째날 오전에는 인권의 정의와 함께 인권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면서 결국 보편적 인권이 보장되어 왔던 결정적 순간들을 보고 지금 현재 왜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이 투쟁적일 수밖에 없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오후 시간. 내 삶을 들여다 보며 차별의 경험과 스스로에게 필요한 권리를 알아보기도 했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적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나마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Amnesty International Korea

ⓒAmnesty International Korea

무조건적인 “안돼!”는 안된다는 것!

둘째날 오전에는 어린이,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과 우리의 인식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자녀를 키우는 입장,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어린이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자율성과 책임을 어떻게 균형있게 가르치고 이끌어 줄수 있을까 많은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어린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 어린이이기 때문에 가르친다는 이름으로 어른들에게 할 수 없는 폭력적인 방식의 훈육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 무조건적인 “안돼!”와 차단하기보다는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꾸준히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 등을 육아와 교육의 기본원칙으로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오후 시간에는 학교 문화가 얼마만큼 인권적인가를 돌아보았습니다.

ⓒAmnesty International Korea

ⓒAmnesty International Korea

‘불쌍하다’라는 시선이 놓쳐왔던 모두의 문제

셋째날 오전에는 현직 교사와 인권교육의 의미를 다시한번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마지막 시간에는 인권교육의 나무를 그려보며, 걸림돌과 거름, 열매를 통해 인권교육의 목표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마지막 시간에 선생님들과 함께 ‘인권교육의 걸림돌’을 찾으며 인권교육을 방해하는 것 중에 우리 안에 깊히 박힌 선입견이라는 것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독거노인의 삶, 청소년가장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때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불쌍하다’라는 동정어린 시선으로 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불쌍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져야 하는데 사회구조의 틀을 읽어내는 것을 자꾸 놓치게 됩니다.

ⓒAmnesty International Korea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사실 두꺼운(?) 자료집 만큼이나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인권, 학교인권의 이름으로 풀여야 할 내용은 어마어마했고 2~3시간 동안 풀어놓기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 중에는 ‘그래서 어쩌라고! 난 열심히 하고 있단 말이야!’하는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과 토론을 하며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한국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큰 실패의 경험 없이 무난하게 공부잘해서 교사가 된 우리 역시 전통적 교육 이외의 경험은 거의 하지 못한 채, 내가 받아온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진 않은가를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수직적 문화와 장유유서의 분위기 속에서 해야할 말,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주저하며 내 삶과 교실에서의 실천이 괴리된다고 느낄 때의 불편함을 터놓고 이야기해보기도 했습니다.

ⓒAmnesty International Korea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어렵고 힘든게 당연하다!”

인권은 여전히 특별한 것, 정치적으로 편향된 색깔있는 사람들의 용어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인권교육’이라는 말이 비인권교사/인권교사, 비인권교육/인권교육처럼 이분화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교사 개인의 의지로 아무리 인권교육을 실천하더라도 가정의 문제해결방식과의 차이와 다른 공간에서의 교육방식에서 오는 고립도 걱정됩니다. 제 개인의 실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낯설어하며 억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오히려 자기주장만 하며 튕겨나가기도 하는 아이들을 경험하며, 인권교육을 실천하는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게 당연하다는 결론이 역설적으로 힘들었던 지난 1년을 보낸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같이 현장에서 운동으로 실천하는 단체를 만나기도 하고, 인권과 인권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서로를 자극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면서 한시간 한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수의 입장에서 시혜적으로 인정해주는 인권이 아니라 소수자가 더이상 소수자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권교육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 실천할 개학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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