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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모던패밀리>에서 발견한 인권적 문화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

영화 <친구>의 유명한 대사입니다. 부모님의 직업, 사회적 지위에 따라서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은 비단 영화 속만의 일도, 오래 전에만 있었던 일도 아닐 것입니다. 어디 선생님뿐이겠습니까, 학부모들끼리도 마찬가지겠지요. 교실에서 부모님 직업이나 가족관계를 말해야하는 상황에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누구나 한 번쯤은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한부모 가정이나 재혼가정의 아이들에게 반가운 시간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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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처한 가정환경은 선생님에게 그 아이를 이해하고 교육하는데 참고가 되어야할 뿐일텐데, 어째서인지 현실에서는 아이들을 구분짓는 기준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보입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당사자는 아이들인데, 왜 그 가족관계가 중요하게 여겨져야할까요?

학교를 졸업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 부모님 품을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군대에 입대해서 첫 이튿날 훈련소에서 가족관계를 조사합니다. 직계가족, 나아가 친인척 중에 고위 공무원 등이 있는지 조사합니다. 이 정보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는 의문입니다.

취업을 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족관계란이 없는 이력서 양식을 찾아보기가 더 힘듭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건 나인데 왜 부모님의 직업과 수입, 형제관계 등이 궁금한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이쯤되면 내가 지금 취업을 하는건지 선을 보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면접에서는 당신의 애인유무와 결혼계획에 대해 물어봅니다. 일설에 의하면, 남자일 경우 “결혼할 예정”에 있다고 해야 유리하고, 여자의 경우 “당분간 계획없음”이라고 해야 합격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남자는 가정을 꾸려야 안정적으로 회사에 오래 다니고, 여자는 ‘시집가고 애 낳으면’ 곧 그만둘 것이라는 편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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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이해하는데에 있어 그 사람의 성장환경과 가족관계를 참고하는 것은 유효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보가 주관적인 편견으로 다루어지고, 나아가 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할 공적인 자리에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잣대로 쓰인다면 그것은 과연 온당한 일일까요?

혈연관계로만 맺어진 전통적 의미의 가족은 이제 해체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지향은 훨씬 더 다양해졌습니다. 이 사람들이 꾸리길 원하는 가정이 구태여 ‘양쪽의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모습일 필요는 없습니다. 동성혼 가정, 한부모 가정, 재혼 가정, 다문화 가정 등 그 모습은 이미 얼마든지 다양합니다. 혹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예를 들면 결혼은 원하지 않지만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준비되어있습니까? 여전히 차별과 편견의 시선으로 경계긋기만 하고 있습니다. 싱글맘들이 아이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인 편견과 냉담 때문입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 ‘죽는 소리’ 내면서도 정작 이런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전무한 가운데 여전히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1)라는 아이러니는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요?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반려동물의 면회가 특별히 허가되기도 합니다.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반려동물의 면회가 특별히 허가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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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의 탄생

‘만약 당신이라면’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당신에게는 부유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광고나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부자 아빠’를 상상에서나마 잠시 가져봅시다. 오래 전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는 최근 들어 재혼했습니다. 그런데 재혼상대는 당신 또래의 ‘조선족’ 여성입니다. 그녀는 한국말도 서툰데다가 10살쯤 되는 아들까지 딸려있습니다. 당신과 비슷한 나이의 새엄마와 10살짜리 새동생이 생기는 셈입니다. 자, 만약 당신이라면, 아버지가 꾸린 이 새 가정을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볼 자신 있나요?

잠시만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는 남동생도 있습니다. 남동생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동성애자, 게이입니다. 그에게는 5년째 사귀고 있는 동거인이 있으며, 이들은 사실혼 관계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이 커플은 아이가 키우고 싶다며 베트남에서 갓난아기를 입양해왔습니다. 아빠만 둘인 이 가족을 당신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만날 수 있을까요? 엄마가 없는게 아이의 정서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 만약 당신이라면 어떨까요?

이 이야기는 미국드라마 <모던 패밀리>의 설정입니다. 콜롬비아 출신의 결혼 이주여성과 살고 있는 아버지와 베트남 아이를 입양한 게이 남동생을 가진 ‘클레어’를 중심으로 연결된 세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코믹 시트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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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의 가족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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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의 아버지 제이와 새엄마 글로리아 부부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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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의 동생 미첼과 카메론 부부(父父) ⓒABC

때때로 미국드라마에서는 혐오표현이나 차별발언이 유머의 소재로 공공연히 쓰입니다. 메디컬드라마 <하우스>의 성격 비뚤어진 주인공 하우스는 일부러 더 못되게 구느라 입만 열면 나쁜 말을 쏟아냅니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 하지만 그 안의 내용들은 흑인과 유태인 등의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직장내 성희롱 등 난리도 아닙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코믹 시트콤 <빅뱅이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도인과 유태인 등장인물의 특징 혹은 문화적 관습 같은 것이 주요한 유머 소재로 쓰이고 여기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금발 여성은 지적으로 열등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한국계 이민자가 여성의 가슴에 지폐를 꽂아넣으며 추근거리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설정들은 아무리 유머를 위한 것이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꾸며낸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합니다. 누군가를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조롱 대상으로 삼는 웃음이 건강한 웃음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설사 가상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세계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비추어주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모던패밀리>에는 그러한 웃음이 없습니다. 서로의 차이로 인해 빚는 사소한 오해들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낳긴 해도, 의도적으로 누구를 비하하거나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던패밀리>의 가족구성원들이 특별히 인권의식이 뛰어나거나 유달리 친절하고 착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특히 이 가족들의 가장 연장자인 아버지 ‘제이’는 전형적인 중산층 백인남성에 많이 겹쳐보이는 캐릭터로 일견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남성으로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꼰대’처럼 보이는 인물입니다.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게이 아들에게도 “그건 안 좋은 생각이야. 애들은 엄마가 필요해”라고 서슴없이 말하지요. 그러나 이 가족구성원들의 놀라운 특징은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상대방과의 다른 점을 존중할 줄 안다는 점입니다. 이미 아기를 입양했다는걸 알게되자 제이는 곧 상황을 받아들이고 말합니다.

“아까 내가 이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내가 뭘 알겠니. 내가 ‘아버지 교본’ 같은 책을 쓴 사람도 아니고. 너희들에게 항상 잘하고 싶었지만 항상 엉망이잖니. 어쨌든 기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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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미 많은 ‘모던 패밀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하는 모던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뿐입니다. <모던패밀리>는 미국 내 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Emmy Award)’에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4회 연속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도, 혼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역정을 내는 시어머니나 출생의 비밀 같은 우리고 또 우린 사골국 레파토리 대신 한국형 ‘모던 패밀리’를 볼 수는 없을까요? 이 새로운 가족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 준비가 되어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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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은 세계 6위의 ‘아동 해외 송출 대국’이며(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한국 순) ‘해외입양 1위’ 국가로, 지난 60년 동안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누적된 수가 전 세계 1위.

특히 지난 10년간 국내 입양된 1만3000명 중 장애아는 248명에 불과한 반면 해외 입양 장애아는 5300명으로 장애아를 해외로 보내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의 ‘국제입양 보고서 2011년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정에 입양된 아동 2047명 중 한국 어린이가 734명으로 압도적 1위. (이상 문화일보, 한국경제 등에서 참고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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