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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친화학교’는 어떻게 학교를 바꾸고 있을까

국제앰네스티는 2009년부터 전 세계 14개국 20여 개 학교와 함께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인권친화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지부에서도 올해부터 <인권친화교실>을 시작하여 202개 초등학교에 두 번의 인권교육패키지를 발행한 바 있지요. 학교의 변화가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고, 지역사회의 변화가 모여 국가와 전 세계 인권문화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는 정말 가능한 것일까요? 한국보다 먼저 <인권친화학교>프로젝트가 진행된 해외 학교 사례를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덴마크: 교실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인권친화적 문화

아침조회에 참여하는 콘티키 학교 학생 ⓒ Amnesty International Denmark

아침조회에 참여하는 콘티키 학교 학생 ⓒ Amnesty International Denmark

힐레뢰드의 콘티키(Kon Tiki)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한자리에 모입니다. 아침 조회는 학생들이 돌아가며 의장을 맡아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합니다. 학교 구성원들은 매일 아침 이 시간에 모여 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정보에 대해 토론하고, 학교 공동체의 구체적인 요구에 맞는 학교 규칙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민주주의 활동’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이 때는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과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라고 하네요. 이 과정의 일환으로 학생들은 투표를 통해 학년별 대표 두 명을 선출하고, 대표는 매주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 주제를 상정하여 교장과 교사들과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에 이르도록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콘티키 학교는 호칭이나 책상 배치 등 교실환경의 사소한 부분부터 개선함으로써 비계층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존의 교사를 책상 배열 대신에 학생들의 책상이 모두 안쪽을 바라보는 U자 모양으로 책상을 놓고, U자 안에는 중앙을 바라보는 벤치가 놓여 있어 수업 중에 원하는 대로 가서 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수업시간에 교사는 학생들을 ‘어린이들’이라 부르고, 어린이들은 ‘선생님’ 대신에 별칭이나 이름을 부르며 위계적인 사제간의 관계를 보다 편안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편안하고 비계층적인 물리적 교실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교사-학생 간의 관계 개선은 물론, 교실에서 학생들의 적극성도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또래 간의 대화도 활성화되었다니 놀라운 변화지요?

 

 

영국: 학생과 교사가 서로 협력하는 학교

편지쓰기 마라톤에 함께 한 영국 루위스의 학교ⓒ Amnesty International UK

편지쓰기 마라톤에 함께 한 영국 루위스의 학교 ⓒ Amnesty International UK

런던의 빌리어스(Villiers) 고등학교는 인권친화학교 프로젝트 시행에 앞서, 학생, 교사, 학교 지도부, 학부모, 이사회 등 모든 구성원의 대표가 참여하는 실무모임을 구성했습니다. 실무모임은 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가 제공하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빌리어스 고등학교는 학생 간의 갈등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또래간 중재 위원’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년별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또래 중재 위원회’를 마련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갈등에 연루된 학생들이 있을 경우 이들과 함께 협력합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학생들은 또래 지원에 참여하고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대표자 모임과 함께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여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받은 학생들의 피드백이 실제 수업계획에 도움이 되었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학생과 교사가 런던의 교원양성협회에서 인권친화학교 만들기 활동에 대한 발표를 함께 준비하며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명령하고 따르는 수직적 관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진정한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두 가지 사례 외에도 <인권친화학교> 프로젝트가 진행된 해외 학교들을 보면, 발전 정도를 수치로 환원하기는 어렵지만, 변화 모습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교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이 높아지기도 하고, 학교 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지며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교직원들 간의 관계가 향상되기도 합니다. 또 학교 내에 따돌림의 문제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모든 구성원이 인권 관련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학교 전체 차원에서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국제적·지역적 활동을 토론하고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친화학교>는 정형화된 학교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 구성원들이 자신의 학교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부에서 운영하는 <인권친화교실>을 통해 학급-학교-사회에 인권친화적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 앰네스티매거진 2014-002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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