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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요? 단군 이래 최대 태평성대죠” : 제16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자 KBS 남진현 PD

*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소식지 2014년 001호 Interview ‘앰네스티가 만난 사람’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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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보도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남진현 PD를 만났습니다. ⓒ Ernest/Amnesty International

지상파를 비롯한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안언론 뉴스타파와 JTBC 뉴스에 환호하는 현실은 이러한 사실을 방증합니다. 이러한 와중에 앰네스티 언론상 수상작에 KBS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국가정보원 문제를 들고, 사내 방송불가 판정과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뒤에 말입니다. 자신을 한때 ‘한량’이었다고 말하는 남진현 PD가 인권저널리스트가 되어야 했던 사연을 직접 만나 들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을 준비하게 되셨나요? 이런 주목을 받을 것을 예상하셨나요?

주목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다른 다큐멘터리를 끝내고 <추적 60분>팀으로 오게 됐습니다. 당시 국정원 개혁이 화두였는데, 그때 우연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은 몇 가지 사실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는데, 국정원의 개혁과 맞물릴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했습니다. 처음에는 내부에서 괜찮다고 했었어요. 팀장님과 부장님, 그리고 국장님까지 합의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다 2주 뒤 윗선에서 갑자기 이 아이템을 못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종의 담판을 짓게 됐습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었어요. 재판에서 무죄면 방송, 유죄면 방송하지 않는다고 합의했습니다.

취재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었나요?

국정원에서 자백한 여동생을 취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국정원에서 당한 게 있기 때문에 사람을 믿지 않았어요. 특히 국정원이나 KBS나 똑같이 국가기관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왜 정권의 하수인, 국정원의 끄나풀이 취재하냐’는 식의 질문을 하며 KBS가 이것을 왜 취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입사하고 10년 동안 시사프로그램을 하면서 취재원 때문에 힘들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취재원이 저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소한 것도 절대 보여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취재원을 신뢰하면서 취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취재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들을 믿어버리면 보도물의 신뢰도가 떨어지잖아요. 자신에게 유리하게 언제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은 추가자료로만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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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방이 결정됐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불방 될 것 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터졌습니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짜증이 먼저 나더라고요. 그 다음이 분노였습니다. 언론사는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방송이 미뤄지면 안 되는 거죠. 몇 가지를 빼고 수정을 하자고 제안하는데, 일고의 협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거절했습니다. 우리 팀원들이 지지해줬기에 이런 결정도 가능했고요. 그렇게 1주일간의 싸움과 합의 끝에 마침내 방송하게 됐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의 경고조치에 대해서는 재심을 청구 할 예정입니다. 재판에 영향력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는 것은 뉴스 시사프로그램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알 수 없는 민원인을 핑계 삼아 경고하는데, 언론을 통제하는 일면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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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상 수상 소감에서 ‘부끄럽다’고 하셨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요?

KBS가 뉴스 신뢰도 1위라고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시사프로그램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요. 제가 이 상을 받은 이유가 작품의 질보다는 KBS에서 이 내용을 다루도록 만들었다는 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공영방송의 언론인은 신분보장이 확실하고 정년이 보장됩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제대로 된 이야기를 안 하려 하는 것은 마땅히 질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언론의 자유요? 단군 이래 최대 태평성대라고 적어주세요. (웃음)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바로는, 한국 언론의 자유 순위가 50위라고 합니다. 아이티보다 낮아요. 정치적 사회적인 이슈를 언론에서 다룰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철도 민영화를 주제로 잡으려 한다면 싸울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이명박 정권 이후로 다들 민감한 주제를 선택하는 것에 많이 지쳤고, 발제 자체를 힘들어합니다. 시사 아이템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시사프로그램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고, 연성화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에 있어 리트머스 같은 것이 시사프로그램인데 말이죠.

저는 노조활동도 안 했었어요. 그런 제가 회사에서 가장 ‘찍히는 자리’인 노조 간사를 하게 됐어요. 운동권이 아닌 저 같은 사람도 분노하게 되는 사회인 거죠. 저 같은 사람이 노조를 한다는 거 자체가 웃긴 겁니다. 제가 노조를 한다 하니 예전의 저를 잘 아는 사람은 놀리기도 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위험을 아주 약간만 감수해도 대단히 용기 있어 보이는 코미디 같은 현실입니다. 올해 다짐을 한 것이 있습니다. ‘절망 속 희망을 찾겠다’ 입니다. 현재 회사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아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정원을 소재로 한 기획을 다시 시도해보는 것도 생각하고는 있지만, 지난한 싸움을 염두에 두어야만 하겠지요. 당분간 노조 간사 역할 열심히 하려 하고요. 현재 <추적 60분>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좀 떨어졌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시사프로그램인 만큼 잘 해내겠습니다. 나중에는 즐거운 다큐멘터리의 세계로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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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아주 약간만 감수해도 대단히 용기있어 보이는 코미디같은 현실입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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