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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나의 몸, 나의 권리’를 찾아서

※이 글은 경향신문 2014년 3월 4일자 지면 오피니언란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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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국회의원이 아이가 하나인 부모들은 반성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여기에는 ‘결혼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을 것이다. 그가 한 이야기는 국민들의 빈축을 샀지만, 사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얘기하는 “아이가 셋이세요? 애국자이시네요”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사회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반대로 내가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국가정책으로 가질 수 없게 하는 것 역시 이상하긴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일들이 ‘비정상’인 이유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에 ‘국가’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국가’가 아니라 ‘집안 어른들’이라면 우리는 조금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집안 어른들이 아이를 낳는 시기와 아이의 수, 심지어 아이의 성별까지 정하려 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할 수는 있지만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집안 어른이라도 여성이 이에 대해 공포와 강압을 느낀다면, 그리고 이것이 사회의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면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다.

‘성과 재생산 권리’는 젠더, 나이, 성적 지향, 가족형태, 전통, 관습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인권이다. 우리는 모두 어떠한 공포와 강압, 차별, 혹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우리 자신의 몸, 건강,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과 재생산에 관련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임신과 결혼의 여부와 시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파트너와 어떤 가족을 구성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성폭행, 강제임신과 강제결혼 등 어떠한 폭력과 차별,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여기에서 국가의 역할은 이러한 권리들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권리들이 아직은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권을 보호함에 있어 ‘아직’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강간을 당하고도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가해자가 처벌받게 하지 않으려고 가해자와 결혼해야 하는 모로코의 16세 소녀에게,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아이를 낳고 임신 중과 출산 후의 과도한 노동으로 자궁이 ‘흘러내리는’ 자궁탈출증으로 고통받는 60만명의 네팔 여성들에게 사회가 받아들일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16세의 모로코 소녀는 스스로 생명을 끊었지만, 60만명의 네팔 여성들은 이미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은 여성들이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막을 수만 있다면.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 3월8일, 여성의 날을 시작으로 ‘나의 몸, 나의 권리(My Body, My Rights)’ 캠페인을 통해 사회에서 강요된 침묵을 깨트리는 운동에 동참하고자 한다. 시민들의 생각과 표현을 통제하려는 정부와 언론의 시도에 반대했던 것처럼, 차별적인 법과 정책, 사회적 규범이 여성들의 ‘몸’에 대한 생각과 표현, 그리고 그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려는 현실에 맞설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손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내 몸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누리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인권이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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