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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라이브러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참가자들을 만나다

“어떻게 오셨나요?” 『리빙 라이브러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버젓이 제목으로 내세워 놓고서도 궁금했다. ‘불금’이라고도 불리는 금요일(15일) 저녁, 사람 책 4명이 풀어놓는 ‘병역거부이야기’를 굳이 들으러 종로에 위치한 템플스테이종합정보센터 보현실을 찾은 사람들을 붙들고 일일이 물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는 어렵다”며, 국제앰네스티 ‘위험에 처한 사람들’ 사례자이기도 했던 공현을 만나고 싶어서 왔다는 이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안보’가 현실적 문제인 상황에서 “병역의 의무가 필요한데, 한 편으로는 개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무엇인 맞는 건지 헷갈려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도 나름의 논리가 있을 텐데 혹시 내가 몰랐던 건 없는지, 오해하고 있는 건 없었는지도 궁금해 했다.

친구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준비하고 있어서, 혹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고민하면서 먼저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온 이들도 있었지만, 많은 참가자들은 아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완전히 동의가 되지 않았고, 그래도 마음 한 자리를 내주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조용한 도서관이 아닌 조금은 자유롭고 왁자지껄한 도서관에서 기꺼이 권리보유자들의 목소리에 귀와 시간과 마음을 나눌 독자들이 역시 기꺼이 ‘사람책’이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어 줄 병역거부자들과 만났다.

사서가 사람책 소개를 마치자 사람책들은 ‘걸어서’ 각자가 꽂혀 있을 위치에 앉았다. 20여 명의 참가자들이 각자 빌려보고 싶은 사람책 대출을 끝내고 읽고 싶은 책 앞에 앉았다.

사람책 4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설명하는 중 © 국제앰네스티

사람책 4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설명하는 중 © 국제앰네스티

4인(人) 4색(色) , 병역거부를 하게 된 여러가지 이야기들

알바연대 활동가이기도 한 사람책 박정훈씨는 지난 10월 8일 대한문 앞에서 병역거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병역을 거부하는 기자회견 사진이 포털에 걸리면서 1만 건이라는 댓글(대개는 악플)을 경험하기도 했다. 박정훈씨는 대학 때 장애인 운동을 시작으로 노동자, 빈민과 연대하고 밀양 송전탑 건설 싸움에 연대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고민을 함께 했다.

박정훈 사람책과 독자들 ©국제앰네스티

박정훈 사람책과 독자들은 ‘병역거부’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나눴다 © 국제앰네스티

국방의 의무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과연 내가 지키고자 하는 국가와 공동체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박정훈씨는 병역거부를 하기에 까지 이르렀던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참가자들과 진지하게 나누었다. 박정훈씨는 “소수 집단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 군대인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군대에 가고 총을 드는 것 이외의 다른 일로서 나의 의무를 다하고 싶었다”고 병역거부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모두가 주권자가 되기 위한 일로서 수행할 수 있는 일은 군대 외에 다양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자.” 이것이 병역거부 선언을 한 박정훈씨의 바람이다.

공현 사람책이 독자들에게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공현 사람책이 독자들에게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8월 14일 1년 4개월의 수감생활을 갓 마치고 출소한 공현씨는 자신을 미지근한 병역거부자라고 불렀다. 다시 청소년 인권활동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공현씨는 병역거부 기간을 새롭게 정의했다. 공현씨는 보통 수감생활의 시작과 끝을 병역거부 기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는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그 시기부터가 실질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현씨는 병역거부뿐만 아니라, 대학을 거부했던 ‘거부(불복종)’의 의미에 대해 참가자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 놓았던 길수 사람책 © 국제앰네스티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 놓았던 길수 사람책 © 국제앰네스티

스스로를 남성 페미니스트(feminist)라고 부르고 한국현대사를 전공하고 있는 길수씨는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 군대가 민간인 학살과 잘못된 점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권력을 가진 ‘남성’으로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병역거부였다고 했다. 주변에서 후회하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후회를 하기 위해서라도 가겠다는 ‘거꾸로 대답’을 내놓았던 길수씨. 살다 보면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 나중에 큰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지고 기득권도 누리고 싶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양심에 따라 권력을 가진 남성으로서 권력과 기득권을 포기하는 한 방법이 병역거부였다고 설명했다.

막내인 길수씨는 병역거부하는 말을 꺼냈다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형에게 “욕을 들었다”고 했다. 감옥에 간지 3개월 만에 아버지와 전화를 통해 “호적을 파버리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화해를 했다. 지금은 아버지도 형도 이해를 해 주신다.

리빙 라이브러리에 들깨 사람책을 지지하는 독자들이 많이 모였다 © 국제앰네스티

리빙 라이브러리에 김성민(들깨) 사람책을 지지하는 독자들이 많이 모였다 © 국제앰네스티

들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민씨는 11월 18일이 입영일이었다. 앰네스티 활동을 하면서 병역거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끊임없이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병역을 거부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병역 거부와 군 복무 사이에 많은 기회들이 주어져 이 사이에 다양한 선택을 먼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양심의 소리를 따라가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비겁하다”

당일 신청을 한 참가자는 아침에 박정훈씨 기사 밑에 달려 있는 악플들을 보고 뭔가 힘을 내라는 리플을 달고 싶었는데, 실제 병역거부자를 만난 적이 없어 당일 신청을 했다고 했다. 실제 병역 거부자를 만난적이 없어 막상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쉽게 뭐라 쓸 수가 없었다.

4명의 사람책이 들려주는 병역거부 이야기는 모두 달랐다. 그러나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맨 아래에 깔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반신반의 했던 사람책 독자들도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마음과 귀를 내주며 생각을 나누었다.

‘진짜 사나이’가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떠오르고 여전히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며 ‘안보’가 인권에 앞서는 큰 가치로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굳이 자신의 양심을 소리를 따라 어려운 길을 택한 이들에게 한 참가자는 이렇게 응원했다. “양심의 소리를 따라가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비겁하다.”

리빙 라이브러리 사람책과 독자들

리빙 라이브러리에 참여한 독자들과 사람책 © 국제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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