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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성소수자 인권의 시계바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2013년은 세계 동성애자들에게 기념비적인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뜨거운 논란 속에 프랑스가 동성결혼 합법화 대열에 합류했고, 뒤이어 영국 의회도 동성결혼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결혼보호법(DOMA)에 위헌판결을 내려 동성부부가 이성부부와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한다고 확인했다. 이성애자에게 결혼이 선택사항인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에 관심 없는 동성애자도 많지만 사회가 법으로서 동성애자들을 동등하게 인식하고 대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비혼 동성애자들에게도 분명 환영할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럼 한국사회의 ‘게이’는 어떤가? ‘게이 친구 하나 갖고 싶은 여자들의 로망’으로 소비되거나, 드라마-영화의 흥행을 위해 동성애코드로 이용되거나, 혹은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 장려법’으로 둔갑하여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사이, 정작 진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결혼은 커녕 현수막하나 마음대로 걸지 못하는게 한국 성소수자들의 현실이다. <브라보 게이 라이프>와 <종로의 기적>의 주인공, 정욜씨에게 직접 듣는 성소수자 인권, 그 현주소.

 

한국사회 성소수자 인권의 시계바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정욜(yol78@hanmail.net),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재단 사람

 

남들과 다르다는 확신이 섰을 때 그것은 곧 나만 간직하고 있어야 할 비밀이 되었다. 비밀을 나누고 싶은 한 명이 절실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비정상’이라는 생각과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늘 거짓 같았고, 진실은 숨긴 채 침묵하며 웃어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그냥 무뚝뚝하거나 말 수 없는 조용한 사람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상처가 곪아가는 것도 모른 채 나만 조용히 있으면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1997년 학교 대자보를 통해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알게 되었다. 누가 볼까 싶어 단체 전화번호를 몰래 적었고 며칠 동안의 망설임 끝에 전화를 걸었다. 내 또래의 밝은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지만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다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고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렇게 인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인권이라는 문턱을 넘기까지 참 긴 시간을 돌아왔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고 해결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지만 내가 문제였다는 큰 짐 하나는 덜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인권이라는 말만 들어도 언제든 내 편이 되어 줄 방패막이 같은 안도감이 든다. 인권을 배우며 사람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다는 진리를 깨닫기도 한다. 인권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끈끈한 연대이면서 변화를 위해 싸울 수 있는 힘을 배우는 어깨동무라는 사실을 여전히 자신과 싸우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용기로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해본다.

홍석천씨는 2000년 11월 ‘국회의 품위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며 국회 출입을 거부 당한바 있다 ⓒSBS

내가 ‘데뷔’(자기 정체성을 긍정하고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공간에 들어선다는 의미의 은어) 한 지 정확히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름을 자기혐오로 받아들이며 사는 성소수자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곳곳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39개국의 동성애 수용도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18%에서 2013년 39%로 증가했다고 한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39%라는 숫자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변화의 흐름이 빠른 만큼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충분히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 <빌리티스의 딸들> <오로라공주>처럼 공중파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동성애자의 모습이나 뮤지컬, 영화, 연극 등 문화계에서 다루는 동성애코드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2000년 커밍아웃으로 해고의 아픔까지 겪었던 방송인 홍석천씨는 방송 연예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출연하고 있고 퀴어개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그의 본업에 맞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일부는 그의 아팠던 삶의 역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울어주기도 한다.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동성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하루 사이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해외토픽기사로만 등장했던 동성결혼이라는 단어를 가깝게 접하게 되면서 나의 고민도 차별해선 안된다는 선언을 넘어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보수교계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남자가 며느리가 되는 세상’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심 기쁘기도 하다. 하지만 기사댓글은 단순한 욕설을 넘어 폭력에 가까운 조롱과 비난, 혐오에 가까운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신건강에 안 좋으니 기사는 보되 댓글을 보지 말라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의 충고를 깊이 새겨들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유명인 중심의 드러내기가 성소수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덜 불편하게 만든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제도와 정책변화에서는 여전히 제자리다. 동성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혐오하는 호모포비아들도 가시화되고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교회언론과 재정을 등에 업고 성소수자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진보언론을 표방하는 한겨레, 경향신문을 포함해 일간지에 성소수자 혐오광고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동성애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리기라도 하면 국가기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으려고 한다. 혐오 가시화의 기폭제가 된 것은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보편타당한 주장이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될 위기에 놓였다는 말로 둔갑되었고 교회에서는 ‘더 이상 동성애를 죄라는 말하지 못하고 죄라고 말하는 순간 벌금을 물게 된다’고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다.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동성애반대연합)’이라는 단체가 등장하면서 수만 장의 반대의견이 법무부에 접수됐다. 결국 법무부는 이들의 주장에 굴복해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지향’을 포함한 7개 항목을 삭제하는 꼼수를 부렸다. 차별 받아도 되는 사람들을 구분하고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만 만들어냈다. 너덜너덜해진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차별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어도 성소수자 인권현실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확신이 들자 오히려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차별금지법은 찬반논쟁을 거듭하다 국회 회기만료로 통과되지 못했다. 논쟁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동성애 찬성-반대라는 작은 프레임 안에 갇혀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결혼보호법 위헌판결날, 샌프란시스코 시청

차별금지법 제정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키는 첫 출발선

2013년 민주당 의원 두 명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가 스스로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국회회기가 두 번이 바뀌었지만 해묵은 논쟁은 반복되고 있다. 말 그대로 해프닝이었지만 이는 입법기관의 무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고 종교에 기반한 성소수자 혐오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전화를 받았다는 의원실의 하소연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간절히 바랐던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의 인권 따위는 잠시 미뤄둬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법이 모든 차별을 해소하지는 않겠지만 차별금지법은 인권기본법이기에 국제사회에서 수차례 권고를 받은 만큼 이미 제정되었어야 했다. 인권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이유가 정상이라는 사회적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인권기본법은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을 하지 말라는 당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보이는 차별, 충분히 상상이 가는 차별은 없었을지 몰라도 침묵을 강요받는 보이지 않은 삶이 곧 차별이라는 인식 속에 살아온 성소수자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은 곧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가 된다. 그래서 성소수자 인권을 지키는 작은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동성결혼 반대 시위대 앞에서 키스하고 있는 커플, 프랑스 파리 ⓒGerard Julien_AFP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지방대에 다닌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편부·편모 가족이라는 이유로, 미혼모라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거나 많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 온 적 있다는 이유로, 다른 정치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성적지향과 성별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로,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동성애 확산법’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할 수도 있는 차별의 가능성은 모두 삭제된 채 차별금지사유 가운데 ‘성적지향’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되었다.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회게시판을 도배할 정도였다. 내 가족, 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공포감은 차별금지법 반대논리의 뼈대가 되고 있어 합리적인 토론조차 불가능하여 차별금지법이 갖는 본래의 의미는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17대,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찬밥신세로 전락한 차별금지법이 과연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3년 하반기 법무부가 어떤 차별금지법을 들고 나올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적극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차별금지법은 지금처럼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4월 프랑스 하원이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최종 가결하자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몰려와 야유를 퍼붓는 등 의회 안팎은 하루 종일 찬반 시위가 잇따랐다고 한다. 이 때 클라우데 바르텔로네 하원의장은 “저 미친 사람들을 국회에서 쫓아내세요. 민주주의의 적은 국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쫓아내세요!”라는 말로 평등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하였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항의전화를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스스로 철회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적을 속아내는 바르텔로네 하원의장의 한마디의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야말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지난 6월26일 국회 정론관 한 가운데에 섰다. 한 달 넘게 거리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받은 5,690명의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입법청원 서명지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국회 정론관에 서보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5,690명이라는 숫자를 직접 확인한 것도 성소수자 인권운동 2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아쉬운 게 있었다면 당일 연예병사 안마시술소 출입문제가 터져 보도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으로 강제성 없는 남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성소수자 차별 법안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법안의 문구만 봤을 때 ‘뭐가 문제지?’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군형법 제92조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폭력과 협박으로 인한 강제성 있는 성적관계는 모두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 중 군형법 제92조의 6만 ‘추행죄’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합의에 의한 성적관계’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법안이 폐지되면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관계가 만연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군 기강이 위협받아 군 전투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동성 간 성적관계는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비정상적 성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있지도 않은 위험을 있을 수 있는 위험으로 과장하면서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평등권이 군 기강 보호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미 동성애자의 군복무금지정책을 해제한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사례를 보면 동성애자 병사의 군복무가 군 전투력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연구보고서가 이미 나와 있다. 서강대 이호중 교수는 군형법 제92조의 6이 군기강 유지라는 보호법익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사라졌고 정작 보호되고 있는 것은 오직 동성애에 대한 편견 내지 동성애혐오증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편견과 혐오는 극복의 대상이지 형법적 보호를 부여할 만한 가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법에 의한 적용례 또한 연 평균 1건 정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로 처리되고 있어 과연 실효가 있는 법안인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명확하지 않은 법조항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4월 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군형법 상의 추행죄를 ‘동성 간 간음죄’로 변경했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 조항이 모호하다면서 이 조항을 ‘동성 간에’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기타 유사성행위로 아예 변경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만에 108개 단체 및 모임, 1,537명의 개인이 연서명한 항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소수자들의 분노는 엄청났다. 성소수자들의 거센 항의는 결국 개정 법안을 발의조차 할 수 없게 막았지만 이 법안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개악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양보의 여지가 없다. 조건 없이 폐지되어야 할 법안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법은 그 존재 자체로 성소수자 개인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법률은 성소수자 전체에게 낙인을 가하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 동성애 혐오에 기대 있지도 않을 위험을 과장하며 법안유지를 주장하는 건 군대가 얼마나 반인권적인 공간인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행위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평등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인권의 가치 위에 절대 존재할 수 없다.

성소수자 권리 지지 캠페인, 독일 쾰른 ©Gerold Scholte-Meyerink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LGBTI 지지 행진. 뉴질랜드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13번째 국가가 되었다 ⓒAmnesty International

동성결혼? 결혼평등? 전통적인 가족개념에 ‘왜’라는 물음을 던지다

이성애 가족중심의 한국 사회가 지난 5월 김조광수 영화감독의 동성결혼 발표로 크게 흔들렸다. 그것은 해외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동성결혼제도가 한국에서도 회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동성결혼이라는 낯선 손님이 불쑥 찾아오면서 성소수자 인권운동도 어떤 얼굴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조광수 커플에게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결연함마저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9월로 예정되어 있는 김조광수 결혼식에 또 어떤 재미난 일이 벌어질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심지어 결혼식 축의금을 모두 모아 무지개센터를 만드는 기금으로 조성하겠다고 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김조광수 감독은 한국에서의 동성결혼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하나의 ‘이벤트’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가 헌법소원까지 언급하며 성소수자 평등권 이슈에 불을 지핀다고 했지만 아직 한국 언론은 오로지 그의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에만 관심이 있지 오랜 시간 동안 파트너쉽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동성커플이 경험하는 현실에는 무관심하다. 동성애자들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이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다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을 통해 견고한 이성애 중심 가족제도에 포함되지 못했던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기존의 가족개념을 뒤흔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수수께끼. 그것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수수께끼를 하나 내 보겠다.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축복받는 반면 다른 76개 나라에서는 불법인 이것은 무엇일까요? 공적 수치심, 투옥, 고문, 그리고 심지어 7개 나라에서는 사형의 공포 때문에 숨겨져야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가족을 갈라놓게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잔인한 폭력의 위협을 일상에서 마주하게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한 특성 하나 만으로 어디를 가든 2등 시민 취급 받게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학생들은 따돌림 당하며, 학교에서 추방되고, 노동자들은 예고도 없이 해고되도록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모든 나라에서 예부터 존재해 왔지만 여전히 어떤 곳에서는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라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Being gay, being lesbian, bisexual or transgender)”

이 수수께끼는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HCHR가 5월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보급한 내용이다. 아이다호 데이IDAHO,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는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전 세계적으로 이 날에 맞춰 성소수자 혐오에 맞선 다양한 행동들을 펼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한국을 포함해 세계 도처에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6월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 커플에 대한 차별을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같은 날에 러시아 연방의회 상원은 미성년자 대상 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의 한 동성애자 인권운동가가 언급한 것처럼 “미국 동성애자들에게 최고의 날이 러시아 동성애자들에게는 가장 슬픈 날이 됐다”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벌이는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있는 마음을 주변에 커밍아웃 할 수 있다. SNS를 하고 있다면 친구들이 볼 수 있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을 것이고 자주 이용하는 다이어리나 컴퓨터, 핸드폰이 있다면 무지개(성소수자 인권의 상징)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려 넣을 수도 있다.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에서 모교에 편지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미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 후배들, 교사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프로젝트였다. 이 편지가 보내졌을 때 과연 누가 읽을지 모르겠지만 편지를 쓴 사람의 진심만큼은 전달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괜찮다. 네가 너인 것 그 자체로 괜찮다. 바꾸지 않아도 되고,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너 스스로 탓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편지글 속에 담긴 진심처럼 인권사회를 만들어가는 변화의 씨앗들은 더 많은 곳에 뿌려져야 한다.

동성결혼 허용법안이 통과된 날, 영국 상원의회 앞 ⓒAFP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한 앰네스티의 입장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과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을 갖는다. 개인의 성적 지향 혹은 성 정체성이 다수와 다를 때 법적으로 차별과 학대의 대상이 되곤 한다.

 모든 사람은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되어 있는 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자신의 성적 지향 혹은 성 정체성으로 인해 사형과 구금, 고문, 폭력, 차별을 겪는다. 학대의 범위는 다음과 같이 방대하다.

  • 레즈비언 여성을 ’치료’할 목적으로 일어나는 성폭력 (부모의 요청으로 발생하기도 함)
  • 개인적으로 합의한 관계가 사회적 위험으로 간주되어 기소
  • 양육권 상실
  • 경찰의 구타
  • 거리에서 공격, 살해를 당하는 등 ‘증오범죄’의 대상
  • 잦은 폭언의 대상
  • 학교에서의 따돌림
  • 고용, 주거, 의료서비스 거부
  • 가까스로 학대를 피해 달아났을 때 피난처 제공 거부
  • 구금 중 성폭력 혹은 고문
  • 이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위협
  • 자살하도록 유도
  • 국가에 의한 사형집행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해 행해지는 인권침해에는 아동인권침해, 고문과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대우, 정체성 혹은 신념에 따른 자의적 구금, 또 결사의 자유 제한과 정당한 사법 절차를 밟을 기본적인 권리의 제한도 포함된다.

수십 년 동안 국제인권법과 유엔(UN) 인권기구는 이러한 인권침해를 핵심적으로 다루어왔다.

주요 사실들

  Key facts

성적 지향은 성적 욕구, 감정, 행위, 그리고 정체성을 아우른다. 성적 지향은 같은 성별이나 다른 성별(동성, 이성, 혹은 양성 지향)에게 향할 수 있다.

성 정체성은 성별과 젠더(gender)의 복잡한 관계를 나타낸다. 젠더는 개인의 자가표현에 대한 경험으로, 사회적 범주의 남성성, 여성성과 관련이 있다. 한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성 정체성은 그들의 성별이나 생리적인 특성과는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이 성과 성 정체성에 사용하는 구체적인 용어는 문화마다 차이가 크다.

국제앰네스티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구금되거나 수감된 사람들을 양심수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한다. 이 중에는 성 정체성을 이유로, 혹은 성관계를 맺은 이유로 (이성애자였다면 불법이 아닌) 고발 당한 사람들도 포함된다.

2007년 3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한 국제인권법의 적용에 대한 요그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이 발표되었다.

유엔 전문가(특별 보고관), 회원국, 지역 혹은 국제인권위원회, 그리고 전(前) 유엔인권최고대표를 포함한 인권 전문가 단체가 모여 요그야카르타원칙을 발전시켰다. 이 원칙에 따라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그리고 트랜스젠더들에게 보편적인 인권보호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이들이 경험하는 인권침해에 국제인권법을 적용한다.

 

국제앰네스티의 요구

 What is Amnesty International calling for?

국제앰네스티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률이 존재하는 국가에 동성애를 처벌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여기에는 사람의 성적 지향 혹은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 기소 그리고 처벌하는 모든 법률을 검토하는 것이 포함된다.

또한 ’소도미 법(Sodomy law)’[1] 혹은 이와 유사하게 동성 혹은 트랜스젠더 간의 성행위를 불법화하는 조항, 차별적인 법적 연령 관련 조항,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만으로 사람들을 기소하고 처벌할 구실로 만들어진 공공질서 조항, 그리고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동성 성관계, 트랜스젠더 그리고 인권 옹호자를 구금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는 동성애 ‘옹호’ 금지 법률을 포함한다. 언급된 관련 법률은 모두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

국가가 사형에 처하는 모든 법안을 검토할 때에는 성적 지향 혹은 성 정체성에 근거하여 사형제도가 운용되지 않도록 즉각 사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사형제도와 태형, 여러 신체적인 처벌, 그리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처벌 자체를 법으로 폐지시켜야 한다.

실제 혹은 귀속된 성적 지향 혹은 성 정체성에만 근거하여 구금된 양심수를 즉각,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국제앰네스티는 국가들에 다음을 촉구한다

  •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인권침해에 대한 혐의와 신고를 즉각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
  • 모든 사법 절차에 있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근거한 편견을 가진 대우를 금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모든 필수적인 법적, 행정적  조치를 포함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혼인법에 있어 차별을 없애고, 국경을 넘어 필요하다면 가족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 인권, 성적 지향 그리고 성 정체성에 대한 활동을 이유로 위험에 처한 인권 옹호자에게 적절한 보호를 보장해야 한다.

Love is Human Right ⓒAI Norway

 


[1] 특정한 성적 행위를 규제하거나 처벌하는 법을 통틀어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명칭

 

* 이 콘텐츠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소식지 <Amnesty Magazine> 2013년 003호 특집에 실렸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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