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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병역거부자 유윤종을 만나다.

기나긴 장마의 끝으로 좀 나아지나 싶더니 이제는 무더운 열기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13년 8월 14일,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유윤종(활동명 공현)씨가 1년 4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위험에 처한 개인’ 사례자이기도 했던 유윤종씨는 한국지부를 방문한 캐서린 바라클라우 동아시아 캠페인 코디네이터와 만나, 그 동안의 경험들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2013년 8월 16일, 유윤종씨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방문했습니다. © 국제앰네스티

캐서린 바라클라우 동아시아 캠페인 코디네이터(이하 바라클라우) 국제앰네스티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고, 유윤종씨 역시 다른 사례들과 더불어 국제앰네스티 관심 사례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감옥 내에서의 경험과 국제앰네스티가 국제사회에 한국 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관해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을 듣고 싶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유윤종(이하 유) 감옥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특별대우 받았던 것은 없었어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계속해서 수감되고 있기 때문에, 교도소 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개념을 특별하게 보는 시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이, ‘너도 여호와의 증인이냐’라는 물음이었는데, 아니라고 하면 ‘그럼 대체 왜 병역 거부로 여기 들어와 있는거냐’며 황당해 하는 분들이 많았죠.

수감 생활에 대해 말해보자면, 처음 구치소에 있었을 때에는 주로 교통사고나 음주운전으로 들어온 분들과 함께 지냈어요. 이후에 교도소로 옮겨가서 봉투 공장에서 일했을 때는, 범죄 종류에 상관 없이 함께 모여 일하는 곳이다 보니 강도, 상해, 강간 같은 죄목으로 들어온 분들과도 지냈습니다. 사실, 저 같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교도소측에 이야기를 해서 영치나 물품관리 같은 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수감자들이랑은 잘 지내는데 교도관들이랑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굳이 교도관들이랑 많이 부딪히는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봉투공장에서 계속 일했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유윤종(활동명 공현) ©국제앰네스티

캐서린 바락클라우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캠페인 코디네이터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 수감 중에 ‘한식조리사자격증’을 따셨다고 들었어요. ‘한식조리사자격증’은 그 신청부터 경쟁률이 높다고 들었어요.

자격증은 교도소별로 신청 인원 제한이 할당되어 있어서 경쟁률이 굉장히 높아요. 별로 기대 하지 않고 신청했는데 뽑혔더라구요. 나중에 어느 교도관은 교육받으러 가면 다른 교도소로 이송을 가니까 (여주)교도소에서 저랑 안 부딪히려고 신경 써서 뽑아준 거라는 식으로 말하던데, 진실은 알 수 없죠. 당시에 제가 서신검열 문제로 여주교도소랑 사이가 안 좋았거든요.

바라클라우 여주교도소가 유윤종씨를 검열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때 여주교도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써서 보내곤 했어요. 예를 들면, ‘비가 올 때 어떤 방들에서는 물이 샌다’ 같은 이야기들이요. 그러면 그 글을 친구가 트위터에 올려 줬거든요. 그랬더니 교도소에서는 이미지가 안 좋아 지는 것 같으니까, 혹은 저 때문에 보안시설인 교도소의 내부 사정이 너무 바깥으로 공개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제가 검열 대상이 됐다고 통보했어요.

바라클라우 그러면 다른 곳으로 이송 되어서도 검열이 계속됐나요?

결국 서신검열은 제가 이송되기 일주일 전쯤에 풀렸어요. 교도소 측 말로는 제가 더 이상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으니(사실 바빠서 ‘못’ 올렸어요) 검열을 풀어주는 거라고 했지만, 제 생각에는 곧 이송 가는 것도 있고, 제가 이 사안 때문에 행정소송을 했던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서신 검열도 풀었으니, 행정 소송도 취하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자는 이야기가 교도소 측에서 나와서, 행정소송은 결국 이송 가기 전에 취하했어요.

바라클라우 감옥에서 받으셨던 연대편지가 유윤종씨에게 힘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연대편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이 왔었어요. 2-30통 정도 왔어요. 호주에서도 5통 정도 왔었고, 수감이 거의 끝나가던 7월에 독일에서 한꺼번에 40여 통의 편지가 왔더라구요. 한국에서는 앰네스티 대학생 네트워크 회원분들이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재미있었던게, 독일에서 편지가 40통 가량 한 번에 오니까 교도소에서 신경을 쓰는 눈치였어요. 그 이전에 띄엄띄엄 오던 편지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역시 교도소측에서 가장 부담스러워 했던 건 SNS나 앰네스티 게시판에 제 글이 올라가는 등 제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어요.

유윤종씨 손에 들려있는, 독일지부 회원들이 보낸 연대편지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그 편지 다 읽어 보셨나요?

네. 읽기도 했고, 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경우에는 모두 답장했어요. 그 중에 두 분인가는 제 답장을 받고 또 다시 답장을 주기도 하셨어요. 편지가 다 영어로 온데다가, 필기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 힘든 편지들도 많았지만 최대한 다 읽고 영어로 답장했어요. 사전 없이 영어편지 쓰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바라클라우 앰네스티가 어떤 사람들에게 탄원하는 것이 교도소 내 병역 거부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해결하기에 효과적일까요? 대통령? 국방부 장관? 아니면 교도소의 실무진들?

감옥에서 수감자들에 대한 처우가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시스템의 문제이지, 교도소장이나 교도관들과 같은 사람들의 개인적 문제는 아니에요. 그래서, 실무자들에 대한 압력보다는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압력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봅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 이후, 가석방 기준이 조금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저와 같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형기의 70%를 채우면 가석방이 가능했는데, 박근혜 정부 이후에는 그게 80%로 늘었어요. 이건 법무부 소관이라서 정부에 대한 압력이 더욱 중요한 거죠.

한국지부 사무국에 방문한 유윤종과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 인터뷰는 약 한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국제앰네스티

바라클라우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국제앰네스티가 집중해야 하는 인물에는 누가 있을까요?

시민의 여론이 제일 중요할거고.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할거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방부 관료들 인식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바라클라우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그를 위해 국제앰네스티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 사회에서는 군사문화가 건드리면 안 되는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강제로 군대에 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요. 국방부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처우 관련 문항이 “수감한다 또는 대체복무를 하게 한다”가 아니라 “군대에 보낸다 또는 대체복무를 하게 한다”로 구성된 것이 단편적인 예시입니다. 개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애초부터 무시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부조리하게 느끼는 인권 인식이 더욱 퍼져나가길 원합니다. 그리고 앰네스티에서 인권 교육이나 다양한 캠페인들을 통해 여기에 이바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에서 강제로 바꿀 수 없는 신념이나 양심이라는 영역이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지기 원합니다.

한국지부 부모님께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하시나요?

부모님께서 제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시는 건 아니에요. 고생하는걸 안타까워하시긴 하지만, 제 인생이고 제 선택이니까 존중해 주시는 거죠. 출소해서 무척 기뻐하고 계세요.

바라클라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청소년 운동을 계속 해 왔어요. 병역 거부 문제는 청소년들이 곧 마주하게 될 문제이고, 학교 내의 강압적 군대문화 문제도 있고 해서 저는 이 문제를 청소년 운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기획해 나가고 싶어요.

한국지부 사무국에 방문한 유윤종과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수감생활 하시면서, 새로 계획하시거나 수감 이전과 비교해 좀 달라진 시각이 있나요?

저는 청소년 운동가라서 청소년 운동에 대한 신선한 계획들을 차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병역 거부 문제는, 이 문제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분들이 1년에 몇 백 명씩 수감되고 계시고 그 사례가 쌓이다 보니 병역 거부 선언부터 수감 및 출소에 이르는 과정이 굉장히 형식적으로 굳었어요. 그래서 이 틀을 어떻게 깨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사안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성적소수자인 한국인 두 분이 각각 캐나다와 호주에서 난민 지위를 얻고 망명한 사례가 있어서 병역 거부자들이 단체로 망명을 해야 하나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바라클라우 국제앰네스티 회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편지 감사히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병역 거부자들은 앞으로 계속 나올 거예요. 이 분들을 늘 기억해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세요.

유윤종씨가 국제앰네스티 회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다름 아닌 ‘병역거부자들을 늘 기억해 주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매년 적게는 600명에서 많게는 약 800명 정도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수감되었고, 현재 수감중이며, 많은 이들이 앞으로의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같은 형을 선고 받고, 이제 그 과정은 하나의 형식적인 틀이 되어 버렸습니다. 마치 이러한 과정이 ‘당연시’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 제 18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18조에 명시된 것처럼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현재 수감되어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모두를 즉각 석방하고, 한국정부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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