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당신이 몰랐던 포스코(POSCO), 당신이 알아야 할 해외 한국기업의 현실

갑작스런 추위로 모두가 움츠러들었던 지난 3월 셋째 주.

뜨거운 열기를 품은 남아시아, 인도에서 두 명의 활동가가 한국을 찾았다. ‘인도 오디샤 주에 세워질 포스코(POSCO)의 제철소’를 둘러싼 심각한 인권침해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다.

코트에 모자, 장갑까지 빌려가며 한국의 꽃샘추위 앞에 몸서리 쳐야 했던 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Stop, Stop Human Rights Violations(인권침해를 멈춰라!)”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을 국제앰네스티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던 포스코의 이미지에 익숙했던 사람들이라면 이들에 목소리에 특히나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것! 당신이 몰랐던, 당신에게 들리지 않았던 인도주민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서울 역삼동 포스코 건물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모인 시민들에게 오디샤의 설명하는 판다(왼쪽)와 인권침해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다니(오른쪽)© Amnesty International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디렌드라 판다(이하 판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도에서 온 인권 활동가 디렌드라 판다(Direhdra Panda)입니다. 포스코 본사 앞에서 시위때 뵌 뒤로 또 뵙네요. 반갑습니다.

찬드라낫 다니(이하 다니):안녕하세요. 저도 판다씨와 함께 온 찬드라낫 다니(Chandranath Dani)입니다. 인권변호사로 일하며 오디샤 주에서 오랫동안 인권 활동을 해왔고, 포스코 프로젝트 관련하여 주민들과 함께 활동해 왔습니다.

이번에 어떻게 방한하시게 되었나요?

판다: 2005년부터 인도 오디샤 주에서는 12조원 가량이 투자되는 포스코의 제철소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프로젝트에 영향으로 인권을 침해 당하는 현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국 사회에 충분이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그동안 연대하고 있던 국제민주연대와 준비해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다니와 판다는 오디샤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문제점을 지적해주었다. © Amnesty International

왜 주민들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철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건가요?

다니: 포스코의 제철소가 들어설 부지는 약 4,000 에이커에 달합니다. 오디샤주의 딘키아, 고드빈푸르, 파트나 라는 마을이 해당지역으로 그 외 몇몇 마을도 있습니다. 제철소가 들어서면 2만 2천여 명이 이주해야 하고, 삼림과 어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생계를 잃게 됩니다. 그런 상황을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선정된 제철소 부지는 사유지이거나, 공유지라 하더라도 마을공동체 소유로 주민들과 마을 공동체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주민들이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주 경찰과 주정부는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포스코 제철소 사업 자체가 가진 법적 문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다니: 인도에는 산림권법(Forest Right Act, 2006)이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삼림지역을 다른 용도로 개발할 때는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공유지의 경우 마을 공동체의 위원회가 마을 공유지에 대한 결정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세 마을 모두 위원회를 통해 이미 공유지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주민들의 서명까지 받았습니다. 그 문서를 주 정부가 확인 서명까지 했구요.(하단사진 참조). 그러나 오디샤 주 정부는 이를 존중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300년이 넘도록 일궈왔고, 법적인 소유권이 있습니다. 포스코에 이 땅을 넘겨주지는 않을 겁니다.

거기에 2005년에 정부와 포스코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기한이 2012년 3월 30일로 만료 되었습니다. 법적으로도 포스코는 어떠한 작업을 진행하지 말아야 하며, 사업을 진행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국립환경재판소는 인도 환경삼림부에 2011년의 환경허가를 재검토 할 것을 명령했고, 환경삼림부는 그 허가를 철회하였습니다. 여기에 건설예정인 항구도 해안개발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 받아왔습니다.

더 기막힌 일도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특정사업이 수행될 때 환경영향평가 및 경제적 분석이 이뤄져야 합니다. 포스코 제철소 사업에서도 두 가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연구를 수행한 기관이 포스코의 지원을 받은 곳이었습니다. 포스코의 지원을 받는데다가 오디샤 주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 델리에서 보고서를 준비하고는 우리에게 “연구조사를 마쳤다”고만 했습니다. 누가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포스코 제철소 설립을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이 지장을 찍고 서명을 담은 서류© Amnesty International

오랜 싸움에 주민들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그곳 주민들은 어떤 상황인가요?

판다: 벌써 7년입니다. 한마디로 끔찍합니다. 이곳 3만 명의 주민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경찰들은 주민들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체포하죠. 주민들이 신고 당한 건수만 해도 240건이 넘습니다. 사람들은 마을 밖으로 나가면 경찰에게 폭행당하거나, 체포되어 법정에 서야 하기 때문에 겁에 질려 나가지 못하고 마을 안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합니다. 지역주민들은 대다수가 가난한 사람들 입니다. 글을 읽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최근 3월 초 마을에 폭탄이 터져 마을사람이 3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터트린거라며 퍼트리고 다녔습니다. 말도 안됩니다. 우리가 왜 그러겠습니까? 폭탄이 터진 바로 다음날 새벽 4시에 강제퇴거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막대기로 때리고 폭행했습니다. 경찰이 마을인근에 병력을 동원했습니다. 마을주민 모두 겁에 질렸었습니다. 포스코 관계자, 정부 공무원, 경찰 모두 와서 마을사람들을 끌어내고 땅을 빼앗았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강제퇴거는 주정부가 중심이 되어 하고 있지 않나요? 포스코도 직접 동참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다니:포스코는 주정부 뒤에서 주민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지역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2월과 3월의 강제퇴거에 동원된 사람들 중에는 포스코에서 고용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포스코가 직접 사람들을 내몬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회사는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들이 “사람들을 내쫓은 건 내가 아니라 정부야, 우리도 피해자라구”라고 말하며 회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서울 포스코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판다와 다니 그리고 한국 연대단체 © Amnesty International

포스코 제철소 문제가 인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가요?

다니: 주 내에서는 한곳의 영자신문사와 TV 방송국만이 이 문제를 다뤘을 뿐입니다. 4년 전 한국으로 14명의 인도 언론인이 방문했지만 기사 한 줄 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3월의 폭탄사고가 있은 직후 전세계에서 300명의 사람들이 탄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신문에 실리지도 않았죠. 기업과 정치인들이 모두 막은 겁니다. 다행히도 인터넷 미디어나 시민기자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직접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고 정보도 수집해서 상황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얻은 성과가 있었나요? 한국 정부 관계자도 만났는데.

다니: 외교부 관계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오디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론 관계자가 우리의 상황을 이해한 것 같긴 하지만, 그 역시 외교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 관계자에 무척 감사합니다. 국가인권위가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오디샤주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앰네스티, 노동단체 등 많은 연대단체들이 추위 속에서도 포스코 본사 앞에서 함께 시위하며 우리를 지지해준 것이 너무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포스코 관계자들이 (비록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건물 밖에 나와서 우리가 뭐하고 있는지, 뭐라고 말하는지 들었고 이것이 우리 방문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앰네스티 회원들과 한국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다니&판다: 연대를 보여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고 감사합니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모든 다른 단체들이 앞으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연대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폭탄 폭발사고로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그리고 두 명의 오빠를 잃은 여동생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오디샤 주민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현실입니다. 모든 것이 악몽 같습니다. 우리는 한국이 민주국가이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한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오디샤 주 사람들의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연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두 시간동안 이어졌던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는 사람들에게 오디샤의 이야기를 전하고 오디샤 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Amnesty International

인터뷰를 마치며.

쌀쌀하지만 청명했던 3월 23일 토요일 오후,

두 명의 인도 활동가와의 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청명한 하늘만큼 마음도 가벼워지지는 못했습니다. 포스코 제철소에 반대에 동참했던 NGO활동가들이 구속되고 판나와 다니 역시 인도로 돌아가면 정부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귀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수천 명이 강.제.퇴.거. 될 위기”라는 문장을 수없이 써왔음에도 쉽게 와 닿지 않던 오디샤 주민들의 절박함이, 두 명의 활동가를 직접 만나면서 큰 인권 위기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그들의 발걸음이 아쉬워 졌습니다.

그래도 연대의 ‘힘’을 재확인 한 것은 나름의 성과이자 나름의 위로였습니다. 7년 동안 고된 투쟁 속에서도 판다와 다니는 한국에서 연대를 확인 한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정말로 고마워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나 하나 탄원 한다고 거대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에 뭐가 되겠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탄원해주세요. 작은 행동 작은 관심이 분명, 작게는 인도로 돌아간 판다와 다니의 안전을, 나아가 3만 오디샤 주민들의 삶을 바꿔놓을 겁니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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