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인권, 언론에 묻다 : 제15회 앰네스티 언론상, 그 영광의 얼굴들

제15회 앰네스티 언론상, 그 영광의 얼굴들

인권, 언론에 묻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해마다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하면서 언론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드높이고 사회의 소외된 인권 현실을 보도하고자 발로 뛰는 언론인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 상은 2012년으로 15회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의 언론자유는 크게 후퇴해 미국의 언론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에 의해 ‘부분적 자유국’으로 평가 받으며 우간다와 함께 공동 16위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 당하고, 방송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해직-파업 언론인들의 문제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권 사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앰네스티 언론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5인에게 소감을 들었습니다.

김주언 심사위원장

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소감

홍찬의 KBS 기자 : 검찰을 취재하고 보도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힘든 과정입니다. 그동안 검찰을 고발하는 취재를 여러 차례 했지만 검찰을 상대로 취재하는 것은 어느 조직을 취재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검찰은 사실상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죄라고 판단하지 않아 기소하지 않으면 누구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기자들의 경우 그 권위 속에 안주하면 검찰이 너무나 쉬운 기삿감을 제공받을 수 있지만 검찰과 각을 세우려고 한다면 취재는 너무나 어렵고 보도를 해도 쉽게 진실이 밝혀지지 않습니다.

부조리를 바로잡으려는 저의 작은 노력을 앰네스티가 알아준 것은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사회의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는 기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규형 SBS PD : 트로피가 예뻐서 진짜 좋았습니다… 식상하게 들릴 테지만, 저에게는 이런 상이 참 과분합니다. 심사평을 보니 제 프로그램에 대한 찬사가 화려하던데요, 그러한 영광은 1993년에 이미 같은 문제제기를 했던 홍순철 선배(당시 PD), 그리고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역사 깊은 팀에 주어져야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은 내보냈지만, ‘해도 될까? 이래도 될까?’라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회의적이었던 스스로에 대해서는 정말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상이 영광스럽지만 부끄럽고, 창피해야 할 만큼 과분합니다. 다만, 장준하 선생의 유가족이나 관련 사업회 측으로부터 ‘큰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만큼만은 뿌듯합니다.

김 현 심사위원, 김규형 PD (좌측부터)

엄지원 한겨레 기자 : 시상식이 열리던 날은 많이 추웠습니다. 시상식이 열린 프레스센터에서 내려다보면 대한문의 ‘함께 살자’ 농성장이 보이지요. 농성장은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의 거울입니다. 그리하여 그저 지나치기만 해도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곳입니다. 이 상은 “늘 네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직시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전철역에서 죽어간 노숙소녀와, 그 소녀를 죽였다는 혐의로 길게는 5년 가까이 옥살이를 했던 무고한 피해자들, 우리 사회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들을 내내 기억하겠습니다. 변함없이 그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겠습니다.

김훈석 EBS PD : 영광스럽고 별로 한 게 없는데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큽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콘텐츠를 격려해 주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두 개의 문> 김일란 감독 : 앰네스티 언론상은 너무 감사하고 과분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두 개의 문>을 통해서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동참했던 많은 관객분들의 참여에 대한 격려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두 개의 문>이 차가운 거리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많은 미디어 활동가들의 노력에 기반해 있는 만큼, 동료 활동가들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두 개의 문> 홍지유 감독 : <두 개의 문>은 영화제에서는 상을 한 번도 못 받고 오히려 언론상을 받게 됐습니다. 이런 것이 다큐멘터리 감독의 장점이랄까요? 영화제도 되고, 언론도 되고. 언론상을 받아서 무척 기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지금 현재 언론인이 그 역할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인 <두 개의 문>이 언론상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MB정권 들어서 24명의 언론인이 해직되고, 500여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정직, 혹은 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권력과 차별에 맞서는 과정에서 얻게 된 아픈 경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고생하고 있는 언론인들이 자신의 현장인 언론현장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동료가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김지영 심사위원, 김일란 감독, 홍지유 감독 (좌측부터)

현 시점에서 사회적 관심과 공론화가 가장 필요한 인권 사안은

홍찬의 기자 : 대한민국 인권문제의 출발점은 검찰입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현실을 잘 반영하는 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법시스템에선 검찰에게 과대한 의무와 권한이 집중돼 있습니다. 검찰 스스로도 의무는 버거워하면서도 권한엔 집착합니다. 검찰은 버거운 의무는 의무대로 잘 못하면서도 권한은 남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검찰 시스템에서는 검사에게 정의감을 요구하면서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듭니다.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의무도 경감시켜야 합니다. 검찰이 진정으로 정치권력에서 독립해야 하는 동시에 견제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만 검찰을 제어할 수 있고 누구도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없습니다.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개혁이 이뤄져야 진정한 사법 개혁이 가능하고 사법개혁이 돼야 나라가 바로 서고 진정한 인권이 보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규형 PD : 비정규직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집니다. 대안에 대한 토론만 난무하는 동안, 모두가 그 체제에 익숙해집니다. 재미없고 어려운 이야기에 언론의 관심은 떨어지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아득바득 그 시스템으로 들어갑니다. 타워크레인에 오르는 네오나 모피어스가 필요한 게 아니라, 모두가 매트릭스에서 벗어나야…. 쿨럭.

엄지원 기자 : 한국인들은 스스로 노동자이면서 ‘노동’을 반사회적인 이슈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아주 심각한 신자유주의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업은 돈을 벌어오고 국부를 창출하므로 그에 방해가 되는 노조의 쟁의행위나 딴죽걸기는 우리 경제를 위협한다, 고 단단히 믿고 있습니다.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적인 직원 사찰활동이 폭로됐지만 정치이슈에 모두 묻히고 말았습니다. 1만 5천명 직원의 가장 기본적인 헌법이 보장한 권리마저 침해한, 사기업의 오만을 우리 국민은 무시합니다. “돈 벌려면 참아야지”하는 식입니다. 저는 이 문제야말로 관심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훈석 PD : 어느 분야든 소수자의 목소리를 기울이고 공존에 대해서 고민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해고노동자 분들에 대한 보다 많은 언론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일란 감독 :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노숙인들입니다. 이 추운 겨울날,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들의 상황이 너무 시급해 보입니다.

남영진 심사위원, 김훈석 PD (좌측부터)

 

‘단 하나의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홍찬의 기자 : 역시 사법피해자들입니다. 검찰이나 법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피해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잘못된 것을 검찰이나 법원이 알아도 모른 척 하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국가 조직은 결국 검찰과 법원 이외에는 없습니다. 언론도 검찰과 법원의 권위에 무작정 도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법 피해자들을 공정하게 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규형 PD : 쌍용차, 한진중공업 문제는 어떻게든 좀 해결합시다.

엄지원 기자 : 기자로 첫 발을 디딜 때부터 인연이 많은 ‘노숙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꼭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그들은 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와도 다릅니다. 가족과도 이별하고 사회에선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갈 희망을 잃은 이들입니다.

노숙인 관련 기사를 쓸 때 저는 가장 많은 항의 덧글들을 봅니다. 저 개인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을 포함해, 노숙인들 자체를 깡그리 제거해야 한다는 극단주의도 목격이 됩니다. 그들을 도와줄 순 없어도, 그들을 멸시할 권리는 우리중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서울역에서 몰아낼 권리가 없습니다. 그들 모두를 행복한 시민으로 만드는 일이야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든 그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만큼은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바꿔가고 싶습니다.

김훈석 PD : 제가 속한 언론계의 문제이긴 하지만 해직된 언론인들 자신의 자리로 하루 빨리 돌아갔으면 합니다.

김일란 감독 : 우리 사회에서 차별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육체적 폭력이나 경제적 불이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측정가능하거나 가시화되기 쉬운 차별들만 차별로 인식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차별은 오히려 정서적이고 비언어적인 경우들도 비일비재한데, 이러한 차별들은 가볍게 여기거나 부차적인 것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차별 같은 경우가 그러한 듯 합니다. 성소수자들은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불이익을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하면,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감당해야 또 다른 차별적 조건에 놓입니다. 성소수자들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 놓이기 쉽고. 더불어 성소수자 차별은 가시화될 수 있는 차별도 많지만,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들도 많은데 이러한 부분들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차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상재 심사위원, 엄지원 기자 (좌측부터)

일을 하는 동안 이루고 싶은 과업

홍찬의 기자 :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때보다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기자로서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상황은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개인의 인권 의식은 높아지고 표면적인 인권상황은 좋아졌지만 국가 공권력 등 제도권 안의 거대 권력의 인권유린은 더욱 대담해지고 교묘해졌습니다. 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권력의 인권유린이 법질서 확립이나 국가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포장됩니다. 공권력과 법의 논리는 워낙 복잡하고 이해타산적이기 때문에 기존 이념이나 가치 체계의 프레임에 갇히면 그 자체로는 옳고 그름을 쉽게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인권과 생존권의 문제는 결국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로 간주되고 언론과 국민들은 귀와 입을 닫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인권의식은 절름발이가 됩니다. 현실에서 고양된 개인적인 인권의식과 실제로 행해지는 집단주의적 인권의식이 괴리되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 사회의 인권 문제는 교육 수준이나 의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의 인권의식과 집단 인권의식의 괴리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한 사람쯤은 희생돼도 상관없다는 서구식 합리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인권보다 백 사람의 인권의 총합이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가치는 우리의 법질서의 수호자인 사법시스템이 바로 서야만 확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고양된 개인 인권 수준에 걸맞게 사법시스템이 작동해야 비로소 의식과 실제 사이의 인권의식의 괴리가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법질서와 사법시스템은 백 사람의 범인을 놓쳐도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선언적으로는 인권이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하지만 법은 있었어도 그 법체계의 운용에 있어서 인권은 대의명분이나 집단의 이익보다 거의 대부분 경우 뒷전이었습니다.

 법은 있는데 왜 인권은 보호받지 못할까? 선언적인 법 조항의 운용은 결국 사람, 판검사들이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법을 가지고 있어도 운용하는 판검사들이 자신의 양심껏 소신껏 판단할 수 없다면 그 법은 있으나마나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좋은 법은 있지만 판검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아들이요, 한 가정의 가장인 판검사들이 법대로 처분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이 구조를 바꾸어야 개인의 영달이 아닌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법조계로 모일 것이고 결국 공명정대한 사법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만 기자로서 비뚤어진 사법시스템의 부조리를 밝혀내 억울함과 비통함이 없는 사회를 나가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저의 취재가 나라 전체를 바꾸지 못할지언정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믿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홍찬의 기자

김규형 PD :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억울한 사연 등을 들어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매개를 사용하는 일에는 많은 ‘조건’을 따질 때가 많습니다. 같은 사연이라도 사연의 뉴스성, 기이함, 그림, 방송 후의 시청률 등등.. 이렇게 조건들을 따지다 보면, 어떤 이야기는 외면 받고, 방송된 사연의 주인공으로부턴 욕을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싶은 목표는 따로 없지만, 저는 항상 제가 만드는 방송이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독 아닌 득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훈석 PD공간으로 이야기한다면 저는 헌책방에 가보면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는데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있고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따뜻하고 신선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일란 감독 : 독립 다큐를 계속 제작한다면 다큐멘터리 활동을 통해서 <두 개의 문>을 통해 다 하지 못한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철거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수상작 (제목을 클릭하면 리뷰로 연결됩니다)

▶ ‘나는 억울하다’ 검찰수사 피해자들의 절규 : KBS <추적60분> – 홍찬의 기자, 강희중 PD
▶ 유골은 무엇을 말하는가 – 장준하, 그 죽음의 미스터리 : SBS <그것이 알고싶다> – 김규형 PD
▶ 지적장애 노숙인,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재구성 : 한겨레신문 – 엄지원 기자
▶ 특별상 : 영화 <두 개의 문> – 김일란 감독, 홍지유 감독
▶ 특별상 : EBS <배움너머> – 김경은 PD, 김훈석 PD

수상작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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