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블로그 리뷰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 5강. 양심과 사상의 자유, 병역거부

죽이지 않을 수 있는 권리

양심과 사상의 자유, 그리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임재성.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이자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저자

한국사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 안에서 하나의 사안으로 도래하고, 병역거부운동이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행동’을 넘어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넓혀나갔다.

임재성『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저자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병역거부’ 강연모습

양심수(Prisoner of conscience)

정치적 또는 사상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투옥된 사람.

앰네스티 양심수 정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치적•종교적 신념, 인종, 성별,

피부색, 언어,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구속•수감된 모든 경우‘를 양심수라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가야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가야 할까. 초등학교시절부터 배운 내용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가진다. 그렇다면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의무인 군입대를 거부한다면 마땅히 감옥에 가야 하는 것 인가. 또 한반도는 분단이라는 특수성으로 300만 대군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인가.

대한민국 사회는 병역에 도덕성의 잣대와 국민의 의무를 가져다 놓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고 사회적 불이익을 준다. 한홍구 교수는 “빨갱이보다 못했던 병역거부자”, 이석태 변호사는 “동성애 이슈가 등장한 이후에야 등장했던 병역거부 이슈”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병역거부’는 감히 입밖에 낼 수 없는 사안이었다.

군입대를 앞둔 젊은이에게 “군대를 왜 가시나요?”라고 묻지 않는다. ‘상식’이니까. 하지만 병역거부를 한 젊은이에게는 “군대를 왜 안 가려고 하시나요?”라고 묻는다. ‘군대=가야만 하는 곳’이라는 상식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설명과 상식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20대 중•후반 이후 한국남자들의 일반적인 안부인사는 “군대는 다녀오셨나요?”, “근무 어디서 하셨어요?”, “주특기*가 뭐셨어요?” (*어떤 무기를 잘 다뤘는지를 지칭하는 단어) 이다. 가벼운(?) 인사에서조차 병역거부자는 ‘소외’되어있고, 그 이유를 위해 자신의 양심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어쩌면 병역거부자로서 자신이 짊어지고가야 할 삶이다.

 

병역거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2012년 6월, 740명의 사람들이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 중이고, 총 1만 7천 여명의 젊은이들이 같은 이유로 감옥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 숫자를 단지 숫자로만 바라보아도 될까. 수감 중인 740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과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과 앞으로의 힘겨움을 ‘병역거부로 수감중인 740명’으로 표현하기엔 그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중요하다.

 

총을 들 수 없는 사람들

이전의 병역거부는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여겨졌으나, 2001년 12월 불교신자인 오태양이 평화적인 이유로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고 ‘선언’한 이후, 점차 이 문제가 보편적인 양심의 문제라고 인식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총을 들 수 없는 사람들은 늘 “왜?”라는 질문을 마주한다. 그리고 병역거부자들은 ‘총을 든 내가 누군가를 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가해자의 자리에 세운다. 그리고 우리가 유대인, 팔레스타인인, 광주시민, 리바아의 민중이 아니라 어쩌면 나치, 이스라엘 군인, 공수부대, 카다피의 친위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제가 들어야 할 총은 누구를 겨누고 있습니까.

그 총이 슬픈 눈물을 간직한 사람들을 향한다면,

그 사람이 있음으로 인해서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을 겨누고 있다면,

저는 총을 들 수 없습니다.

– 병역거부자 김태훈

 


철학자 엠마뉴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비폭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비폭력은 폭력이 배제된 멸균실 같은 상태가 아니다. 그러한 상태는 사실상 가능하지도 않으며, 탈맥락적으로 모든 폭력을 악으로 고정시키는 함정을 품고 있다. 그에게 비폭력이란 팽팽한 긴장 한 가운데 존재하는 무엇이다. 폭력을 겪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폭력을 입힐 것이라는 두려움 사이에 존재하는 끝없는 긴장, 자신의 죽음을 무서워하지만 또한 살인해야 할지 모르기에 불안한 상태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이 바로 비폭력이다.

폭력을 겪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폭력을 입힐 것이라는 두려움 사이에 어느 한쪽만 강조된다면, 전쟁을 통해 전자의 두려움을 제거해준 승리한 군대만을 추앙하는 사회는 폭력적이다.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는 용감무쌍하게 싸우고, 죽이는 사람만을 떠받드는 사회라면 전쟁은 또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은 오늘날 전사들이 누리는 것과 같은 존중과 명예를 병역거부자들이 받게 될 때 끝날 것이다.

– John F. Kennedy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는 도덕경 제 31장 ‘무력의 사용’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승리를 기뻐하는 것은 살인을 기뻐하는 것과 같다.

승리해서 돌아오는 군을 장례식 치르듯이 맞이하라.

-도덕경, 31장

다른 이에게 총을 겨누고, 적이라고 표현되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환영받을 만한 일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병역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대체복무제

지난 10년간 한국 병역거부운동은 대체복무제 시행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정부는 한반도 내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이유로 들며 군복무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유엔은 한국의 병역거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의 중단을 촉구했다. 2006년 11월 3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는 대한민국 정부에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중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해 12월 4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최명진, 윤여범 씨가 제출한 개인청원(Individual Communication)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상’까지도 포함하는 구제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위원회는 분단 상황을 이유로 해서 권리 제한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제한은 바로 그 권리의 정수(the very essence of the right)를 손상시켜서는 안”되며, 병역거부권은 그 본질에 속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만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며 너무 쉽게 병역거부권이라는 인권을 유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의 병무청장이었던 허쉬(Hershey)장군은 대체복무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실험이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소수자의 권리들을 보존하기에 충분한지 알아내기 위한 척도이다.”

 

병역거부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불법침략하고 점거하고 있어 안보상황이 좋지 않은 이스라엘에도 대체복무제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대체복무제를 찾아볼 수 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현역병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이행 대상자 중 많은 수가 ‘병역특례’의 방법으로 대체복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복무제를 현역에 상응하는 선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하여 시행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의 역사는 상식에 대항하여,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는 과정에 있다. 과거에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그의 비범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현재는 보편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포함하여, 단순히 비범죄화라는 목표뿐만 아니라 개인을 동원하는 국가 시스템과 전쟁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라는 평화운동, 반군사주의 운동으로서의 흐름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 안에서 하나의 사안으로 대두되기까지 짧고도 긴 시간이 걸렸다. 인권침해사안에 끼어들지도 못했던 병역거부 인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이며, 병역거부운동의 큰 자산인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꾸준하게 사람들과 설득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참고자료

+ http://www.peacearchive.net (국내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보실 수 있어요.)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 유럽연합 기본권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 > Chapter2 > Article 10

+ 2006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의 대한민국 3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검토 및 최종견해

 

다음주 강의 안내 >> 6강 무기와 인권

강사: 박승호, 무기제로 활동가

일시: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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