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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날 부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 부산세계원조총회와 세계시민사회포럼

개발과 발전.

영어로는 “Development”라는 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두 단어.

그 두 단어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각국의 정상과 지도자들은 물론 수 백 명의 시민사회단체가 부산을 찾았습니다.

‘국격이 어쩌고, 경제적 파급력이 저쩌고..’ TV에서 홍보는 하는데 핵심적인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일까요? 궁금증을 풀러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함께~잘살아 보세~♬”

60~70년대 대한민국 곳곳에서 불려졌던 새마을 운동가 입니다. 6.25전쟁으로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진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 사람들은 마치 주문처럼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시 한국정부는 미국 등으로부터 받은 해외원조를 통해 강력한 경제발전계획을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도로를 내고, 발전소를 짓고, 공장을 세우고, 서울을 재정비했습니다. 그 다음은 사회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경공업에서 중공업, 중공업에서 서비스업, 현재의 IT산업까지 눈부신 고속성장을 이뤘고, “원조를 받던 나라(수원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공여국)”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원조(Aid)의 저주를 아시나요?전세계는 수 십 년 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을 가난한 나라에 원조자금으로 지원했습니다. 인프라 구축은 물론, 직접적인 기아와 질병을 해결하도록 돈을 지원 한거죠. 그러나 원조는 생각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똑 같은 원조를 받은 많은 나라가 한국처럼 극심한 빈곤을 단기간에 벗어나지도 못했고, 오히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원조에 기대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이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한국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을까?”

 

세계원조총회가 부산에서 열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지난해 부유한 나라들(OECD)의 클럽 안에서도 다른 나라를 재정적으로 돕고 있는 국가들의 모임(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작년에 가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원조를 바탕으로 강력한 경제발전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지금의 발전을 이뤄낸 것을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천명했고, 3년에 한번씩 열리는 OECD의 세계원조총회를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DAC 회원국의 장관들은 앞서 말한 “원조의 저주”라는 말처럼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 돈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빈곤을 탈출하지 못하는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효과적인 원조(Aid Effectiveness)”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효과적인 원조를 말하기에 앞서, 아래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원조를 받는 국가만의 문제일까, 돈을 주는 국가들의 문제는 없는지?”

“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여건조차 없는 곳에 외교적 이유로

무작정, 무계획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았는지?”

“원조가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전세계 600여명의 활동가들이 부산에 모였습니다. 효과적인 원조를 주장하기에 앞서 잘못된 원조방식으로 처음부터 효과가 날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원조자금으로 진행되는 각종 개발사업이 인권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부산총회에 전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 3일 동안 노동, 인권, 여성, 보건 등 약 30회 이상의 워크숍과 회의를 열고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한 목소리로 “인간은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고 개발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외치며 경제적 발전에만 중점을 두고 원조를 경제적 효율성으로만 평가하려는 공여국들에 더 많은 책무성을 요구했습니다.

<부산세계시민사회포럼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과 회의장 전경>

지난 5개월 바빴던 한국시민사회

세계원조총회를 준비하는 한국정부 못지않게 한국시민사회도 분주히 달려왔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이하 코피드)의 인권분과에서 개발에 있어서 인권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는 활동에 동참했습니다.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개발, 인권보장을 통해 누구나 존엄함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정부에 요청하는 내용을 작성하여 발표하고, 60~70년대 시민사회 육성에 쓰인 해외원조자금과 그 혜택을 받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시민사회의 역량강화가 개발효과성이다”라는 이슈브리프를 발간했습니다. 이를 통해 원조라는 것이 우리의 고정관념처럼 토목공사나 경제성장만을 위해 쓰이는 것만이 아니라는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부산총회 이후, 눈 뗄 틈이 없다.

부산총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회의였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반기문 등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왔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OECD라는 부자나라클럽 회원국만 모인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중국, 인도 등의 신흥공여국이 참여하고 특히 시민사회가 협의주체로 참여했다는 것에 의미가 깊습니다. 지금까지 유엔회의에서도 옵저버로서 회의를 참관할 수 밖에 없었던 시민사회가 협상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은 진일보 한 것입니다. 그 결과 실제 부산결과문서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과 기여 인정”, 인권에 기반한 접근(RBA) 언급(22조)” 등이 포함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원조”를 하자는 외침은 변함없지만 실질적인 이행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역할 분담과 책임에 대한 구체적 결정이 없어 ‘국제회의=공허한 약속 혹은 말 잔치’라는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협상테이블에 함께 들어간 것에 만족하지 않고, 6개월 후에 내놓겠다는 이행방안, 그 후의 실질적인 이행까지 감시와 비판의 눈을 부릅떠야 할 것 같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부산세계시민사회포럼과 부산총회를 다녀온 뒤 우리만 떠들고 온 것 아닌가 하는 의문과, 부산에서 회의를 했음에도 해외에서 하고 온 것 같은 단절감을 느꼈습니다. 해운대가 마치 섬처럼 느껴졌습니다. FTA 국회비준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했고, 미디어는 국제회의의 경제적 효과와 국격 상승 등 겉모습을 전달 하는데만 열중했기 때문일까요. 속된말로 ‘타이밍이 안 좋아서’ 인진 몰라도 정말 중요한 행사였음에도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은 저조하게 느껴져 힘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만 눈을 부릅뜬다고 될까요? 원조가 가난한 사람을 돕는데 쓰이지 않고, 그들을 사회에서 밀어내는데 쓰이지 않도록, 원조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도록 지금 당신의 맑은 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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