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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10주년을 기념하며

올해는 9·11 테러가 발발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비극적인 일을 기념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9·11 10주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테러가 입힌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았고, 크고 작은 테러와 전쟁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9·11 1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앰네스티는 어떤 종류의 테러든 반인권적이며 반인륜적인 폭력으로 규정합니다. 9·11 테러는 세계인권선언 이후 국제사회가 준수하려 노력해 왔던 인권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 것이므로 인류 전체에 대한 폭력이었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테러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로 삶을 잃은 이들을 기억합니다. 당시 테러에 가담했던 자들의 대부분이 국제 법정에 서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들을 공정한 법의 절차에 따라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은, 9·11 테러로 삶을 잃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9·11 테러 10주년을 기념하며 세계는 국제 사회의 새로운 원칙에 합의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피는 피를 부른다’는 폭력의 악순환을 기억하고, ‘평화’와 ‘공존’을 세계의 유일한 질서로 정립하는 일입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는 진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부시 정부는 곧바로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을 선포했습니다. 이 방침 하에서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강경 방침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고 은폐한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며 전쟁에 가담했으며,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롯한 포로 수용소에서 고문, 불법 구금과 같은 인권 침해 행위들이 자행됐기 때문입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모습>


9·11테러와, 그에 대한 응징 정책이었던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상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9·11 이후 미국에서는 이슬람인들에 대한 편견과 증오가 일상화됐습니다. 이슬람인들은 위험한 사람들이며, 일자리를 빼앗는 불법 이민자들이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편견 말이지요. 이런 편견의 확산에는 이라크 침공과 같은 강경정책을 폈던 미국 정부의 책임이 큽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정치·외교적 독트린을 넘어 미국 사회에 반이슬람 정서를 퍼뜨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주의적 방침은, 테러와 상관 없는 모든 이슬람인들에 대한 무조건적 편견과 증오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무섭습니다.

앰네스티는 ‘War on Terror’(테러와의 전쟁)에 맞서 ‘Counter Terror with Justice’, 즉 ‘정의로운 방법으로 테러에 맞서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테러를 더욱 강경한 테러와 전쟁으로 응징한 것에 반대해, 앰네스티는 ‘정의로운 방법과 도구’로 테러에 대응한다는 뜻이었죠. 앰네스티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즈음해 다음과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앰네스티가 진행했던 ‘Close Guantanamo’ 플래시몹 행사>

<오바마 취임 첫 100일 동안 해야 할 일들>

영상에는 앰네스티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사안들이 등장합니다.

•Announce a plan and date to close Guantánamo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
•Ban torture and other ill-treatment, as defined under international law (국제법에 따라 고문과 반인권적 행위를 중단할 것)
•Ensure an independent commission of enquiry in US ‘war on terror’ abuses is set up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테러와의 전쟁’ 정책으로 행해진 인권 침해 사례들을 조사할 것)

이중에 몇 가지는 실현되었고, 대부분은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란 용어는 더 이상 공식 용어로 사용되지 않으며 관타나모 수용소는 폐쇄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과 이라크 어딘가에서 크고 작은 전쟁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가장 고통 받은 것은 이슬람의 일부 테러리스트 세력이 아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민중, 그리고 미국 사회에 사는 이슬람 이민자들이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에 관계된 전쟁과 미국의 대 테러 작전들로 발생한 총 사망자 수는 22만 5천 명에 이릅니다. 게다가 지난 10년간의 전쟁 중 벌어진 가혹 행위들과 인권 침해 사건도 그 일부가 드러났을 뿐입니다.
10년 전 9월 11일, 비극이 일어난 뒤 이어진 사건들이 확인시켜준 것은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이다’란 사실입니다. 테러는 9월 11일 하룻동안 일어났지만 테러를 응징하는 또 다른 폭력이 10년간 이어졌습니다.

앰네스티는 9·11 테러 10주년을 기념해, 이러한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것을 요청합니다. 9·11 테러는 인권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였으며, 그 책임자들은 인권 존중에 대한 의미로 국제 법정에 서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각국 정부에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인권과 평화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방침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촉구합니다.

<9·11 테러 10주년 앰네스티 성명>

“오늘 우리는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로 삶을 잃은 이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돌이킬 수 없는 슬픔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가족들, 여전히 테러 후유증을 앓고 있는 최초 목격자 및 생존자들을 기억합니다.

의도적으로 시민을 표적으로 한 공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는 언제나 명백한 인권 침해에 해당됩니다. 테러는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줄 뿐 아니라, 테러를 겪은 공동체 전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인류에 반하는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한 지 10년, 정의, 진실, 그리고 보상에 대한 희생자들의 권리는 여전히 존중되지 않고 있습니다. 9.11 테러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그들이 응당 섰어야 할 법의 심판대에 한 번도 서지 않았습니다.
무장단체가 시민의 인권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행한 테러 공격에는, 안타깝게도 국가에 의한 인권 침해가 뒤따랐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반복된 일입니다. 이 현상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앰네스티는 무장 단체 세력과 모든 정부에 이러한 악순환을 종식시키고 모든 사람의 안전과 존엄성을 존중할 것을 촉구합니다.”


narae

자메이카: 경찰의 살인을 묵인하지 않고 맞서 싸우다 / 샤켈리아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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