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로그

DJ 박다함이 들려주는 W4R 전시 배경음악 스토리

전시장 사진

WRITE A LETTER, LISTEN TO THE MUSIC
편지를 쓰세요. 음악을 들으세요.

국제앰네스티는 연례 캠페인 Write for rights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자 《편지쓰기 캠페인 전시 WRITE A LETTER, ENTER CHANGE》를 진행합니다. 국제앰네스티와 햇빛스튜디오, 소목장세미가 함께 만든 전시장에 방문하시면 올해 6명의 용감한 인권 옹호자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고,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 아래는 용감한 인권 옹호자 6명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장 배경 음악 플레이리스트 31개 목록을 만들어 주신 작가 박다함DJ yesyes님의 기고문입니다.

전시장 믹스존 사진

편지를 테마로 선별된 희망적인 노래

언제나 믹스(기존의 음악을 재창조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을 지칭)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국제앰네스티 캠페인 전시에 참가했을 때도, 각자의 상황에서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장소를 돌려주자는 생각으로 ‘집’이라는 테마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라는 캠페인의 주제를 듣고, ‘편지’를 테마로 노래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장르적으로는 전시를 찾는 사람들이 듣기에 익숙한 노래들로, 울적한 무드보다는 희망적인 노래들을 선택하려고 애썼다. 믹스를 만들기 전 먼저 6명의 스토리를 천천히 읽었고, 이를 바탕으로 그 인물과 나라에 맞는 노래들을 선택하기 위한 사전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노래 제목과 가사 또는 앨범이 가지고 있는 테마를 중심으로, 믹스에 들어가면 좋을 메시지가 있는 노래들을 찾았다.

첫번째 음악으로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쿨의 단편영화 <엉클 분미께 보내는 편지>의 특정한 장면을 선택했다. 군부 정권 아래에서 검열을 피해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그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만든 영화에서 출발하면 어떨까 싶었기 때문이다. 제목에 ‘편지’가 들어있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지 않을까 싶었고. 이후 두번째부터 일곱 번째 음악까지는 키워드로 풀어나가는 믹스의 과정을 보여준다. 순서대로 소개하자면, 네덜란드 듀오 WEVAL의 ‘Changed for the Better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 폴란드 음악가 Hania Rani의 ‘Home’, 미국 음악가 Dump의 ‘The Letter편지’, 미국 음악가 Brandon Coleman의 ‘Resistance저항’, 미국 음악가 Juanita Rogers, Lynn Hollings, Mr. V’s Five Joys가 함께 부른 ‘Teenager’s Letter Of Promises십대의 약속 편지’, 미국의 음악가 Arthur Russell의 ‘The Letter편지’ 순이다.

이후로는 배경음악 믹스의 과정이 나라별로 재생된다.

첫 번째 나라는 태국이다.

플레이리스트 8번과 9번은 태국의 밥 딜런이라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พงษ์สิทธิ์ คำภีร์Pongsit Kamphee의 ‘เสรีภาพFreedom’과 방콕에 거주하는 시각 예술가이자 음악가인 Pisitakun의 ‘ArArMyMy’다. 두 아티스트는 서로 다른 세대이지만, 군사정권 아래 인간의 자유가 심각하게 상실된 조국의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그에 꾸준히 맞서며 자기만의 음악을 만드는 공통점을 지녔다. 평등과 표현의 자유, 사회 개혁을 요구하다 무기징역 위기에 처한 파누사야 룽Panusaya Rung의 사연을 생각하면서 들었으면 좋겠다.

시위 현장에 있는 룽의 정면 사진

사회 개혁을 요구하다 무기징역 위기에 처한 파뉴사야 룽

두 번째 나라는 팔레스타인이다.

플레이리스트 10번과 11번은 팔레스타인 최초의 힙합 그룹 DAM (Feat. Abeer Al Zinati)의 ‘Hon EnwaladetBorn Here’ 과 ‘To Change Tomorrow’이다. 이스라엘 안에서 자라나는 팔레스타인인의 처지를 전하는 힙합 그룹 DAM은 세 명의 MC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정의의 메시지, 내 권리를 요구하는 메시지, 집이 없는 사람들, 집이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나아가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등 모든 종류의 억압에 항의하기 위한 랩 음악을 만들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인종차별과 탄압을 기록해 세상에 알려온 최연소 기자이자, 자유가 무엇인지 경험하고 싶은 15살 청소년 잔나 지하드Janna Jihad에게 편지를 쓴다면

15살 팔레스타인 언론인 잔나가 콘크리트 건물 중간에 앉아 있다.

잔나 지하드Janna Jihad

세 번째 나라는 우크라이나다.

플레이리스트12번과 13번은 밴드 ZFeelZ의 ‘Disappear’, ‘How it Feels To Be Alive?’이다. 밴드 ZFeelZ는 다른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은유로 포장하는 것과 달리, 여성들에 대한 종교적 압박,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밴드다.

플레이리스트14번과 15번 역시 우크라이나 음악가인 Kinder Limo의 ‘ama fucking gay’, ‘Rainbow’를 선택했다. LGBTI 사람들에게 상당히 비우호적인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압력 때문에 대학교를 떠나야 했던 Kinder Limo는 이렇게 말한다. “교회 뿐 아니라 종종 가족을 포함한 집단으로부터 사회적 압력을 받고, 네오나치 조직이나 동성애 혐오세력들로부터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위험으로 인해 LGBTI 커뮤니티는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LGBTI와 여성 인권을 지키려다 공격받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 단체 중 하나인 NGO 스피어Sphere의 사례를 생각하며 들었으면 좋겠다.

NGO 스피어의 안나와 비라

NGO 스피어의 안나와 비라

플레이리스트16번과 17번은 자유라는 주제로 두 곡을 선정했다.

16번은 새소년의 ‘자유’를 느린 속도로 플레이했다. 17번은 Phantom Band의 ‘Freedom of Speech(표현의 자유)’이다.

다음은 중국이다.

플레이리스트 18번은 독일의 음악가 Nicholas Bussmann 의 ‘Shanghai News Choir sings The News Blues + 1978 + 1980’이다. 중국 음악가는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 또는 관련 사례를 참조해봤을 때 뉴스라는 테마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바로 생각이 났다. 2015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공개된 음악으로,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7명의 참가자들이 각 언어로 된 신문을 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모방, 오해하는 과정을 거쳐 음성과 의미의 동시 발음으로 발화하는 작업을 녹음했다. 여기에 더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만들어진 혁명가革命歌를 겹치는 작업으로 플레이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진실을 알리려 다 수감되어 단식으로 투쟁하고 있는 장잔Zhang Zhan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듣길 바란다.

전 인권 변호사 겸 기자 장 잔의 프로필 이미지

전 인권 변호사 겸 기자 장 잔

다섯 번째 나라는 벨라루스다.

19번은 벨라루스 민스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Molchat Doma의 ‘Я не коммунистI am not a communist’, 20번은 영국 밴드 I LIKE TRAINS의 ‘The Truth’를 선택했다. 이 노래들은 벨라루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 폭력의 희생자를 지원하고자 제작된 컴필레이션 앨범 에서 가져왔다. 컴필레이션의 소개를 발췌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컴필레이션의 목적은 용감한 벨라루스 시민들과 연대하고 억압의 희생자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것입니다.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은 지금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증거도 없이 경찰관에게 화염병을 던졌다며 체포되어 전기 고문을 당하고 수감된 10대 청소년 미키타 잘라타로Mikita Zalatarou를 생각하면서 들었으면 좋겠다.

구금되어 있는 10대 소년 미키타 잘라타로

구금되어 있는 10대 소년 미키타 잘라타로

여섯 번째 나라는 멕시코다.

21번과 22번은 Zemmoa&Tessa Ia (Feat. Trans-X)의 ‘Mi Amor Soy Yo나의 사랑은 나’, La Bruja de Texcoco의 ‘Té de Malvón제라늄차’이다. 두 음악가 모두 기존의 멕시코 사회에서 자신들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음악가 Zemmoa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황-지속해서 부딪히는 가족이나 보수적인 생각, 또는 존재 방식-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의 사랑은 나’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싶어요.”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행진에 참가했다 총에 맞은 웬디 갈라르사Wendy Galarza의 사례를 생각하면서 들었으면 좋겠다.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웬디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웬디 갈라르사

이후엔 다시 키워드로 풀어나가는 믹스로 마무리했다. 순서대로 말해보자면, Shuggie Otis의 ‘Strawberry Letter 23’, 여러 나라의 언어로 ‘자유’라는 말이 들리는 것이 인상적인 Nightmares On Wax의 ‘Shout Out!Intro’, 말 그대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Crystal River Boys의 ‘Rainbow of Love사랑의 무지개’, 경쾌하지만 언제나 사회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 했던 밴드 The Specials의 ‘Freedom Highway’, Fifth Order의 ‘Today I Got A Letter’, Brandon Coleman의 ‘Walk Free’, Hardsoul(Feat. Ron Carrol)의 ‘Back TogetherCopyright Dub Mix’이 흐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전시 배경음악의 주제였던 ‘집’과 이번 주제인 ‘편지’를 모두 담아낸 Eddie Jefferson의 ‘Letter From Home집에서 온 편지’로 마무리했다.

시작하며 말했듯, 믹스를 만드는 것은 노래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이다. 이제 와 보니 각각의 사연에게 하나의 답장 또는 편지를 쓰는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앰네스티가 이번 편지쓰기 캠페인 전시를 통해 “인권이 나와 동떨어진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를 위해 연대하는 활동은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바람이 이 믹스를 통해 모두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음악을 통해 6명의 사연을 더 공감하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플레이리스트 듣기

박다함이 믹스한 국제앰네스티 편지쓰기캠페인 전시 플레이리스트 31곡

  1. A Letter to Uncle Boonmee
  2. Weval – Changed for the Better
  3. Hania Rani – Home
  4. Dump – The Letter
  5. Brandon Coleman – Resistance
  6. Juanita Rogers & Lynn Hollings With Mr. V’s Five Joys ‎– Teenager’s Letter Of Promises
  7. Arthur Russell – The Letter
  8. พงษ์สิทธิ์ คำภีร์ – เสรีภาพ / Pongsit Kamphee – Freedom
  9. Pisitakun – ArArMyMy
  10. DAM Feat. Abeer Al Zinati – Hon Enwaladet – Born Here
  11. DAM – To Change Tomorrow
  12. ZFeelZ – Disappear
  13. ZFeelZ – How it Feels To Be Alive?
  14. Kinder Limo – ama fucking gay
  15. Kinder Limo – Rainbow
  16. 새소년 – 자유
  17. Phantom Band – Freedom of Speech
  18. Nicholas Bussmann – Shanghai News Choir sings The News Blues + 1978 + 1980
  19. Molchat Doma – Я не коммунист / I am not a communist
  20. I LIKE TRAINS – The Truth
  21. Peaches Feat. Feist – I Mean Something
  22. Zemmoa & Tessa Ia Feat. Trans-X – Mi Amor Soy Yo
  23. La Bruja de Texcoco – Té de Malvón
  24. Shuggie Otis – Strawberry Letter 23
  25. Nightmares On Wax – Shout Out! (Intro)
  26. Crystal River Boys – Rainbow of Love
  27. The Specials – Freedom Highway
  28. Fifth Order – Today I Got A Letter
  29. Brandon Coleman – Walk Free
  30. Hardsoul Feat. Ron Carrol – Back Together(Copyright Dub Mix)
  31. Eddie Jefferson – Letter From Home
편지쓰기캠페인 전시 음악을 믹스한 음악가 박다함

박다함DJ yesyes

인디레이블 헬리콥터 레코즈 대표이자 디제이, 공연 기획자로 활동한다. 2019년 전시를 통해 국제앰네스티와 첫 협업을 진행했다. ‘다함’, 즉 ‘Do everything’ 란 이름의 뜻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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