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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 – 북한의 여성들

2021년 6월 25일 평양 만수대 언덕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맹세모임

2021년 6월 25일 평양 만수대 언덕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맹세모임

만연한 ‘여성 하대’ 문화

지난 6월 북한은 유엔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자발적 국가보고서VNR’에서 오래 전 성평등이 달성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국제기구와 시민사회에 의해 이뤄진 조사는 북한의 주장과는 극명하게 대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북한 여성이 마주한 인권침해 실태를 보고 있자면 과연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북한에서 여성이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그리고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실천이 결여된 대외 선전용 메시지는 결국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하는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만 더욱 조장하고 있다.

열악한 여성 인권과는 모순되게, 북한은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를 주창하는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는 여성을 향한 차별적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적어도 북한은 현재 인권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몇몇 국가보다 먼저 남녀평등의 가치를 법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금으로부터 75년 전인 1946년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공포한 바 있다. 또한, 2011년 제정된 ‘려성권리보장법’은 ‘사회정치적권리(선거권 및 피선거권, 간부 등용, 사법적 보호 등)’, ‘교육, 문화, 보건의 권리’, ‘로동의 권리’, 인신 및 재산적권리(여성 폭력 금지, 인신매매 금지 등)’, ‘결혼, 가정의 권리(결혼의 자유, 이혼에서의 보호, 출산의 자유 등)’ 등 사회생활 전반에서의 여성의 권리 보장 및 여성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법령에서 남녀평등 및 여성 인권 보장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법령의 제정과 실제 현실에서의 법 적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법률 조항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것이 실제 주민들의 생활 속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특히 가정에서 만연한 여성 차별 문화이다. 여전히 북한에서는 ‘여성은 남성의 아래에 위치한다’, ‘여성은 남성에 복종해야 한다’ 등 ‘남존여비’와 같은 유교적 여성관에 기반한 여성 차별적 인식과 관습이 강하게 남아있다. 비단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조차, 특히 가정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관련해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아래에 위치하는 관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물론, 이는 가정 내에 한정한 예이기는 하나 결국 이런 문화는 가정에서 사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 수준인가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다.


강조되는 여성의 역할에 모순되는 현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차별받거나 무시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일찍이 남녀평등과 관련한 여러 법을 제정한 사실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꾸준히 ‘여성은 혁명의 한 쪽 수레바퀴’로 지칭하는 등 여성의 역할을 추켜세우는 선전 활동을 이어 온 점만 봐도 북한 당국이 대놓고 여성을 하대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직결되는 간부 등용에 있어서도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쳐오는 등 그 결과를 떠나서 여성 인권 신장과 관련한 나름의 노력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장마당 등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장경제 영역에서의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에서의 여성의 영향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있어 여성 권력의 신장과 함께 여성 인권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의 여성 인권은 여러 영역에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남녀평등 달성의 기치 아래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한 북한의 의도와 노력이 어찌되었든, 실제 북한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인권 실태는 북한 당국의 주장과는 다르게 열악하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정권 전반에 구축된 남성 중심의 권력 체계 및 강력한 ‘상명하복’식 관료제로 공고화된 여성 차별적, 여성 하대 관습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안전성, 국가보위성 등과 같은 법기관에 종사하는 법관, 법일군이 여성을 대하는 모습에서는 여성을 향한 그릇된 인식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2017년 8월 혜산 근처 압록강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성들

2017년 8월 혜산 근처 압록강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성들

증언으로 보는 구조적 문제

아래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최근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인으로부터 수집한 증언이다. 모두 북한 여성의 인권에 관한 내용으로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했다. 각 증언에서 묘사된 북한 사회의 모습과 북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인권을 저해하는 사회 구조적인 근본 요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보면, 일상 속에서 북한 여성이 누리고 있는 인권이 실제 얼마나 비참한 수준일지는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증언 1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북한은 너무하다. 여자들이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와중에 국가에서는 ‘여맹’[1]을 통해 여자들을 동원해 나라 일을 시킨다. 생계도 유지하면서 동원도 나가야 한다. 남자들도 동원되기는 하지만 여맹 조직이 일을 잘 하기도 하고 동원하기 수월하다 보니 여자들이 더 많이 동원된다. 하루하루 벌어서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동원하면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을 더 자주 동원해서 끌고 다니는 것 자체가 여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여자들을 존중하지 않으니 그런 것이다.

전보다 여자가 사회적 지위는 높아졌지만 여자를 무시하는 경향은 여전히 있다. 남자들은 여자를 존대하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여자가 벌어서 살림을 살아가는데 남자들은 함께 도와준다고 하기 보다는 술 먹고 여자들을 힘들게 하고, 천대하고, 폭행하고 그런다.

한국에서는 그럴 경우 여자들이 이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이혼이란 것도 힘들다. 이혼은 뇌물을 써도 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여자들끼리 앉아서 “야… 우리처럼 정말 불쌍한 것도 없다. 세상에 여자를 이렇게 천대하고 이렇게 부려먹는 나라는 더는 없을 것이다.”라고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도 신고하고 그런 게 없다. 내가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법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남자들은 술 먹고 자기 여자를 마음대로 때리기도 한다. 우리 옆집에도 남자가 술 먹고 매일 집에 들어와서 여자를 못살게 굴고 너무 많이 때렸다. 북한에는 술 마시고 그렇게 여자를 폭행하는 남자들이 많다.

그래도 여자들은 신고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사람들 자체가 저건 걸로는 신고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설령 신고를 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신고는 한국처럼 전화로 하는 게 아니라 보안서경찰서로 직접 가서 해야 한다. 북한은 집전화도 그렇고 손전화휴대전화도 아직 없는 사람이 많다. 보안서 같은 경우에도 다 뇌물만 받아먹지 하는 것도 없다. 보안원경찰이 지나가다가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걸 봐도 그냥 욕 한마디 하고 넘어간다. 방법이 없다.

성범죄도 많이 일어난다. 남자들이 여자를 강간하고 그러면 잡혀가긴 한다. 그러나 뇌물만 주면 그냥 내보내 버린다. 돈이 하나도 없는 힘 없는 사람이나 감옥을 가지, 웬만하면 뇌물 주고 그냥 나온다. 북한과 한국 둘 다 살아보면서 느끼는 것은, 여자들이 살기에 북한은 너무나도 힘든 곳이다.

북한에서는 밤에 여자가 나가기 무섭다. 한국처럼 불이 환하지도 않고 가로등도 없다 보니 어두컴컴하다. 가로등을 설치해도 언제 누가 다 도둑질해 가버린다. 젊은 애들은 돌을 던져서 가로등을 깨 버리기도 한다. 북한은 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마구잡이식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 길 가다가 나무가 심겨 있으면 불로 뗄 것이 없으니까 그냥 잡아 뽑아서 가져가버린다. 밤만 되면 남의 작물도 뽑아가고 그런다. 한국에서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신고하고 하겠지만 북한은 그런 문화 자체가 없다.

탈북인 A
증언 2

남편과 똑같이 일해도 아내는 아내대로 일하고 집에 와서 또 혼자 밥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도 대우를 못 받는 게 일반적이다. 가정 주부들은 정말 비참하다. 그런데 비참한 삶을 살면서도 여자들은 응당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살면서 여성으로서 차별받는 것이 많았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여자라서 인권 유린을 당한다는 것을 북한에 있을 때는 모르고 살았다.

여자는 남자 밑에서 살아야 하는, 여자가 아무리 높아도 남자 밑이라는 그런 인식이 아직 북한에 남아 있다. 한 번은 내 지인이 나에게 한국은 여자들이 살기에 좋은 세상이라고 들었다고 조용히 말한 적 있다. 나는 처음에 ‘아니,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같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같은 줄 알았다. 그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여자는 어딜 가도 다 북한처럼 사는 줄 알았다. 나도 내 지인이 이런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여자도 이렇게 존중 받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법기관 사람들이 여자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여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거부하기 힘들다. 어쨌든 그 사람들은 힘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게 인권 유린을 당하는 것인지조차 모른다. 그런 걸 모르기도 하고, 그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걸로 아는 거다. 싫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로 어쨌든 혹시 나중에 장사하다가 단속되던가 하면 피해를 덜 볼까 하는 생각에 싫어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군당 간부들은 자기 처가 있는데도 그런다. 예를 들어, 식당 같은 곳에 가면 “야, 오라!”라고 한 다음 “너 오늘 나하고 가자.” 이렇게 말하면 여자는 그냥 따라 간다. 강압도 강압인데… 어쨌든 그 사람들은 힘 있는 법기관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여자 입장에서는 싫어도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안다.

권력있는 사람만 그러는 건 아니다. 일반 사람이 저지르는 강간도 많이 발생한다. 엄청 많다. 그걸 공개 안 해서 그렇지. 한국에서는 하나만 생겨도 뉴스에 다 뜨지 않나? 북한은 안 그렇다. 신고라는 것이 없다. 신고를 누가 받아주나? 그런 게 없다. 내가 한국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활 속에서 여자를 위한 안전 이런 것이 참 잘되어 있다는 거다. 내가 당해도 신고하고, 알리고 그러면 나라의 도움을 받고 그럴 수 있지 않나? 거기는 그런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무차별적으로 아무 여자나 막 덮치기도 한다. 그렇게 당해도 여자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 그거 말하면 여자 하나 욕 먹고 자기 망신 될 뿐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그런 거 다 그냥 비밀로 한다.

법기관은 그런 것 가지고는 전혀 신경도 안 쓴다. “니 잘못이지!, 니가 잘못해서 그렇지 왜?” 이런 식으로만 말한다. 한국에서는 경찰이 이것 저것 관여하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에서는 보안원이 뭘 제일 열심히 하냐고 하면, 지나가다가 복장이나 단속하고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돈 빨아 내는 것이다. 돈에 혈안이 된 자들 같다.

북한이 외형상 사회주의이고 아주 건전한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에 오니까 성폭력, 아동 학대, 언어 폭력, 뭐 그런 말이 엄청 많이 있더라. 그런데 북한은 그런 말이 없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것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이다. 이게 성폭력인지, 성희롱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으니까 자기가 그런 식의 유린을 당해도 모르는 것이다.

탈북인 B
증언 3

북한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성범죄니 성폭력이니 성추행이니 하는 말을 한국에 와서 많이 들었다. 그 단어 자체의 의미는 알고는 있는데 일단 그런 단어를 북한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북한에는 그런 단어도 사용하지 않을 만큼 성범죄가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돈을 빼앗고 강도질을 하거나 그런 것은 자주 일어나도 성범죄는 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북한은 어느 한 집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면 그에 관한 소문이 정말 빨리 퍼진다. 다음 날이면 바로 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살던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 없다. 솔직히 개인이 너무 창피해서 숨기면 그건 그냥 주변에서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기는 하다.

혹간 그런 게 일어나기는 한데 신고를 안 한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성범죄 신고를 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식으로 되어 있지만 거기는 그런 게 없다. 여기처럼 경찰에 신고하고 그런 게 안된다. 그리고 보안원들도 제대로 수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탈북인 C

1.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30세 이상 여성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조선로동당의 외곽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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