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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간의 낙태 처벌, 이제는 끝내야 할 때

낙태죄 폐지 시위에서 행진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이 글은 영한 번역본이며 TIME에 먼저 게재되었습니다.

지영씨가 낙태 수술을 받은 곳은, 다른 선택지가 있었더라면 절대 찾지 않았을 장소였다.

제 앞에서 다른 여성이 막 수술을 받은 직후였어요. 피로 흥건한 그 의자에서 저도 수술을 받아야 했죠. 불평할 수는 없었어요. 여기가 아니면 낙태 수술을 받을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이처럼 끔찍한 광경은 한국의 여성과 소녀들이 매일같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배재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매년 50만 명에 이르는 여성과 소녀들이 불법 낙태 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한 해 동안 약 5만 건의 낙태 수술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산한 정부 통계와는 차이가 크다. 낙태가 범죄이기 때문에 공식 통계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낙태의 범죄화로 여성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여성들은 음성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낙태 수술을 받으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머지않아 바뀔 수 있다.

지난 3월 30일, 서울에서는 강풍이 몰아치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1,500명의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66년간 이어져 온 한국의 낙태죄를 폐지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현행법 상 임신을 중단한 여성은 2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낙태를 도운 의료 전문가는 유죄가 선고될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강간,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특정 질병 및 유전적 장애가 발생한 경우, 또는 임신 유지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 이처럼 극히 제한적인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낙태가 가능하다.

한국의 여성들은 낙태 범죄화로 수 세대에 걸쳐 차별과 사회적 낙인에 시달려야 했다. 소위 아시아 “선진국”으로 꼽히는 한국이지만, 이처럼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 때문에 한국 여성들은 2등 시민 대우를 받아 왔다.

이제 이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진행된 거리 행진은 한국의 뿌리 깊은 성 불평등에 맞선 투쟁에 있어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내며, 전례없는 여성인권 운동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낙태죄 폐지 시위에서 피켓을 든 참여자들의 모습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통해 한국 여성들의 인권이 변화하길 간절한 희망하고 있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낙태 수술을 집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의사의 헌법 소원 제기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이 사건을 넘어 더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결정될 경우, 헌재는 한국 정부에 억압적인 현행법을 개정하라고 명령하게 된다. 이는 아주 오랫동안 지연된 결과일 것이다.

한국의 활동가 제이는 이렇게 전했다. “낙태 범죄화로 인한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안전하지 못한 시설에서 필요한 상담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로 낙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됩니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하기 위해, 경찰이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위협하는 남성 파트너와 다투어야 합니다.”

한국은 이제야 이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처럼 부끄러운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낙태 비범죄화 운동은 2016년 처음 힘을 얻은 이후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 왔다. 2017년, 23만 5천 명 이상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 서명에 참여했다. 2018년 말 정부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여성 중 75%가 낙태 관련법 개정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들은 형법의 낙태죄 관련 조항을 신속히 개정할 것과,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여성들과 함께 연대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임신 여부, 시기 등 재생산과 관련된 결정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각종 통계와 연구 자료는 한국에서 낙태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언제나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는 대신, 자신의 자유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험에 빠뜨려야 한다.

지영씨도 그런 여성들 중 한 사람이다.

낙태 수술을 받은 후 출혈이 정말 심했어요. 그 병원으로 돌아가는 건 죽기보다 더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죠. 의사와 간호사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제 몸에서 핏덩어리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어요. 이런 곳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어떤 여성도 이런 상황을 감내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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