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뉴스

“살 곳이 필요하다” –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로마족

비아 사칠레 정착촌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불도저의 모습을 보면 곧 공사가 진행될 것임을 알 수 있다. ⓒ Private

“공사 때문에 여기를 떠나야 된다는 건 알지만, 적어도 갈 곳은 마련해줘야 하잖아요. 이렇게 거리에 내버려둘 게 아니라.”

7인제 럭비 경기장만한 좁은 공간에 나란히 늘어선 판자집 앞에 서서 지오반니는 불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환히 내리쬐는 밀라노의 햇빛을 받으며 비아 사칠레 정착촌이 놀이터라도 되는 양 뛰어다닌다. 그러나 이 곳은 놀이터가 아니다.

지오반니가 비아 사칠레 무허가 정착촌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3월부터다. 현재 비아 사칠레 정착촌에는 50가구, 약 250~300명이 살고 있으며 모두 루마니아에서 온 로마족이다.

이곳에 정착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탈리아 당국은 화장실, 수도, 쓰레기 수거 등 공공 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특정 장소를 정해 화장실로 이용하고, 매일 수백 미터 떨어진 수도로 물을 구하러 가고, 일주일에 한 번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설 업체를 고용하고 있다.

지역 NGO단체와 이웃 주민들, 로마족 협회가 의사를 보내주거나 아이들이 근처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인의 경우 이력서를 받고 취업활동을 돕는 등 역할을 다하고 있다.

로마족이 이 지역에 정착한 지는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탈리아 당국은 화장실, 수도, 쓰레기 수거 등의 공공 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 ⓒ NAGA

밀라노 시 당국은 비아 사칠레 정착촌에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경찰이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모든 정착촌 주민들을 빠른 시일 내에 퇴거시킬 것이라고 여러 차례 통보했을 뿐이다.

현재 로마족이 살고 있는 지역은 고속도로 경사로 신축과 관련 배수도 및 하수도 건설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필요한 부지로 선정됐다.

지난 12월 정착촌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판자집 대부분을 처음 위치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당시 시 당국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살을 에는 듯이 추운 겨울 날씨에 주민들을 퇴거시키는 것만 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햇빛이 나기 시작하고 공사 작업이 재개되면서 다시 정착촌 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주민들은 머지않아 강제퇴거가 이루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비아 사칠레 정착촌 주민 중에는 지난 2011년 4월 당국이 폐쇄한 비아 트리보니아노 정착촌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비파 트리보니아노 정착촌은 당국의 허가를 받은 정착촌이었다.

지오반니의 가족은 비아 트리비아노 정착촌 폐쇄 직전에 모두 쫓겨났다고 했다. 지오반니의 부모가 제대로 된 허가 없이 정착촌에 같이 살았기 때문이었다.

국제앰네스티는 그 동안 당국이 규제를 적용해 조치를 취해놓고서는 이후에 불법으로 간주하는 식의 퇴거양태를 기록해왔다. 지난 2011년 11월, 이탈리아 국무회의는 로마족을 대상으로 위법행위와 차별을 일삼은 일명 ‘노마드 비상사태’를 폐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와 밀라노 시 당국은 여전히 관련 피해자들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지난 몇 년간 밀라노에 살고 있는 로마족 수백 명과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수천 명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강제퇴거의 전철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오반니와 같은 사람들은 강제퇴거에 또다시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비아 사칠레 정착촌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불도저의 모습을 보면 머지않아 공사가 진행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전에 경험한 강제퇴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판자집과 침대 매트리스, 옷가지, 인형, 교과서 모두 버려지고 부서졌다. 로마족 사람들에게 일말의 협의나 사전 통보, 적절한 대체주거지도 제공하지 않고 당국이 진행한 것이다.

시내에서 과일 상자를 운반하고 배포하는 일을 하는 청년 바이는 “이번만큼은 적어도 5일에서 10일 전에 사전 통보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보도 없이 쫓겨나게 되면 내 일자리도 잃게 될 거에요. 하루 휴가를 내야 하는데 사장은 내가 정착촌에 사는 줄 몰라서 왜 휴가를 내야 하는지 설명할 수가 없어요.”

비아 사칠레 정착촌의 로마족 주민들은 퇴거 사전통보와 대체 주거지 마련만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법상 당국이 제공해야 할 의무에 비하면 훨씬 미미한 조건이다.

주민들은 또한 밀라노 시장이 의무를 다하고, 확인 가능한 모든 로마족 가구에 적절한 대비책을 제공하는 등 적절한 절차가 마련되기 전까지 퇴거조치를 연기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매일 밤, 이들은 그 날이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다음 날 아침이면 불도저가 정착촌에 들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판자집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마테오 드 벨리스, 국제앰네스티 유럽 캠페이너

영어 전문 보기

“We’d like a place to stay” – Milan’s Roma face eviction

6 March 2012

By Matteo de Bellis, Europe Campaigner at Amnesty International

“We know we have to leave because of the construction works, but they should give us a place to go, not just leave us in the street.”

Giovanni speaks to me while standing in front of a line of shacks, grouped in an area as small as a seven-a-side football pitch.

Under the bright Milan sun, children run around, treating the camp in Milan’s via Sacile like a playground. But it isn’t.

Giovanni has been living in the unauthorized camp of via Sacile since March 2011. There are now around 50 families here, some 250-300 people, all of them ethnic Roma from Romania.

They have been living here for almost a year. There are no services provided by the authorities: no toilets, no water, no rubbish collection.

The inhabitants are using specific areas for toiletry, going every day to collect water from a fountain hundreds of metres away, paying a private company to collect the rubbish once a week.

Local NGOs, neighbours and Roma associations are also doing their part, by sending doctors to visit the camp, helping families to enrol their children in local schools, and collecting the adults’ CVs to help them find work.

Milan’s authorities are almost completely absent from via Sacile. Except, that is, for periodic visits by the local police, who have several times announced the imminent eviction of everyone living in the camp.

The area where the Roma families are living is needed for infrastructural works – a new motorway ramp and related drainage and sewage works.

Last December, the inhabitants moved most of their shacks a few metres away from their initial location, to allow work to go ahead in that area. At the time, local authorities considered that sufficient to avoid evicting the families amid the freezing winter conditions.

But now that the sun is shining and the construction work once again threatens to encroach on the camp, everyone fears a forced eviction may be imminent.

Some of via Sacile’s inhabitants used to live in the authorized camp of via Triboniano, which the authorities closed in April 2011.

Giovanni tells me his whole family was expelled from via Triboniano just before its closure, because his father and mother were staying with them without the proper authorization.

Amnesty International has documented expulsions of this sort, where the authorities were applying regulations that would later be declared illegal. In November 2011, a Council of State decision trashed the so-called “Nomad Emergency”, a state of emergency that violated the law and discriminated against Roma.

But Milanese and national authorities have still done nothing to help those who were affected. Instead, they seem set on going down the same road of forced evictions that has darkened the lives of hundreds of Milan’s Roma, and thousands elsewhere, for a few years.

People like Giovanni could now face yet another forced eviction.

A bulldozer parked just metres from the via Sacile camp is a reminder that the construction works will go ahead, bringing back what must be painful memories of previous forced evictions.

Shacks, mattresses, clothes, dolls and school notebooks were swept up and destroyed. And all this without the authorities properly consultating with the Roma community, giving advance notice, or offering adequate housing alternatives.

“This time, at least we hope they will give us five or 10 days notice”, says Bi, another young man who earns a living by loading and distributing fruit boxes downtown. “If they evict us without notice, I will also lose my job, because I would need to take the day off and I couldn’t explain why to my boss, as he doesn’t know I live in a camp”.

The Roma families at via Sacile only ask for advance notice and a place to stay, much less than what the authorities are obliged to provide for under international law.

They still hope Milan’s Mayor will do the right thing, and suspend the eviction until proper procedures have been followed, with adequate alternatives identified for all the families.

But every night, those families go to sleep in their shacks knowing it may be their last night there, and that the following morning the bulldozer may enter the camp.


자메이카: 경찰의 살인을 묵인하지 않고 맞서 싸우다 / 샤켈리아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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