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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과 함께 인권을 향해 ‘한 발짝 나가기’

학교에 계시는 관리자분들 중에 가끔 청소년들이 인권을 만나는 것에 예민한 반응이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예의 없고 사리분별 안 되는 청소년들이 인권교육을 받으면 권리와 자유만 주장해서 교사들은 더 힘들어져요.”

때로는 경계합니다.

“그거 ‘종북교육’ 아닌가요?”

어느 정도 설득이 되고 나면 마지막까지 당부합니다.

“내 인권만큼 다른 사람의 인권도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인성’교육 잘 해주세요”

권리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이 의무주체가 된 ‘어른’ 세대는 청소년들의 인권교육이 막연하게 두렵기만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 6월 초, 3일에 거쳐 경기도 모 고등학교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인권의 첫인상은 어땠을까요? 무려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인권을 경험한 그 학교는 괜..찮을까요?

공동체 속의 나를 눈뜨게 한 인권에 ‘한 걸음 나아가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한 ‘차이와 차별’ 프로그램을 통해 인권교육을 살짝 엿보기로 합니다.

그림1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인권교육팀은 지난 6/1~3일까지 3일에 걸쳐 부천에 있는 여자고등학교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한 학년 전체가 정규교과 시간을 조정해 인권교육을 위한 시간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에도 큰 준비와 합의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번 인권교육은 학생들의 진로교육 시간을 할애해 진행됐는데, 담당 선생님은 특정한 직업을 소개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권교육을 의뢰하셨다고 했습니다.

인권을 향해 ‘한 발짝 나가기’

<한 발짝 나가기>는 경제수준, 나이, 인종, 교육수준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사회적 지위에 따라 권리 접근 정도의 차이를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역할 쪽지

<한 걸음 나가기> 역할 쪽지

<한 발짝 나가기> 활동방법

(1) 참가자들에게 역할 쪽지를 한 장씩 나눠줍니다. (혼자만 보세요!)

(2) 참가자는 자신이 뽑은 쪽지 속의 인물에 몰입합니다. 쪽지에 적힌 정보 이외에 이름, 가족관계, 출신 국가 등 인물의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해보고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봅니다.

(3) 참가자들은 한 줄로 서서 진행자가 하는 질문에 자신의 캐릭터가 해당할 경우에 한 발짝 나갑니다.

질문

1. 나는 읽고, 쓸 수 있다.

2. 나는 다음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3. 나는 내가 사는 지역 안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4. 나는 내게 필요한 교육과정을 모두 이행했거나, 어려움 없이 교육을 받고 있다. 혹은 앞으로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5. 나는 여가시간이 있거나, 필요하다면 여가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주말, 방학, 휴가 포함)

6. 나는 새로운 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7. 나는 강간 등 성범죄의 위협 없이 밤에 자유롭게 거리를 다닐 수 있다.

8. 만약에 내가 폭행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경찰은 내 말을 들어줄 것이다.

9. 나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으면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

10. 나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고 있거나, 알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 (부당한 대우 예: 임금체불, 채용과정에서 차별,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업장이동 제한 등)

질문은 한 끼의 식사, 교육, 휴식시간, 이동, 결혼 등 우리가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삶을 위해 당연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0개의 질문이 끝난 후, 지체 없이 교실 끝까지 걸어 나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질문마다 갈팡질팡 망설이는 사람, 끝까지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사람까지, 참가자의 출발선은 같았지만 각자 자리 잡은 위치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아마 질문이 많아질수록 참가자들 위치의 격차는 더 커지고, 맨 앞에 있는 사람과 맨 뒤의 사람은 서로의 존재도 의식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죠.

 활동 중인 학생들

<한 걸음 나가기> 활동 중인 학생들

교실에 흩어져있는 위치를 통해 한걸음도 떼지 못한 참가자는 고민 없이 성큼성큼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한 걸음 나가기> 활동이 끝난 후 우리는 앞에 위치한 사람들을 학교 밖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는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내가 한 번도 그 입장에서 고민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엄연히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 나는 지극하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활동이 끝난 후에는 우리 사회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구조에 대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성, 외국인, 청소년 등 특정한 집단에 근거 없는 편견이 차별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무수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로잡지 않으면 나 역시 차별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과 함께 차별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각자의 생활 속에서 고정관념과 편견에 단호하게 맞서기로 약속했습니다.

교육을 통해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인권을 자신의 입장에서 성찰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인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귀한 배움의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시간짜리 교육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이번 교육이 계기가 되어 학생들이 인권에 대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심화 과정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부천 ㅇㅇ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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