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그녀가 나를 노래할 때, 나는 비로소 꽃망울을 틔웠다

*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소식지 2014년 001호 Member Story ‘회원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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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회원 미유(본명 김준희)는 지난해 12월 레터나잇에서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보컬로서 참여했다. ⓒ Private

절망적인 곳에 낭만이 가당키나 할까? 아픔만이 가득할 것 같은 틈바구니 서울역 쪽방촌에서도 미유는 낭만을 노래하는 가수이다. 그녀의 이름에 담긴 힘만큼이나 절망은 밀려나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봄이 온다. 낭만이란, 아픔과 고통을 덮고 애써 외면치 않는 것이라고, 도리어 너와 나의 고통이 얽힘과 설킴으로 매만져지는 그 한복판에서 틔운 만남이라고 말한다.

지난 레터나잇에서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와 함께 미유는 무대 위 그리스의 여신이 되어 신비롭게 빛을 냈다. 올해 ‘쪽방촌 가든파티’를 준비하는 그녀는 언제라도 웃을 수 있다는 듯, 입꼬리에도 잔뜩 설렘을 머금었다. 이 겨울, 봄처럼 핀 한 송이 꽃과의 만남은 참으로 향긋했다.

미유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있나요?

예, 맞아요. 한자로 아름다울 미(美), 있을 유(有)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뜻이에요. 처음에 홍대에서 음악 할 때 나도 하림 오빠처럼 예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우리는 살면서 이뤄 놓은 일들로 가치평가를 받는 편이잖아요. 그런 사고방식에 있다가 ‘존재하는 것 자체로 내가 아름답다’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어요. 신기하게도 제 음악들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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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줄 수 있는 위로는 멀리서 엽서 하나 쓰는 것밖에 없지만, 고통을 함께 느끼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나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 Amnesty International

국제앰네스티에 어떻게 회원으로 가입하시게 되었나요?

제가 활동을 시작한 공간이 홍대에 소울 언더그라운드라는 카페인데요. 아르바이트하다가 제가 쓴 곡으로 무대에 올라가기도 했어요. 그 카페 사장님이 앰네스티 회원이어서 소식지를 자주 들춰봤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사회 참여를 하는 첫걸음으로 앰네스티 회원 가입을 한 거죠. 사실 잘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있었죠.

음악은 결국 삶을 노래하는 것이잖아요. 감정에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회적인 문제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죠.

<편지쓰기 마라톤>도 신청을 해주셨는데 편지쓰기는 어땠나요?

사연을 하나하나 읽어 가면서 엽서를 쓰니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진심으로 쓰고 싶어서 몰두했어요. 군인에게 끌려가서 강간당했던 멕시코의 미리암 로페즈가 기억에 남아요. 한 순간에 어마어마한 일을 겪은 거고 평생 고통에 시달릴 텐데, 제가 여자여서 그런지 그 고통이 너무 가슴으로 느껴졌어요. 제가 줄 수 있는 위로는 멀리서 엽서 하나 쓰는 것밖에 없지만, 고통을 함께 느끼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나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녀와 제가 만나듯 앰네스티를 통해서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거죠.

2월 말에 1집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 하셨는데 어떤 음악인가요?

앨범 타이틀은 ‘삶의 꽃’이고 열 곡 중에 아홉 곡이 사랑이야기에요. 너무 낭만적인 것만 좋아하는 감수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조금 창피했는데 결국 그게 저더라고요. 이 타이틀을 정할 즈음에 목수정 작가의 「야성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오히려 삶에 대한 열정이고, 연애하듯 사는 사회는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앨범 타이틀을 정한 게 꽃은 사랑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봄을 기다리듯이 사랑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꽃이 활짝 폈을 때 즐겁게, 즐기듯 사랑하잖아요. 그렇게 꽃이 피고 지고 사랑도 왔다가 가고 삶의 순리인 것 같아요.

그럼 나머지 한 곡은 어떤 노래인가요?

최근에 쓴 곡인데요. 저와 인연을 맺은 노숙인 아주머니를 위한 노래에요. 2년 전 이맘때였어요. 광화문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걸 보고 다가갔죠. 마주친 눈빛에 경계심과 두려움이 가득했어요. 가끔 용기 내서 찾아가기도 했었는데 한동안 아주머니를 볼 수 없었어요. 그러다 작년 봄에 만나던 사람과 이별도 하고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가슴이 막 무너질 것 같았는데 미국대사관 옆을 지나다 아주머니를 만난 거예요. 무척 반가워서 끌어안고 길 한복판에서 엉엉 울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가 술 먹고 부딪혀서 까진 얼굴로 절 알아봐 주셨어요. “야 너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 말씀에 저는 “아줌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살아있어서 너무 고마워요”라고 말했어요. 그 때 저보다 훨씬 커다란 슬픔을 가진 그녀가 저를 매만져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때의 감동이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병원에 계시는데요. 도움을 어떻게 드려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12일에 ‘이정자 음악회’를 열었어요. 얼마 전에 아주머니 이름이 이정자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하림 오빠와 친구들도 공연을 해주었는데 200만원 정도 후원금이 모였어요. 저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죠. 정말 뿌듯했어요.

뮤지션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처음 음악을 할 때 월드뮤직을 하고 싶어서 외국어 연습을 엄청나게 했어요. 이 때문에 집시의 테이블하고 연결되었고요. 월드뮤직을 하면서 어렴풋이 집시를 동경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집시가 겪는 문제를 들여다보니, 너무 힘들고 아픈 삶이더라고요. 제 인생도 집시랑 닮았단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안정적인 직장과 결혼을 너무 당연한 틀로 세우잖아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20대 내내 저는 삶이 요구하는 곳과 제 기질이 끌리는 곳이 너무 달라서 그 괴리감으로 방황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밑바닥인 삶, 갈 곳 없는 삶의 심정이 뭔지 잘 알아요. 하지만 돌아보면 실패와 기다림만으로 얼룩지진 않은 것 같아요. 그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인생에서 저만의 길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앰네스티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세상 한가운데 조명해주고 힘을 보태는 것처럼 저도 제 노래로 그들의 삶에 절망만이 아니라, 그 속에 꽃 피운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찾아내 주고 싶어요.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

아주머니가 퇴원하시면 가실 곳에 제가 먼저 가보았어요. 서울역의 쪽방촌이라고 하면 굉장히 절망적일 것 같은데 계단 위에 무지개 빛으로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면서 이곳에도 희망이 있구나 싶었어요. 5월쯤 되면 따뜻한 밤에 거리의 천사들과 ‘쪽방촌 가든파티’를 열 예정이에요. 그곳에 계신 어르신 중에는 거친 삶을 사신 분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격식을 갖추고 공연장에 가는 것이 여의치 않잖아요. 그분들을 초대해서 삶의 한 낭만적인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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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세상 한가운데 조명해주고 힘을 보태는 것처럼 저도 제 노래로 그들의 삶에 절망만이 아니라, 그 속에 꽃 피운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찾아내 주고 싶어요.” ⓒ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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