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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의 조건 : 대중문화로 인권보기

Human Rights X Pop Culture(Celebrities)

이 글은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http://svcblog.seoul.kr 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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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는 배트맨도, 슈퍼맨도 막을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슈퍼히어로들도 인권침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벤저스가 전부 다 출동한다고 해도 불가능할겁니다. 이 무슨 아이언맨 뚜껑 열리는 엉뚱한 소리냐 하면, 모두의 보편적인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은 일회적인 액션이나 한 개인의 영웅적인 행동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란 점을 비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렇습니다.

배트맨이나 슈퍼맨이 특정 범죄나 테러, 재난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인권침해 양상은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띄고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외국기업인 P가 지방정부인 O와 계약을 맺고 특정지역 I를 개발하려고 할 때, 지방정부의 경찰들이 I 지역에 평화롭게 살고 있던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으려 한다면 여기에 배트맨이 개입할 수 있을까요? I 지역 주민들은 개발을 원하지도 않고, 보상금도 필요없고, 원래 살던대로 그저 농사나 지으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선주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부 당국은 경제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주민들의 저항을 ‘불법’이라고 손쉽게 규정지을 수 있을 겁니다. 법은 권력을 가진 쪽에 의해 얼마든지 유권적으로 해석되어왔으며, 그런 탓에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들은 ‘불법’이 아닌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집니다. 이런 상황에 배트맨이 끼어든다면 상당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입니다. P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할지, 지방정부의 권리와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개발 사업을 끝내 막을 수는 있는지 혹은 막아야만 하는 것인지, 상당히 복잡한 논의들을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쯤되면 차라리 조커랑 한바탕 붙는게 속시원한 일이 될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볼게요.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재래식 소형화기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AK-47이라는 소총은 대표적인 재래식 소형화기인데, 이러한 무기들은 화학무기나 핵무기 등과 달리 국제적인 규제 없이 거래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싸고 관리하기가 쉬워서 아프리카나 중동 등 주요분쟁 지역으로 손쉽게 흘러들어가는데, 이 무기들이 유발하는 인권침해 사안은 소년병 문제, 강간, 대량학살 등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들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대량학살무기는 핵무기가 아니라 이러한 소형화기들이라 해야 할 정도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무기들은 누군가를 해치고, 위협하고, 강간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무기들이 별다른 규제 없이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것은 제 아무리 슈퍼맨이라도 막을 수 없겠지요. 슈퍼맨이 수십, 수백만 정의 총과 총알들이 거래되는 현장을 모두 덮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인권침해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진부한 얘기지만, 결국 평범한 사람들, 시민들의 관심만이 그 해답입니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혹은 내가 뽑은 정부가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나라라면, 유권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말이 쉽지요? 얼마나 이상적인 이야기입니까. 인권침해를 막는 비판과 감시의 눈을 가진 시민이라니. 우리의 하루하루는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안녕과 미래를 고민하기에도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치열하게 하루를 버텨내는 일상이 반복되는 남루한 현실 앞에서 나와 상관 없는 남,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의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라의 사람들의 인권까지 챙기기란 결코 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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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geous George’

배우 조지 클루니는 이러한 진실-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선 평범한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기로 일찍부터 마음을 먹었습니다.

조지 클루니의 아버지가 기자였던 시절, 온두라스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취재했지만 방송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러자 조지 클루니가 아버지에게 “만약 리즈 테일러가 거기 있었으면 뉴스에 나갔을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조지 클루니가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리즈 테일러가 될테니 아버지는 기사를 쓰세요”

수단 대사관 앞에서 체포되는 조지 클루니와 그의 아버지

수단 대사관 앞에서 체포되는 조지 클루니와 그의 아버지

2013년 3월, 조지 클루니와 그의 아버지는 수단의 민간인 학살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주미 수단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다가 경찰의 통제선을 넘어서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체포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수단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체포되던 순간에도 경찰에게 손을 흔들며 유쾌하게 농담을 던졌지요. “전 브래드 피트에요!” 영화 <그래비티>에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백척간두의 상황에서도 대담한 농담을 던져 상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맷 코왈스키’는 그래서 조지 클루니기에 더 빛나는 역할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비티>와 묘하게 어울리게도, 조지 클루니는 인공위성을 사서 수단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를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수단 다르푸르 대학살은, 홀로코스트 등과 더불어 역사상 최악의 학살로 꼽히는 참극입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민병대 잔자위드(Janjaweed)가 비아랍계 선주민들을 무차별 학살, 약탈, 강간한 다르푸르 대학살로 인해 6년간 최소 20만에서 40만명의 사람이 죽고 250만명이 난민이 되었습니다. 수단의 알-바시르 대통령은 다르푸르 대학살을 주도한 원흉으로 2009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되었지만, 알-바시르는 여전히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을 받지 않고 권좌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다르푸르 학살을 주도한 아랍계 이슬람 수니파 세력으로부터 남수단을 독립시키기 위해 2011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투표가 폭력으로 방해 받지 않도록 위성감시 프로그램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남수단은 한빛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며, 자원을 둘러싸고 분쟁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화약고입니다. 조지 클루니는 남수단에서의 살상, 방화, 강간 등의 모든 인권침해와 전쟁범죄를 종식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http://youtu.be/bxQolGB6Rfs

George Clooney. who else?

 

 

조지 클루니는 종종 게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조지 클루니는 맞다 혹은 아니다로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습니다. 대답을 피하는 이유에 대해 조지 클루니는 ‘자신이 알고 지내는 동성애자 친구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게이라는 사실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편견이 있다면 그대로 두어서는 안돼요”

물론 조지 클루니 말고도 많은 ‘소셜테이너’가 있습니다. 사실 정치적 의견이나 사회적인 발언이 금기시되는 한국의 유명인들에 비해 헐리웃 등 외국의 스타들은 본인들의 신념에 따른 행동과 발언을 하는 데에 있어 적극적이라 이들의 이름을 열거하기란 매우 쉬운 일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안젤리나 졸리 등의 빅스타들이 환경, 빈곤, 난민, 기아, 유아사망 등 다양한 국제사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뜨거운 스타는 바로 영국드라마 <셜록>으로 무명에서 일약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른 베네딕트 컴버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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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파파라치가 극성인 것은 유명합니다. 스타들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팬도 물론 있죠.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들의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적어보였습니다. 유혈사태로 8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진 이집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고,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자료를 넘겨받아 미국 NSA의 정보 도청을 고발한 <가디언>이 영국 정부에 압박을 받자 이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날 찍는 대신) 이집트에 가서 사진을 찍어 세상에 더 중요한 것을 보여달라"

“(날 찍는 대신) 이집트에 가서 사진을 찍어 세상에 더 중요한 것을 보여달라”

"민주주의에서 우리는 질문할 권리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우리는 질문할 권리가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해와 표현이 모두 쉽지 않은 역할을 전담하다시피(ize 윤희성)” 해왔는데, 최근에는 영화 <제5계급>에서 비밀문서 폭로를 통해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를 고발하는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역을 맡아 촬영을 끝냈고, 현재는 <The Imitation Game>이라는 영화에서 역시 실존인물 ‘앨런 튜링’ 역을 맡아 연기중입니다. 앨런 튜링은 영국의 과학자로, 컴퓨터 인공지능(AI)을 창안해 오늘날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2차대전 당시에는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했습니다. 연합군은 당시 독일군의 대포 배치까지 꿰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튜링의 기여 덕분에  “세계대전 종식을 2년 가량 앞당겼다(가디언)”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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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앨런 튜링은 동성애가 범죄 취급을 받던 당시 ‘대단히 점잖지 못한 행위’라는 죄명으로 강제 여성 호르몬 주입을 통해 화학적 거세를 당했습니다. 앨런 튜링은 그로부터 2년 만에 청산가리가 묻은 사과를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동성애 금지법은 1967년 폐지되었고, 영국 정부는 2009년 이 비운의 천재에게 사죄했으며 2013년 12월 24일, 영국 여왕의 사면에 의해 정식으로 사후복권되었습니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범죄화하는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 당한 앨런 튜링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은 것 또한,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의식 있는 배우가 아니라면 맡을 수 없는 배역입니다. 예전에 <어톤먼트>에서 악역을 맡고 극중 자신이 맡은 인물의 부도덕함에 촬영 이후에도 고통을 호소했다는 일화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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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고 억압받는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에 연대하는 스타는 또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 미국드라마 열풍을 몰고 왔던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연을 맡아 ‘석호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었던 배우 웬트워스 밀러도 그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에서는 올해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법을 입법, 적용하여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였습니다. 국가가 대놓고 나서서 성소수자들을 차별하자 이들을 혐오하는 ‘호모포비아’들이 더욱 극성을 부렸습니다. 호모포비아들은 성소수자들을 ‘치료해준다며’ 폭행하거나, 강제로 오줌을 먹이거나, 심지어는 살해까지 하는데 이와 같은 일이 동성애차별법이 생기면서 급증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동성애 혐오를 부추긴 결과, 러시아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집단폭행, 살해 등 혐오공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러시아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우려한 국가들에서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보이콧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러시아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민감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웬트워스 밀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영화제 초청을 거절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며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만한 팬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있는 이야기였지만, 차별받는 러시아의 성소수자들과 본인의 양심을 위한 용기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동성애자를 대하고 다루는 러시아 정부의 현재 태도에 큰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전혀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 양심으로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고 사랑하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조직적으로 거부 당하는 그런 나라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영화제 초대를 거절하는 웬트워스 밀러의 공개서한

러시아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선 틸다 스윈튼

러시아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선 틸다 스윈튼

영화와 드라마, 그 모든 엔터테인먼트는 즐겁기만 하면 끝일까요? 유명 연예인들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표현을 하면 안되나요?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을 뺄 수 있나요? 왜 어떤 스타들은 엄청난 돈을 벌고,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면서도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관심을 갖기를 촉구할까요. 혹시 그렇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스타들이야말로 진정한 ‘슈퍼스타’가 아닐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이 가리키는 ‘달’이 아니라 그들의 ‘손가락’만을 보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 우리는 좀 더 자주, 보다 중요한 뉴스에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연예인 누가 누구와 사귀고 헤어졌는지, 연예인이 뭘 입고 뭘 먹는지 하는 길거리 쓰레기통류의 가십이 아니라, 누군가가 살고 죽는, 진짜 삶이 담긴 뉴스에 대해서 말이에요.

인권을 어떻게 지켜야할지 이제 좀 감이 오시나요? 하던대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를 보세요. 다만 눈 앞에 보이는 세계만이 아닌 우리가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세요. 그리고 나 역시 그들에게 본 적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란 것을,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연대하여 같이 살지 않으면, 아무도 살 수 없다는 것을, 그게 같이 사는 ‘사회’이고 ‘지구촌’이고 우리의 ‘세상’이란 것을. 실은 이 모든게, 생각보다 아주 가깝게 있다는 것을.

강한 힘만이 악을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일상에서 소소하게 행하는 작은 친절과 사랑이 악을 막을 수 있다.

영화 <호빗>에서 간달프의 대사 중

 

중국: 굴리게이나를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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