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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인권 ㅣ 2013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특강

2013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 특강.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인권

2013 인권입문과정의 마지막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홍성수 교수님께서 강연해주셨습니다. 강의는 자기결정권의 기본적인 정의를 살펴보는 것부터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에 대한 쟁점과 해법을 짚어보는 것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자기결정권’이란?

: 헌법상의 권리는 아니고 해석상 인정되는 권리 중 하나로, 개인이 사적인 문제에 대해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자기결정권”은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인간관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자기결정권을 남용했을 때에는 처벌을 받겠지만, 자기결정권 자체는 인권으로서 인정하며 포괄적인 기본권 조항인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헌법 제17조에 근거를 둔다.

헌법 제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자기결정권은 삶의 다양한 영역(결혼, 이혼, 출산, 피임, 낙태 등), 생명(연명치료, 자살, 장기이식 등), 생활방식(머리모양, 복장, 취미생활, 흡연, 음주), 성적 행동(성생활, 성적 지향 등)과 관련하여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 강의에서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성적 행동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와 관련된 자기결정권을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한다.

 

 

* 성적 자기결정권

“각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하는 것”

헌법재판소 판례에 나온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정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할 권리, 상대방을 선택할 권리, 의사에 반한 성적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 성적 수치심을 감내하지 않을 자유, 성생활의 가능성을 국가와 사회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내용으로 한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무한정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의 행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할 때는 제한이 가능하다. 그러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은 명확한 해석이 가능한 반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있어 ‘사회질서’의 개념은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어 해석할 때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다(“동성애는 사회질서에 반한다” 등). 광범위하게 해석되는 ‘사회질서’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 제한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로는 간통, 혼인빙자간음, 성폭력(강간, 강제추행 등), 성희롱 등이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와 동일하다. 인간의 권리는 자기가 인생관을 선택하고 독자적으로 삶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며 내 삶을 스스로 형성하는 것인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행사하는건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인권의 핵심은 ‘나의 인권도 소중하고 너의 인권도 소중한데 그것이 한 사회질서 내에서 어떻게 하면 동시에 최대한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도 인권 문제의 한 부분이다.

 

* 성적 자기결정권 충돌 사례: 간통

 

형법 제241조(간통): (1)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2) 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앞서 소개한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가 나온 것은 다소 의아하게도 간통의 문제였다. 우리가 혼인할 수 있는 권리도 있지만, 혼인한 상태에서 자기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맺을 자유도 성적 자기결정권인가 하는 것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혼인이라는 것은 ‘성관계를 나의 배우자에게만 행사하겠다’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약속인데 그 약속을 깰 수 있는가? 논리적으로 본다면 그것 역시 권리는 맞지만, 문제는 그 권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이다.

ⓒ코리아중앙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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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의 보호법익은 건전한 성적 풍속으로서 성도덕, 일부일처제로서 혼인,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 제도로서의 가정이다. 간통죄와 관련하여 현재 다수를 차지하는 합헌 의견은 이와 같은 간통죄의 보호법익을 내세우며,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보다 간통죄를 사전예방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익이 더욱 크다고 판단한다. 한편, 소수 의견인 위헌 의견은 과잉금지의 원칙[1]을 내세워 간통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배우자가 아닌 자와 간통했을 경우에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책임을 어느 정도로 져야 하는지, 또한 국가의 형벌권을 동원할 정도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간통죄 문제의 쟁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성적 자기결정권 충돌 사례: 혼인빙자간음

 

구 형법 제304조(혼인빙자간음):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삭제되었다. 위헌 판결을 받기 전, 구 형법 제 304조의 존치 이유에 대한 법무부의 주장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①위력/폭력이 아닌 한 상대방의 선택 문제는 국가개입의 대상이 아니고, ②혼전 성관계 자체는 불법이 아니며, ③여성이 속은 후에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여성을 유아시하는 것이고, ④‘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로 보호가 한정되어 있는 것은 남성우월적 정조관념에 기초한 가부장적, 도덕주의적 성이데올로기의 강요라고 볼 수 있음을 이유로 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 현재 구 형법 제 304조 혼인빙자간음죄는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여성계의 입장 변화이다. 기존에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에서는 간통죄나 혼인빙자간음죄를 여성을 보호하는 굉장히 중요한 법으로 여겼으나, 실상은 여성을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여성을 무시하는 황당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90년대부터는 여성부에서 나서서 해당 법을 폐지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보통 여성의 자기결정권,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보호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 한도가 지나쳐서 과도하게 보호했을 때에는 역으로 보호객체를 아주 무능력한 존재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성적 자기결정권 충돌 사례: 성폭력

 

성폭력에 관한 조항으로 구 형법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강간죄라고 함은 ‘정조’를 보호하는 것이었는데, 1995년에 형법 개정에서 여성계는 ‘정조에 관한 죄’ 대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죄’라는 제목을 붙일 것을 요구했지만, 32장은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되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당시의 논의를 통해 처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회자되기 시작했고, 대법원도 “이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행법상 성폭력범죄로는 강간죄, 강제추행죄, 준강간죄,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등이 있으며, 이러한 성폭력범죄의 보호법익으로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 폭행/협박이 수반되는 죄의 경우에는 신체의 건재 또는 의사결정의 자유를 들 수 있다. 미성년자와 관련한 성폭력범죄의 경우 몇 세를 기준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허용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우리 형법은 13~19세의 미성년자에 한해 양 당사자가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 없이 완전한 합의에 이르렀을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형법 개정 이전에는 성폭력범죄의 보호법익을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닌 ‘정조’ 개념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무죄율이 상당히 높았으나, 현재는 사건 전/후와 당시의 정황을 고려하고 강간죄 성립요건 또한 ‘적극적 저항’이 아닌 ‘적극적 동의’를 고려하는 것으로 판례의 경향이 바뀌어가는 중이다.

 

 

* 데이트 강간과 성적 자기결정권

 

폭행·협박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데이트 강간’[2]의 경우이다. 데이트 강간은 사실 대부분의 성폭력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상황이다. 가장 최선의 상황은 자유롭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상대편은 그것을 왜곡 없이 받아들이며 소통이 되는 상황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인데, 아는 사람이 사귀는 과정에서 또는 교류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 데이트 강간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남성중심적 연애문화’를 들 수 있다. 남성은 적극적으로 여성을 리드해야 하고, 그러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이 남성다운 것이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긍정적 호감 역시 성관계에 대한 합의와는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하며, 심지어는 부부나 연인 사이에도 성관계에 대한 거부는 명백히 존중되어야 한다.

 

 

* 성폭력과 위계화된 사회

 

성폭력의 본질적인 문제는 사실 위계화된 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 문제가 다른 문제와 결합될 때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보통 남성이 보통 여성에게 성폭행을 가할 가능성은 항상 내포되어 있으나, 거기에 더해 그 남자가 선배이거나 혹은 직장 상사, 연장자, 소위 말하는 ‘갑’일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격화된다.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에는 다른 경향도 나타나기는 하나(여자 상사가 남자 부하직원을 성희롱하는 경우 등), 여전히 이러한 경향이 대체적이다. 위계가 강한 조직 안에서의 성폭력, 가부장적 부부관계에서의 아내강간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21세기 이전에 있던 청소년 교육의 주된 이념은 ‘순결’이었으나, 점차 금지나 금기의 강조보다는 성적 자유를 책임있게 행사하라는 쪽으로 교육의 방향이 변화·발전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이 ‘나는 지금 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성관계를 맺고 임신을 하는 것은 자유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이 임신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내용이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성적 관계, 타인의 성적 욕구와 권리를 이해하는 관계를 형성해가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영화 중 한 장면.

영화 <오아시스> 중 한 장면.

장애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오아시스>는 장애여성의 삶과 사랑에 대한 편견에 경종을 울린 영화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한 편, 남주인공인 종두 중심적인  연애관계는 장애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화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전에는 장애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타인에 의해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장애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판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 성적 자기결정권의 쟁점과 해법

 

교육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해법이다. 딱딱한 형식의 교육보다는 일상에서 꾸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회성 또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사례를 제공하고 스스로 해결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성폭력 교육이나 반성희롱 교육이나 인권 교육 모두가 결국에는 같은 맥락에 있다. 나의 인권도 소중하고 타인의 인권도 소중한데, 서로간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이냐 하는 것이 바로 성교육의 핵심이자 인권 교육의 핵심이다.

또한 ‘내가 어떻게 스스로 지킬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함께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잘못 재생산되는 왜곡된 이데올로기가 있을 때, 교육에 의해서 교정될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지적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함께 지키는 방법이다. 현재 성희록 예방 교육은 주로 처벌에 대한 내용 위주로 이루어지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함께 대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훈련들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강조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개별적인 현실들을 강력하지만 단순하게 규율하는 측면에서 법과 제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위계화된 사회를 넘어서야 한다. 성폭력은 위계화된 사회에서 더욱 강력한 연쇄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의 자유로운 행사를 위해서는 위계화된 분위기의 타파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우호적 차별의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해결법이 아니고, 오히려 자칫 잘못하면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로막을 수 있다.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하며 여성에게 정조를 강요하고 성적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무조건적으로 강력한 처벌, 강력한 도구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접근법이다.

 

 “

 

여성은 단상(pedestal) 위에 모셔지지만, 그 단상은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는 감옥이 될 뿐입니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여성학자)

 

 

 


[1] 과잉금지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 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 크게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들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2] 데이트 강간은 데이트를 하는 이성간에 여성의 동의 없이 남성이 강제로 행하는 성폭행을 지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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