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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과 사형제도ㅣ 2013 들숨날숨, 인권과 호흡하기 2강

2013 인권입문과정 2강 [생명권과 사형제도] 는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님께서 강의해 주셨습니다.

강의는 사형제 폐지에 관한 논의와 강성 형벌 정책의 문제점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 [사형제 폐지에 관한 논의]

2012년 인권입문과정과 유사한 내용으로 진행됐으니 당시 후기를 참조해 주세요.

http://blog.amnesty.or.kr/6556

두 번째 주제 [‘안전담론’과 강성 형벌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찰]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국가 위협 1순위로 꼽는 것이 바로 범죄위험이다. 그러나 범죄통계를 확인해 보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위험이 실제적인 수준보다 더욱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범죄위험인식이 실제보다 과장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이 신자유주의를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복지적 안전망이 없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언제든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개인들은 나의 성공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욕망이 굉장히 커지게 된다. 대표적인 방해 요인이 바로 범죄. 그래서 국민들은 범죄를 통제하고 제거해 달라고 국가에 요구한다. 신자유주의 국가는 시민의 안정감을 복지가 아닌 형벌로 보전하려 한다.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추구했던 것이 ‘Law and Order’, 즉 법치와 질서였고 법질서 강화를 위해 강력한 형벌을 내리는 ‘무관용 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원래 법치주의는 국가의 권력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발전한 개념이었다. 그런데 현대의 법치 개념은 그 대상을 국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으로 두고 있다. 시민들에게 ‘법을 잘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개인책임의 원리로 작동되고 있다. 성공과 실패가 모두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에서는 범죄의 원인을 사회 구조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범죄자가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것 역시 그 사람 개인의 문제로 보고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 없다. ‘너만 가난하고 억울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잘 사는데 왜 너는 유별나게 범죄를 저지르느냐’고 비난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이 형벌 정책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은 선량한 시민과 위험한 범죄자라는 대립구도를 만든다. 이분법 담론은 끊임없이 특정인이나 집단을 시민사회의 적으로 상정하고 배척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배척되는 집단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통적인 대상이 흉악 범죄자, 서구에서는 무슬림, 한국 사회에서는 ‘종북’세력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안전’을 위해 국가가 어떤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을까?

1. 강력범죄에 대한 강성 형벌정책

전자발찌의 경우 처음 도입되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적용 기간이 5년이었으나, 2년 사이에 30년으로 연장되었으며 소급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도 마찬가지. 성범죄자 신상공개의 문제점은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가 특정 공동체에 머무르지 못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두 처벌 모두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나 연대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점에서 사형과 같은 맥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사회적 갈등과 저항을 통제하는 형법정책

과거, 우리나라는 파업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정치적, 사법적, 사회적 방법들을 동원했다. 형사처벌은 그 중 한 가지 수단에 불과했고 오히려 그 적용범위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2008년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집회 시위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단순 참가자까지 예외 없이, 끝까지 추적하여 형사 처벌하는 방법이 주된 통제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처벌방식이 시민사회에 가져오는 위축효과가 엄청나다. 거대한 형벌권력이 등장한 것이다.

3. ‘공공복지’라는 이름의 저층위 형벌정책

1994년에 뉴욕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는 경범죄에 해당하는 질서위반사범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조치를 취했다. 도시 공공장소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 하에 빈민, 노숙자, 도시 빈곤층, 전위 예술가 등이 희생양이 되었다. 이는 모든 시민을 국가에서 관리하려는 ‘저인망 정책’ 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CCTV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경찰은 현재 거의 모든 CCTV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매우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감시가 매우 용이하다. 사람 얼굴 사진을 입력하면 CCTV 화면으로 검색을 하거나 사람의 행동을 유형화 해서 범죄 행위와 유사한 행위를 하면 CCTV가 자동으로 알람을 가동하는 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 국가가 ‘위험한’ 인물을 상정해 그들에 대한 상시적 감시와 배제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가는 것이다.

이처럼 사형의 문제는 생명권의 문제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는 형벌정책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위험하다고 상정하고, 그를 없어져야 할 존재로 결정하고 온갖 감시, 격리, 배제 시스템 구축해 가는 것이 사형문제에 접근해야 할 진정한 맥락이다.

 

질의응답

Q1. 형벌정책의 강화가 ‘격리와 배제’로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는데, 그렇다면 죄를 짓고 그 처벌로 감옥에 들어가는 것 역시 격리와 배제로 볼 수 있는지.

A. 모든 처벌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처벌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측면을 말한 것이다. 국가가 ‘위험한 사람’, ‘위험하지 않은 사람’을 임의로 나누고 ‘위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순한 처벌을, ‘위험한 사람’에게는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Q2. 재범을 막기 위한 재사회화가 필수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나 외국에서 재사회화가 성공적이었던 사례가 있는지.

A. 사실, 재사회화 정책은 정말 어렵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범죄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은 개인별 맞춤 재사회화 훈련을 하고, 다른 그룹은 가둬두기만 했다. 출소 후 재범률을 비교했는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연구결과만 봐도 바로 ‘범죄자를 위해 왜 세금을 써야 하냐’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성 측면이 아닌 이념적 측면으로 봤을 때, 국가가 범죄자에게 무엇을 해야 하나를 생각해 본다면 재사회화는 복지프레임에서 매우 중요. 그런데 전자발찌 같은 처벌은 재사회화가 아니라 감시가 목적이다. 5년 후 감시가 끝나면 그의 위험성 컨트롤할 기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감시 기간을 늘리자는 요구만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Q3. 처벌을 하고 낙인을 찍음으로써 기득권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형벌정책이 어떻게 기득권을 유지시켜 주는가.

A. 오늘날 국가의 형벌강화가 가장 문제되는 점은 시민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광화문에서 집회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시위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경제생활을 하는 시민들을 방해한다는 것이 주된 근거였다. 이러한 주장에는 정치적 요구는 없고 경제적 논리만 있다. 그리고 시위자들과 ‘선량한 시민’의 대립구도를 만든다. 이런 식의 논리에 의해 이득 보는 건 바로 자본이다.

Q4. 대중매체나 영화 등에서 살해를 복수의 완성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사형제도에 대해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A. 영화의 경우에는 (예술 영역이다 보니) 다양한 표현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언론의 경우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식이 사회 정책을 결정하는 데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언론은 흉악범죄가 일어났을 때 ‘파렴치한 사이코패스가 타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를 저지른다’는 보도태도를 취한다. 이는 범죄의 근본 원인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회 자체를 언론이 가로막는 셈.

문제는 언론이 만들어놓은 환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공론의 장이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는 범죄 사건을 표현할 때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적 방안을 활성화시키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작년에 언론에서 한창 ‘묻지마 범죄’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같은 범죄에 ‘절망 범죄’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학계의 공감을 얻어 등장했다. 어떤 면을 조망하는가에 따라 처벌에 대한 논의의 방향도 굉장히 달라질 것이다.

Q5. 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강력한 처벌에 대한 논의도 많이 유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

A. 회의적으로 본다. 당분간은 처벌방식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 경기 침체에 대한 국가들의 대응은 보호무역주의였다. 새로운 대안적 접근은 아니었다. 아직도 신자유주의는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구나 뇌 과학이나 심리학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람을 재단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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