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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난민법 시행에 대한 우려

ⓒUNHCR/R. Gangale

새 난민법 시행에 대한 우려

김성인(난민인권센터)

새로운 난민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1994년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조항을 신설한 이후 20년 만의 결실이다. 이를 두고 법무부는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이며, 절차와 처우 부분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뤘다며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된 난민법이 갖는 상징성에 걸맞은 핵심적인 부분의 변화와 집행을 위한 준비가 부족해 법무부의 자랑에 마냥 동조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첫째는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경우에만 난민신청이 가능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에 난민신청 의사를 밝히는 경우 강제출국을 당해도 외부에선 이를 파악할 길이 없었다. 환승과정 등에서 난민신청을 했다가 장기간 공항에 구금 당하는 경우도 있었고, 운이 좋게 외부에 연결되는 경우에만 인권단체에서 개입한 경우가 몇 번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을 받음과 동시에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난민심사는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공항만에 있는 출입국공무원의 판단으로 신청을 받지 않는 길을 열어 두었고 이에 대하여 이의신청 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지 않았다. 난민의 권리 중 가장 핵심적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무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둘째는 난민신청자의 처우 부분이다. 난민신청을 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8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난민신청자의 생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지원도 없었다. 법적으로 취업도 금지되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다 단속되어 구금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심사기간이 약 2-3년 정도로 줄었고 새로운 난민법에선 6개월 안에 심사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취업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한 신청 후 6개월 동안은 생계비와 의료, 주거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집행할 예산을 한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난민법이 있어도 예산이 없으면 부도난 어음과도 같다.

셋째는 난민지원센터의 운영이다. 법무부는 인천 영종도에 난민지원센터를 걸립하고 이 시설에 난민신청자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주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난민신청자를 집단 수용하게 되면 전 세계 분쟁과 갈등 요인의 총 집합체가 된다. 박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여 있고, 다양한 종교와 문화적 이질성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있다 보면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억누르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강압적인 통제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의 난민시설에서 폭동과 자살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법무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리적인 측면에서 난민지원센터의 왼편엔 하수종말처리장이 있고 오른쪽엔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 위쪽으로 해양경찰청 특공대가 있어 장갑차가 오가고 사격훈련이 실시되고 있음도 확인하였다. 각종 분쟁과 국가폭력 피해자가 다수인 난민신청자들이 생활할 부지를 헬기의 이착륙 소음과 총소리가 들려오는 부대 주변으로 결정한 과정과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난민지원센터 건립에 133억이 투자되었다. 한국에 난민신청자는 매년 1,000여 명, 난민지원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은 1년에 최대 400명, 센터 운영비는 30억 원 정도이다. 그런데 30억을 들여 400명만 수용하고 나머지 600명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센터 운영비 30억 원이면 매년 난민신청자 1,000명 전체에게 생계비 지원이 가능하다. 이를 알면서도 집단 수용 방식의 센터 운영을 고집하는 법무부의 태도는 난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난민법을 난민관리법으로 변질시킬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난민보호라는 국제적 규범의 당위성에 대한 법무부의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울러 지난 20년 동안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난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문화적 기반 형성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징적인 난민법 시행만으로 난민들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을 인권선진국으로 발돋움 시킬 수 없다. 지금은 난민법을 보완하는 한편 난민의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한 고찰과 난민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하여 사회 전 영역으로 관심의 확대가 필요한 시기이다. 난민 이슈가 소수자 운동 영역이지만 당사자 운동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난민의 입장을 대변할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처럼 소수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에게만 난민 이슈를 맡기기에는 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누려야 할 인권의 무게가 너무 크다.

 

*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소식지 <Amnesty Magazine> 2013년 003호 시론에 실린 글으로서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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