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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표현의 자유 : 4강

* 아래 내용은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강의 ‘노동자와 표현의 자유’를 요약한 것입니다.

  1. 문제제기
  2. 업무방해죄 적용의 현실
  3.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남용문제
  4. 업무방해죄 폐지론

  1. 문제제기

파업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

우리나라 헌법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분명히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는 매우 억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의 파업은 쉽게 불법으로 규정되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인정되고 있다. 이렇게 파업이 불법으로 범죄행위로 인정이 되면 파업현장에 공권력이 투입이 가능해지며 한편으로는 민사적인 차원에서 노동자와 노동간부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해진다. 또한 기업 내에서의 징계조치가 이루어지는 등의 파업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일상적인 활동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가? 

조합활동의 일원으로 사용자측의 방만한 경영이나 비리에 대한 사회고발 혹은 과도한 노조탄압 등에 대한 대응으로 회사내의 유인물 게시 현수막 설치 등의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는 취업규칙에 어긋난다고 해서 업무방해죄로 철저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두 가지에서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알아보자.

파업에 대한 탄압장치로서의 업무방해죄

현행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 1항의 형과 같다.

업무방해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현행형법 제 314조와 같은 포괄적인 업무방해죄 처벌규정은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에는 없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데 일본에서의 경우 업무방해죄는 파업에 대해 사실상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업무방해죄는 애초에 노동운동 탄압의 목적으로 탄생하였다.”

1864년 프랑스형법 제414조는 “임금인상이나 임금인하를 강요할 목적으로, 혹은 산업 또는 노동의 자유로운 수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 폭행, 협박 또는 위계로써 노동의 조직적(공동) 정지의 결과를 발생케 하거나 그 정지를 유지․ 존속케 하거나 혹은 그 실행에 착수한 자는 6일 이상 3년 이하의 구금 또는 500프랑 이상 10,800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한다.”

이 규정을 보면 업무방해죄가 파업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자의 파업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의 업무방해죄는 1864년 프랑스형법에서 일본 형법을 통해 일반적인 위력업무방해죄로 변경된 후 시간이 흐르면서 추상화되는 과정으로 우리나라에 형법에까지 반영되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업무방해죄가 폐지되었고, 일본에서는 위력업무방해죄 조항이 유지되고 있으나 파업에 적용되지 않고 예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위력업무방해죄가 집단적 노무제공거부 방법에 의한 평화적인 파업에도 적용되어 노조간부들을 형사 처벌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우리나라 형법 제 314조인 업무방해죄 적용이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배하므로 개정할 것을 여러 차례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2. 업무방해죄 적용의 현실

파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노동법에서는 파업을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 다수의 결집된 노동자가 사용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현행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력:사회적 권세나 다수의 힘을 이용하는 것

파업은 헌법에서 말하는 ‘위력’개념과 맞아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은 언제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한다. 게다가 파업은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업은 항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서 출발하게 된다.

예외적 허용논리

현행법  “노조법상 파업의 요건을 준수하면 예외적으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파업이 정당한 행위로 판단이 되면 업무방해죄에서 예외로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파업은 일단 나쁘고 범죄’라는 전제가 깔려있고 정당화되는 파업은 아주 예외적인 것으로 풀어가는 형태의 논리구조이다. 이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노조법상 파업의 정당성 요건

-목적의 정당성: 근로조건의 개선목적만 정당하다

-수단의 정당성/찬반투표 등 절차요건의 준수해야 한다.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파업이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위의 요건들은 맞는 말 같아 보인다. 하지만 노조법상 파업의 정당성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법 해석자들은 목적의 정당성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서’ 라면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목적에 관해서는 파업의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나라의 파업은 정리해고의 문제를 가지고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파업이 목적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불법파업이 되는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의 내부적인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수단의 절차준수가 중요한 것이지만 이것이 미흡하다고 해서 파업을 불법화 하는 것은 부당하다. 전국각지 노조가 찬반투표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파업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수단의 정당성은 파업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주게 된다.

마지막 정당성 요건에서는 노조가 파업에서 직장 내 점거행위를 할 경우 바로 불법으로 판단된다.

파업의 정당성 요건이 이렇기 때문에 노조법에 맞는 정당한 파업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파업은 ‘업무방해죄’에서 출발하고 ‘파업은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라고 하면 대부분의 파업은 ‘불법’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불법파업에 해당하는 순간 노조는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고 심지어 준법투쟁도 노조법상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불법적인 쟁의행위로 간주하여 처벌된다. 이렇게 파업이 범죄가 되면 공권력을 투입해서 파업의 현장을 체포, 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2008년 국가인권위 조사자료

2002~2006년에 선고된 제 1심 노동형사사건 중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것이 2,304개로 30.2%차지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피고인의 수 2020명 그 중 무죄선고 된 피고인 수는 23명

-전체쟁의행위 중 파업, 태업, 준법투쟁 등 평화적인 쟁의행위가 49.2%

대부분의 파업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진다. 파업의 핵심은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소극적인 행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평화적인 쟁의행위조차도 업무방해죄로 판단되어 불법으로 간주되기 쉽다.

작년 2011년 3월 17일에 대법원에서 ‘파업은 업무방해죄에서 시작한다’라는 전제가 바뀐 의미있는 판결이 났다.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판례는 제한적으로 업무방해죄를 보았다. 그러나 여전이 이러한 전제가 변경된 판례도 문제가 남아있다.

첫째, 실질적인 위력에 해당하는 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경찰, 검찰 등의 자의적 법 적용과 남용의 위험이 있다.

둘째,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의사를 제압, 혼란케하지 않는 정도의 파업만 하라?

단체행동권의 특성은 노동자들이 사용자측을 집단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사용자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고 한다. 파업의 기본권적인 성격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셋째, 파업의 정당성문제가 ‘위력의 정도’ 문제로만 왜곡되어 버렸다.

법원은 업무방해죄가 너무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서 ‘위력의 정도’를 기준 삼아 제한하려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업무방해죄 처벌의 근본적 문제는?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행사인데 업무방해죄의 범죄행위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은 19세기 단결금지시대의 법 논리로서 당장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외국의 경우 업무방해죄로 파업을 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평화적인 파업 등 쟁의행위는 기본적으로 정당한 기본권행사로 승인되어야 한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있는 경우여야 한다. 업무방해죄는 파업을 그 자체로 불법으로 간주한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파업이 항상 폭력적인 마찰이 있는 것으로 보도하는 것과 달리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평화롭게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것으로 파업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파업현장에서 일부의 노조원들이 사용자와 마찰이 폭력적으로 있는 경우,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라는 파업의 정당성이 불합치되어 파업 전체가 불법화 된다. 이러한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업무방해죄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파업에서의 폭력은 폭력을 사용한 사람만 처벌하고 파업전체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업무방해죄가 있기 때문에 같은 경우에 파업전체가 불법이 되는 구조가 나타나게 된다.

 

3.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남용문제

어마어마한 액수의 손해배상 청구

불법파업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2011년 5월 현재 민주노총소속사업장에서 노동조합측에 청구된 손해배상 총액은 1,582억원이다. 대규모 파업현장에서는 매출손실이 크기 때문에 몇 십 억이 우습게 넘어가게 된다. 사용자 측에서 청구한 금액을 기준을 보면 노조의 존립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이것은 노조의 존립기반을 흔들어버림으로써 노동기본권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결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손해배상은 몇몇 주요 쟁의사업장을 표적 삼아 진행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노조법 제3조 “사용자는 이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노조에게 손해배상 할 수 없다.”

그러나 노조법상의 파업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불법파업으로 이러한 면책규정적용이 불가능하다. 업무방해죄 처벌에서와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대안은 어떻게?

쟁의행위는 그 자체가 기본권의 행사인 동시에 헌법적 질서에서 예정하고 있는 행위이다. 따라서 쟁의행위로 인한 모든 재산적 손해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부정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그러한 행위를 한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또한 노조에 대한 가압류 금지 필요하다.

파업이라는 자체가 사용자에 대한 압박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것을 개인과 개인 사이의 민법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기본권보장의 정신에 맞지 않는 처사인 것이다.

 

4. 업무방해죄 폐지론

우리나라 형법의 업무방해죄의 모태가 되었던 프랑스형법은 사라졌다. 미국의 경우에서도 파업에서의 폭행이나 상해 등을 처벌하긴 하지만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조승수 의원이 업무방해죄를 파업에 경우에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개정안을 올렸고 민변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이 올라갔다. 많은 학자들이 업무방해죄는 필요하지만 파업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도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다. 위의 개정안에서도 노조의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방해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은 어떠한가?

업무방해죄 규정은 본래 노동운동탄압 배경을 가지고 탄생한 법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배경과 정치적인 색채를 띠지 않는 채로 지극히 일반적이 규정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더 폐지하기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 규정을 없애는 것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있는 제도자체를 없애자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다. 범죄를 처벌하는 형법은 사실상 사회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사회적이 갈등을 해결하는 많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형법은 그 중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유일한 해결수단은 아닌 것이다. 파업을 제외하고는 업무방해죄의 사례를 보면 굉장히 사소한 갈등들이다. 사소한 갈등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인가? 일상생활에 작은 갈등들도 모두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이다. 사소한 갈등을 넘어선 심각한 수준의 업무방해는 그것을 처벌하는 또 다른 처벌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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