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리뷰

진실유포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 2강

* 아래 내용은 박경신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강의 ‘진실유포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요약한 것입니다.

# 어느날 갑자기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때문에 통째로 사라진 블로그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한 블로그를 폐쇄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블로그 상당수의 게시물은 북한의 정치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이적표현물’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경찰의 요구에 따라 해당 블로그를 폐쇄하기로 했다. 문제가 되는 게시물만이 아니라 사적인 글까지 통째로 삭제되었다. 그 이유는 일부 글이 북한을 찬양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보여주기 때문에 무관해 보이는 글도 그 ‘저의’가 의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해당 블로그에서 북을 찬양하는 글은 전체 게시물의 30%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자신의 그림, 음악, 가족, 여행, 음식 등 60대 노인의 일상적이고 사적인 내용이다.

 

# 과학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의 삭제된 페이지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은 초등학생은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의 과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반복되는 도전을 통해 어린이의 꿈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어른’의 시각이 개입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화약·폭약 등을 제조하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총포·도검·화학류 등 단속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블로그의 해당 페이지를 삭제했다. 소형로켓 발사에 필요한 화약을 제조하는 방법은 포털사이트에서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학생의 일기를 위험물로 간주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행위는 폭력에 가깝다. 일단 국가기관이 국민의 표현물을 삭제하면서 당사자에게 삭제내용과 이유에 대해 공지하지 않는다. 당연히 당사자는 소명의 기회도 없이 자신의 표현물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당사자가 확인하지 않으면 자신의 표현물이 삭제되었는지 평생 알지못한 채 살 수도 있다.

 

위 두가지 사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위원 중 유일하게 삭제를 반대한 박경신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사례이다. 그는 국가기관이 국민에 대해 이뤄지는 검열의 기준과 절차, 심의결과의 정당성에 대해 토론을 하고자 자신의 블로그에 <검열자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검열자’의 게시물이 검열대에 오르게 된다. 컨텍스트 없는 ‘성기 사진’에 대해 음란물 판정을 내린 방송통신위원회 심의결과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자신의 블로그에 재게시한 것이 ‘음란물’로 규정된 것이다.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난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인권의 이름으로 제정되어 인권침해를 확대하는 명예훼손죄과 모욕죄

“도대체 명예훼손죄는 누구의 ‘명예’를 위한 명예훼손죄입니까”

한국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통해 국가가 대신해서 힘 없는 개인의 명예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른바 ‘신상털기’로 억울한 희생자가 된 ‘~녀’의 사연을 통해 법은 정당성을 확고히 한다. 그렇다면 힘 없는 개인의 인권을 지켜준다는 이 법률에 대해 유엔인권위원회와 국제기자협회(International Press Institute) 등 국제사회가 끊임 없이 폐지를 권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을 보면 실제로 이 법률이 지키고자 하는 명예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다. 2008년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가 명예훼손 사건의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PD수첩의 보도는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을까?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갈등까지 일으킨 이 보도의 제작진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PD수첩과 정봉주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PD수첩의 보도가 허위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가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검찰이 굳이 이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그 말이 사실일지라도 처벌할 수 있는 ‘진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PD수첩의 경우 무죄판결이 났지만, 어느 누구도 PD수첩 제작진이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년에 걸친 재판기간 동안 무수한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은 기소 자체가 가져오는 위축효과를 반증해준다.

 

명예훼손죄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명예훼손화’해서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특히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권력에 대한 감시를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 무고한 불특정 다수의 인권침해를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도 문제이다. 특정회사의 비위생적인 만두 제조과정에 대해 익명보도함으로써 만두제조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은 ‘만두파동’을 떠올리면 된다. 비위생적인 급식을 하는 유치원, 환자를 학대하는 병원, 의뢰인을 속인 변호사 등을 고발할 때 언론사에서는 명백한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익명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 익명보도는 진실을 보도하지 못함으로써 우리사회에 무고한 희생자들을 양산하는 것이다.

 

실제로 명예훼손죄는 대부분의 국민이 아닌 소위 지킬 명예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법률이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로막음으로써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니가 감히 나에게 모욕감을!” 그 주관적 감정도 처벌할 수 있는 나라

 

인권의 이름으로 존재하며 인권침해를 확장시키는 법률이 또하나 있다. 모욕감을 느끼고 고소하면 유죄가 될 수 있는 ‘모욕죄’이다. 모욕감은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즉 자존감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모욕감은 텍스트가 아닌 컨텍스트에서 발생한다. “서울시장감이다”라는 말이 시민들에게는 칭찬이 될 수 있지만, 대선 후보에게 이야기하면 모욕인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모욕감은 지극히 상대적인데, 주관적 자존감에 법적인 효력을 부과한다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강하게 보호받을 것이다. 즉, 법원을 통해 ‘사회적 지위’의 고저를 ‘객관적’으로 지표화하고 ‘가진 자들을 보호’하기 때문에 모욕죄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법률이다.

 

모욕죄는 행위가 아닌, 의견과 감정만을 가지고 처벌이 가능한데 사실 의견과 감정의 표현만을 가지고 법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례를 찾을 수가 없다. 1970년 베트남 전쟁 당시 강제징용을 반대하며 “Fuck the Draft”를 외치며 기소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모욕죄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알 수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특권을 저급한 방식으로 남용하는 것에 우리가 불쾌해할지도 모르지만 이 상황에도 진정으로 근본적인 사회적 가치가 연루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가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그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특정 사상을 억압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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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욕죄의 유래

모욕죄가 존재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독일, 일본, 대만, 한국 단 네 곳뿐이다. 모욕죄의 유래는 한국의 아픈 역사와 함께 한다.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독일의 법을 그대로 수입했고, 일제의 식민지배를 겪으며 대만과 한국 법률에 모욕죄가 유입된다. 독일, 일본, 대만의 경우 모욕죄는 거의 사문화된 법률로, 형량도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은 모욕죄를 통해 벌금 300만원, 징역 1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중세 철학자 존 밀튼을 통해 표현의 자유 개념이 등장한 1600년 보다 200여 년 앞선 1400년대에 세종대왕은 왕을 원망하는 백성을 벌하려 하자 ‘자신의 상황이 피폐하여 왕을 원망하는데, 이를 어찌 벌할 수 있냐’고 처벌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는 표현할 자유뿐만 아니라 표현을 접할 자유도 포함되며, 이는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인권의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법이 우리 모두의 인권이 아닌 ‘누군가’의 인권을 위한 것은 아닌지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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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도 ‘표현의 자유’로 보장할 것인가?

장애인, 성소수자, 특정인종, 종교, 국적자에 대한 비하적인 표현은 명백하게 정신적인 피해를 일으킨다. 국제인권기구는 취약집단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언어와 폭력을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차별금지법의 일환으로 ‘혐오죄’를 도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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