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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은 내 삶이었다: 투쟁으로 승리를 만들어 낸 여성-바니(Vanny)

투쟁 3년 만에 얻은 작은 승리

2011년 8월 11일, 드디어 캄보디아 총리는 벙깍(Boeung Kak) 주민에게 개발 용지의 일부인 12.44헥타르의 땅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벙깍 주민 모두가 강제퇴거에 맞서 싸운 지 3년 만에 얻은 첫 번째 승리였다. 하루하루가 길었던 이 싸움, 정부의 폭력 앞에서 이를 악물고 버텨온 투쟁의 선두에는 캄보디아 여성들이 있었다.

평범한 주부에서 운동가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바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바니(Vanny) ⓒ Amnesty International

#회상1. “삶을 바쳐 마련했던 집”

가난했던 어릴 시절, 학교를 중퇴하고 재활용품을 모아 팔아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학교는 그만 두었지만, 공부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악착같이 영어공부를 했다. 그리고 프놈펜에 있는 레스토랑에 취직할 수 있었다. 결혼 후 시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들여 마련한 땅을 우리 부부에게 물려 주었다. 그곳에서 남편과 나는 아끼며 모아둔 돈으로 집을 세우고 작은 가게를 열었다. 어느 것 하나 우리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던 행복한 삶을 우린 살고 있었다.

#회상2. “벙깍 호수가 사라진다? 거기엔 주민 20,000명이 사는 곳 이라구!”

그때는 몰랐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2007년 어느 날, 캄보디아 어느 곳에서는 벙깍 개발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한다는 그 어떠한 정보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다. 슈카쿠(Shukaku inc.)사가 이곳에 사무실을 짓기 시작한 당일, 그날이 처음으로 정부가 우리에게 개발사업에 대해 알린 날이다.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존재하지 않았다. 강제퇴거의 위협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개발회사는 호수를 메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동을 하고, 낚시를 하며, 아이들이 놀던 평화로운 이곳, 저녁엔 호수 위에 비치는 석양이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호수는 모래로 뒤덮여 가고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20,000명의 주민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공사 전 후의 벙깍 호수 사진, 개발로 인해 아름다운 호수가 사라졌다. ⓒ Amnesty International

#회상3. “8,500달러만 받고 나가라고?”

정부가 제시한 보상금은 8,500달러. 그 돈을 받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 돈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기본적인 서비스도 없는 변두리 지역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을 지를 것이라며 협박하는 경찰과 용역 앞에서 힘없는 주민이 그 제안을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2008년 9월 드디어 강제퇴거에 맞서는 주민연대가 조직되었다. 당시 여러 NGO 단체들과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공사중단요청서를 제출했지만 무참하게 기각되었다. 그곳엔 힘없는 주민을 위한 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눈앞에서 정의는 그렇게 일그러졌다.

#회상4. “투쟁에 동참하다”

캄보디아 강제퇴거의 실상을 알리고 있는 바니 ⓒAmnesty International

2009년 나도 이 저항의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평화시위 중 체포되어 구금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억압이 강제퇴거에 맞선 우리들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나는 다른 지역 대표들과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세계은행 및 캄보디아 공여국 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크레인은 밤낮없이 모래를 퍼 나르고 있었다. 그걸 보며 하루도 쉴 수 없었다. 투쟁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해, 우리는 작은 승리를 만들어 냈다. 훈 센 총리가 벙깍 개발부지 일부를 우리의 주거지로 보장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얻어낸 성과에는 기뻤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다. 총리가 약속한 땅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고, 일부 주민은 보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나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진다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이긴다면, 그건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이건 우리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지금도 같은 문제로 고통 받은 많은 사람을 대신한 투쟁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과정에서 내 권리가 무엇인지 배웠고, 공동체 의식과 연대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얻은 그 작은 승리 뒤에는 수많은 NGO 단체들과 이 투쟁을 기록하고 세계에 알렸던 사람들, 보이지는 않지만, 힘을 보태어 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기든 지든,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항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여전히 행복하다. 캄보디아에서 강제퇴거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난 저 포크레인 앞에 설 것이다. 내 오래된 집을 지키기 위해.

ⓒ Amnesty International

벙깍 지역에서 발생한 강제퇴거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4,000여 가족의 삶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참혹한 사건이었습니다. 집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권리입니다. 그리고 강제퇴거는 그러한 권리를 파괴하는 인권침해입니다.

오늘도 강제퇴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사람은 모두가 존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지금 작은 실천에 동참해 주실래요?

*위 내용은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캄보디아의 퇴거와 저항: 다섯 여성의 이야기(ASA 23/006/2011)』를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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