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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의 재고를 바라는 건의문 (1974)

사형제도폐지는 앰네스티의 오랜 캠페인으로서 앰네스티는 1976년 ‘스톡홀름 선언’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 사형폐지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앰네스티 회원들과 지지자들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UN총회는 2007년 ‘사형에 대한 모라토리움 결의’를 채택했으며  2012년 현재 사형존치국은 57개국으로서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 내 활동 <사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역시 사형제 폐지에 오랜 관심과 활동을 가져왔음을 보여주는 글로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30년 약사(2002)>에 부록으로 실린 글임을 밝혀둡니다.


 

사형제도의 재고를 바라는 건의문 (1974)

 

인간의 생명은 지극히 존귀한 것이므로 마땅히 소중스럽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오늘날 문화국가로 자처하는 많은 나라들이 생명에 대한 외경을 보편적 원리로 받아들여서, 국가의 형벌권에 근거한 인간살해, 즉 사형을 법적으로 폐지하거나 그 집행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대저 사형이란 인도에 어긋나는 원시적 제도입니다. 그것은 이성보다도 복수심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소위 탈리오의 법칙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사형이란 개과천선의 기회를 영영 박탈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비인간적입니다. 오늘날 형벌의 목적이 교화에 있다고 하는 소위 교육형주의가 확립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형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부인이며 교육의 포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흔히 사형이 아니면 중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고 하여 그 일방적 예방효과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벌백계적 위혁도 정치범이나 확신범에 대해서는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극형주의는 오히려 범법을 지능화 흉악화시킨다는 사실이 많은 학자의 연구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한편 사형을 폐지하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극악범이 증가하였다는 증명이 없는 것만 보더라도 소위 일방적 예방론이 근거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릇 인간에 의한 심판이란 항상 오판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사형이 집행된 다음에 그 재판이 잘못이었음이 밝혀진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 과오를 시정할 것입니까. 우리는 이러한 오판의 사례 특히 정치범에 대한 오판의 사례들을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서 발견할 때, 마음이 떨리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는 중에서도 우려되는 것은 특별재판 절차의 경우입니다. 흔히 특별재판에서는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 보장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리하여 피고인에게 자기 방어를 위한 변명이나 입증의 기회마저 부당하게 제한되는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오판의 위험성은 더욱 짙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에게나 한번뿐인 생명을 재판 절차에서 다룰 떄, 더욱 신중하고 소중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긴 역사 속에서 성장해 온 문화민족으로서 그 어느 민족에 못지 않은 정신적 수준을 자부하고 있느니만큼, 이제 그릇된 형벌관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사형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앰네스티 인터내쇼날은 사형의 폐지를 촉구하는 국제적인 운동을 전개해 온 바 있습니다. 우리는 그 정신을 받들어 오늘 다시금 사형제도에 대해 의문과 반성을 제기하면서, 나아가 그것이 입법적으로 시정되거나 적어도 집행단계에서라도 재고되기를 바라는 소망하는 바입니다.

건의사항

  1. 생명에 대한 위해를 범죄로 보는 법률이 사형제도를 용인하는 것은 인도에 반하는 것이므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2.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당장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고한다면, 적어도 사형을 법정형으로 설정하는 법률은 극히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제정되어야 한다.
  3. 사형 처벌 조항이 과다한 기존 현행 법률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사형조항을 대폭 감소시켜야 한다.
  4. 급속하게 사형제도를 폐지할 수 없는 경우에는 판결에서 사형선고를 하지 않거나, 비록 형이 확정된 사형수라 하더라도 그 집행을 보류 또는 사면하는 등의 방법으로 극형을 완화하는 조치가 활용되어야 한다.
  5. 비폭력 정치범으로 검거된 사람에 대하여서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보장된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 피고인의 권익옹호에 필요한 모든 법적 방어수단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 절차가 준수되어야 한다.

입법·행정·사법 당국은 위에 열기한 몇 가지의 건의내용을 깊이 유념하여 인간의 생명이 경시되기 쉬운 요인을 제도적으로 제거해 주시기를 1974년 10월 11일에 본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건의하는 바입니다.

 

1974.10.17

국제정치범주간에 즈음하여

앰네스티 국제위원회 한국지부

이사장 이병린

중국: 굴리게이나를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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