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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오랫동안 남용되어 왔다

샘 자리피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1월 2일 코리아 헤럴드에 기고한 글입니다. 샘 자리피 국장은 “너무나 오랫동안 한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사회에 재갈을 물려왔다. 국가보안법은 인권 기준에 맞게 조속히 개정되어야 하며, 인권기준에 맞춘 개정이 될 수 없는 법이라면 반드시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오랫동안 남용되어 왔다

수사 당국은 ‘김정일 만세’라는 북한 공식 트위터 계정 메시지를 리트윗한 단순한 행위 하나만으로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사회당 당원 박모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씨가 소속된 사회당은 북한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해프닝은 비단 박씨의 사례뿐만은 아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한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사회에 재갈을 물려왔다. 국가보안법은 인권 기준에 맞게 조속히 개정되어야 하며, 인권기준에 맞춘 개정이 될 수 없는 법이라면 반드시 폐지해야 할 것이다.

군사정권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수감되었고, 사법체계 내에서도 고문, 강요에 의한 자백 및 불공정한 재판 등이 횡행했다.

군정 시절이야 과거의 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국정원과 검찰, 경찰은 국가보안법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 특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묵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제인권법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정당한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비판이나 반대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제한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한국 정부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위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국가보안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범죄행위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 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용어에는 “국가를 변란(變亂)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반국가단체”에 가입한 경우는 물론이고, 가입하려 시도한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에서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주고 있다. 사소하고 해가 되지 않는 행위만 해도 당국이 나서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위협하고 탄압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제 7조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에 해당해 체포되었다. 이 조항에 따라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선전했다는 혐의로 유죄가 선고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찬양”, “고무”, “선전”을 정의하는 기준은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3월 21일, 자본주의연구회 회장을 포함한 관계자 3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회장 최 모씨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3월 21일 혐의 없이 풀려났다. 경찰은 회원 12명의 자택을 압수수색, 대안경제체제를 다룬 문서가 포함된 소프트웨어를 압수했다. 경찰은 자본주의연구회의 “행동강령”이 “이적(북한) 행위”라고 보았고, 회장 최씨는 이러한 “이적” 표현물을 인터넷에 게재해 국가보안법 제 7조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현재 당국이 “이적행위”로 간주한 북한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혐의로 다수의 사람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또다른 사례인 참여연대의 경우는 북한과 뚜렷한 노선적 접점이 없는 활동에조차 국가보안법이 남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지난 2010년 6월 11일, 참여연대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공개질의서와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공개질의서에서 남북 양측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떠한 도발 행위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해 6월 1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참여연대를 상대로 국가보안법 제 7조 위반, 즉 “이적행위” 혐의를 갖고 수사에 착수했다.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사건의 경우 언제나 간단명료한 것은 아니어서 판결까지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 동안 실제 수사나 재판, 진정 결과와는 관계없이 단체는 활동 중단을, 개인은 침묵할 것을 강요당할 우려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용도로 국가보안법이 악용되는 사례가 다행히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08년부터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수사, 체포 및 고발이 다시 증가 일로에 있다.

특히 최근 남북관계 변화를 감안할 때 한국 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중대한 안보 우려를 갖고 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가 평화적 논쟁과 정치적인 반대까지 금지하는 법률이 존재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인권을 침해하고 오랜 시간 남용되어 온 국가보안법의 오용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이를 폐지하거나,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맞도록 대폭 개정하는 것뿐이다.

샘 자리피(By Sam Zarifi)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국장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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