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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범법자가 돼야 하나요?”

지난 11월 11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어 헌법재판소에 다녀왔습니다. 제법 쌀쌀한 날씨,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사이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큰 이슈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번 포스팅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헌재 '軍 불온서적 반입·소지 금지, 합헌' 결정

ⓒ재경일보


‘양심적 병역거부’ 무엇이길래.
‘양심적 병역거부’란 병역?·집총(執銃)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 확신하여 거부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병역거부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행해지는데, 태만이나 겁이 많아서가 아니고 전쟁이나 군무일반 또는 특정한 전쟁 및 군무가 자기의 종교적 신조나 정치적 신념 등에 위배 된다고 확신하는 입장에서 행하는 자를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는데요. 로마 제국 시대에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의 정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있었습니다. 또한 257년, 병역거부로 처형당한 북아프리카 청년 막시밀리안의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답니다. 이후 기독교의 여러 종파에서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수 많은 병역거부자가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병역거부자는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로,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집총병역을 거부하여 군형법상의 항명죄로 입건되어 처벌받고 있는데요. 이들의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처벌로 이어져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우리 사회 뜨거운 감자입니다. 특히나 2004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논란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데요. 이 날 뜨겁게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찬반 양쪽 주장의 핵심은 무엇이고 그들의 인권을 위한 앰네스티의 입장은 무엇인지 다음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우리의 존엄성을 ‘죄’로 치부하지 말라.
청구인측 오두진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는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되며, 국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외적?내적 갈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어떠한 대체복무 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현재 900여명이 병역거부로 수감 중이고 이는 전세계 병역거부 수감자의 85%에 달하는 것을 언급하며 대체복무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이하나 변호사도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고 때문에 존엄성이 유지되길 바라는 평범한 젊은이들이 더 이상 죄인 신분으로 살게 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국가안보는 누가 책임지는가?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위한 사익의 침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는데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게 되면 더 많은 이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동조하게 되고 이는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국방부 김방호 군 법무관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최상의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익의 제한은 가능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긴장 상황을 고려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대체복무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추진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고, 국가안보 강화와 병역여건 개선 등 대체복무를 도입하기 위한 대외적 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1% 내외의 특정 종교 신봉자 때문에 입영을 기피하게 되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해야 하나?헌재서 격론’ 기사 바로가기, ‘존엄성 침해 vs 안보에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 격론’ 기사 바로가기)


“범법자? 나는 왜 범법자 입니까?”
국제앰네스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반대합니다. 이들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태만, 겁이 많다는 등의 이유가 아닌 자신의 양심에서 비롯되는 신념에 기반하여 병역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념을 처벌하여 사회에서 영원히 ‘죄인’으로 살게 하는 것은 분명 그들의 존엄성과 인권을 짓밟는 행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평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언제든지 대체복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입니다. 대체복무 도입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라는 이유는 결국 소수자를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또 다른 중요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처럼 보이기만 하는데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그들의 인권과 존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함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 그들의 상황에 대한 공감과 처벌의 부당함에 대한 인식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메이카: 경찰의 살인을 묵인하지 않고 맞서 싸우다 / 샤켈리아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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