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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알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2016년 6월 3일, 세계 최고의 헤비급 챔피언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향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글은 알리를 추모하며 국제앰네스티 법·정책 프로그램 아쉬팍 칼판(Ashfaq Khalfan) 국장이 6월 13일 더 디플로마트(The Diplomat)에 기고한 글입니다. 기고문 원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쉬팍 칼판(Ashfaq Khalfan) 국제앰네스티 법·정책 프로그램 국장

지난 주 치러진 무하마드 알리의 장례식에서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빌리 크리스털은 앞으로도 명연설로 꼽힐 만큼 감동적인 추도사를 남겼다. 물론 우스개소리도 있었다. “무하마드 알리는 아름다웠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운동선수였습니다.” 그는 참석한 추도객들을 가벼운 농담으로 위로했다. “이건 고인이 직접 한 말이었죠.” 하지만 진지함도 없지 않았다.

선수로서의 최전성기에 섰을 때, 알리는 글러브 대신 총을 들고 미국의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전투원이 되는 것은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원치 않는 전쟁에 차출되어야 했던 제 또래의 젊은이들은 수백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알리는 스스로 이에 맞섬으로써 이들을 대변했습니다.” 크리스털은 당시 사건을 이렇게 회상했다.

군 입대를 거부하면서 알리는 미국 정부라는 역대 최고의 강적과 대결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헤비급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여권을 빼앗겼으며, 수많은 비방에 시달렸다. 결국 미국 대법원이 알리의 손을 들어주기 전까지 그는 링에서 자취를 감춘 채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감옥에서 보내야 할 위험에 직면해야 했다.

당시 원치 않는 전쟁에 차출되어야 했던 제 또래의 젊은이들은 수백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알리는 스스로 이에 맞섬으로써 이들을 대변했습니다.”

– 빌리 크리스털, 배우/코미디언

1966년, 알리가 징집 통보를 받은 것과 같은 해, 국제앰네스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련 정책을 명시적으로 채택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란 군 징집 대상이지만 양심 또는 깊은 신념에 따라 복무를 거부한 사람을 말한다.

국제앰네스티는 군복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양심수’라는 입장을 취했다.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양심에 따라 정치적, 종교적 또는 그 외의 신념을 평화적으로 지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감된 사람을 양심수라 칭하고 이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자 국제앰네스티가 창립된 이후 불과 5년 만에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논란이 한창일 당시 알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들 합니다. 감옥에 가거나 군대에 가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죠. 하지만 저는 세 번째 선택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것은 바로 정의입니다.”

지금도 전세계 수백여 명이 세 번째 선택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시작한 이래로 아르헨티나, 키프로스, 에리트레아,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터키, 벨라루스, 그리스, 노르웨이 등의 국가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자들을 기록해 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국가는 한국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되어 있는 국가다.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들 합니다. 감옥에 가거나 군대에 가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죠. 하지만 저는 세 번째 선택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것은 바로 정의입니다.

– 무하마드 알리, 1967년

 

송인호씨는 의무 군복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감되어 있는 한국 남성 540여명 중 한 명이다. 대다수 수감자들과 마찬가지로 송씨 역시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다. (그 외의 사례자들은 다른 종교적 신념, 또는 도덕적, 윤리적, 인도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은 교리에 따라 군복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군사주의를 반대한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래로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것과 법을 준수하는 것 사이에서 원치 않는 선택을 한 신도는 18,000명 이상이다. 이들에게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올해 26세인 송인호씨는 최근 대학을 졸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한번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운명이 결정되어 버린다. 항소를 해도 승소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많은 경우 항소를 포기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출소한 뒤에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사회 주변부로 내몰리게 된다. “저는 태어난 순간부터 범죄자였어요.” 송씨는 수감되기 전 국제앰네스티 조사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감옥에 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한평생이 감옥 생활이었습니다. ”

송인호씨 사진

사진: 송인호씨는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중이다.

송씨의 아버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되려는 송씨를 만류하려 했다.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송씨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공공연하게 멸시받고, 심지어는 폭행이나 고문까지 당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대우를 받지는 않게 됐지만, 여전히 이들은 반역 혐의를 받는 소수집단으로 분류된다.

무하마드 알리가 세상을 떠난 것이 알려지자, 한국인들은 40년 전 ‘스릴러 인 마닐라’로 불리는 경기를 통해 알리가 조 프레지어를 꺾고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한 후 서울을 방문했던 일을 회상했다. 알리는 영웅에게 주어지는 극진한 환영을 받았고, 오픈카의 뒷좌석에 앉아 수도 서울의 시가지를 돌며 군중에게 손을 흔들었다. “미국으로 돌아가서, 투어를 계속하면서 사람들에게 한국이 얼마나 친절하게 맞아줬는지 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유명한 방문객과의 추억을 기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감옥이 아닌 “정의의 선택”이 우선되길 바랐던 알리의 희망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곧 송씨를 비롯해 현재 수감된 수백여 명을 석방하고, 이들의 전과 기록을 말소하고, 이들의 신념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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