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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한 ‘유령집회’

서울 도심에서 집회, 시위는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수천수만의 명이 자신들의 요구를 표현하러 시청 앞에서 모이거나 도로에서 행진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이 길에서는 1980년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 벌어지고, 그 결과는 군부 독재가 전복되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집회, 시위의 자유가 경찰들에 의해 점점 더 제한 받는 걸 보자니 기분이 착잡하다. 특히 지난 2년간 청와대 근처 집회는 거의 전면 금지되었다.

경찰은 집회를 금지하고 차벽과 살수차, 최루액 사용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경찰력 사용의 증가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차벽은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것을 막고 있다.

11월 14일 민중충궐기. [사진 출처: 참세상 김용욱 기자]

2015년 11월 14일 민중충궐기 당시 경찰이 시위대를 차벽으로 막고 물포를 쏘고 있다. ⓒ참세상/김용욱 기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뭔가 긍정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불법”과 “폭력” 프레임을 씌웠다. 뭔가 창의적인 게 절실했다.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고, 집회의 자유는 경찰이 선심 쓰듯이 허락해 주는 특권이 아니라 권리라고 강조하고 싶었다. 이렇게 집회가 많이 금지되는데, 시민들에게 우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2015년 4월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공공 건물 주변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법(“gag law”라고 하는 법)에 반대하는 뜻으로 홀로그램 집회를 했다.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이 홀로그램을 집회를 우리가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집회의 자유가 사라지니 유령을 불러낼 수밖에.

우선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 통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할 유령집회에 유령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을 스튜디오에 오는 것을 환영했다. 사람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와서 크로마키 영상을 촬영하고, 목소리 녹음을 카카오톡으로 보내 주거나, 문자로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 반응은 대단했다. 도착한 목소리와 문자만 130건 이상,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튜디오로 와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구호를 외쳤다.

2월 24일 밤, 서울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의 하나인 광화문.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의 기자들과 시민들이 유령집회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오후 8시 반, 먼 과거의 경복궁 앞에 현대의 기술로 유령이 된 사람들이 등장했다. 큰 투명 스크린에 2주 동안 모아 편집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투사하자 흰 유령들이 막에 나타났다.

한 기자는 홀로그램에 물대포가 등장하지 않아 놀랍다는 반쯤 진심이 섞인 농담을 건넸다. 경찰은 아마도 유령집회 소식을 듣고 곤혹스러워 했던 것 같다. 사실 경찰은 행사 앞서 청와대 앞 유령집회 신고를 금지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장소가 광화문 앞 광장이었다. 경찰은 (유령이 아닌) 인간들이 구호를 외치면 강력히 대처할 거라고 경고했다. 24일 밤, 유령집회 현장에는 여느 집회와 마찬가지로 경찰이 지켜보고 있었고, 이후에 홀로그램을 사용해 시위할 경우 처벌할 방안을 찾는 것 같다.

유령집회 광화문 광장

벌써 많은 다른 국제앰네스티의 지부들이 직접 홀로그램의 집회를 하고 싶다며 관심을 표해 왔다. 창의적 저항의 방법은 많이 늘어날수록 좋다. 그래도 인간 대신에 유령들이 집회를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멈추지 않고 한국 정부에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국제사무국 웹사이트에 기고한 ‘Ghosts Assemble for Freedom in South Korea(영문)’을 번역·편집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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