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저 잡혀가면 도와주세요”_만화가 김보통 인터뷰

세계 여성의 날 페미니즘 머그 제작을 함께 해주신 인기 만화가 김보통님의 작업실을 찾아갔습니다. 진지한 인터뷰로 시작했지만, 끝날 땐 만담이 되고만 <보통의 인터뷰>. 앰네스티를 알고 계셨냐는 첫 질문에 ‘설마 몰랐을까요’라고 말문을 연 그와 인권, 만화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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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간사들이 김보통 작가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사찰’하고 있다는 고백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앰네스티와 처음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후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던 오키나와의 거대한 김밥에 대한 환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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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가 작업의뢰 전화 드렸을 때, 처음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때 <DP> 연재를 끝내고 쉬려고 오키나와에 있었는데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감이) 일주일이면 분명 제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급하다고 하셔서 하기로 했어요. 다른 곳이었으면 고민했을 겁니다. 일단 앰네스티라고 하니 언젠가 내가 잡혀갈 일이 생기면 줄을 한번 대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실제로 <DP> 2부 시놉시스를 (웹툰 담당) PD님께 보여드렸더니 바로 하시는 말씀이 “조사받으시겠는데요” 라고 하셨는데, 앰네스티가 방어막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고도의 전략이 깔려있었군요.

제가 도움이 된다면 먼저 하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만약에 대기업이 일주일 주고 ‘하나 그려주세요’ 했으면 싫다고 했을 거고, 실제로 그런 적도 있습니다. 앰네스티랑은 돈을 안 주셨어도 했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미 입금됐으니까 돌려드리진 않을 거예요. 아쉬운 점은 세계 여성의 날을 위해서 (미리 준비해서)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분명 있었을 텐데, 제안해 주신 걸 두서없이 대신 그린 것밖에 못한 것 같아서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에 미리 얘기 해주시면, 제가 컵 들고 다니면서 팔려구요.

최근 테러방지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의뢰 폭이 좁아질까 봐 우려되지만 앞으로도 소신을 밝히겠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쓰셨습니다.

어쩌면 앰네스티와 같이 작업하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트윗은 하도 지운 게 많아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매번 하는 생각인데, 굳이 테러방지법이 아니더라도 자본과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일이 안 들어올 겁니다.

실제로 있던 일을 취소한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답답하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상을 받고 수상소감으로 지구온난화 이야기도 하고, 선주민 얘기하는 거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자리에서 본인에 대한 이야기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유명한 사람, 평범한 사람보다 더 멀리 목소리가 퍼져나갈 수 있는 사람이 목소리가 작아서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것이 그 사람이 큰 목소리를 가진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처럼.

저는 아직 소심하고, 그래서 트윗도 쓰고 5분 만에 지우지만, 5분이라도 누구라도 봤으면 하는 마음이라서, 다른 사람들도 5분씩이라도 쓰다 보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경계가 점점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심해서 계속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그럽니다. 특히 새벽 3시 4시에는 욕도 썼다가 지우고 그래요.

 

 

작가님이 특별히 관심 있는 사회문제나 인권에 관련된 주제가 있을까요.

그때그때 다릅니다. 아무래도 대부분 인권문제가 그렇겠지만,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고 신경이 쓰여요. ‘힘이 없다’는 게 추상적이지만, 예를 들면 해고노동자이거나, 희귀병을 앓는 사람일 수도 있고, 한 부모 가정일 수 있고, 강간을 당해서 낙태한 여성, 혹은 자신의 선택으로 낙태한 여성일 경우도 있고, 굉장히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있는데 안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청소노동자를 “유령”이라고 하는 글을 본 적 있어요. 분명히 있는데 안 보이는. 회사 다닐 때 한번은 밤을 새우고 회사에서 잤는데 5시가 되니까 불이 켜져서 일어나봤더니 아주머니께서 청소를 하고 계셨어요. 사무실 깨끗한 건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인데, 보이진 않잖아요. 온종일 안보이다가 심야에 밤에 11시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그런 사람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 거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고,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아만자>는 아버지가 암환자셨고, <D★P ‘개의 날’>은 제가 탈영병을 쫓는 입장이었다 보니까 그 사람들의 사정을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상황에서 내적으로 갈등이 있었습니다다. 제가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함으로써 내가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이자 연인이었던 누군가를 쫓아서 기어코 범죄자를 만들어야 했던 죄책감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만화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갈등을 풀어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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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개의 날’>(왼쪽)은 탈영병을 쫓는 헌병에 대한 이야기. <아만자>(오른쪽)는 암환자의 투병에 대한 이야기.

IMG_3228(1)김보통 작가는 아쉬워했지만, 주변 반응은 앰네스티 굿즈 역사상 이례적으로 좋았다.

(잠시 대화를 멈추더니) 잠시만요. 어시님(어시스턴트의 줄임말) 퇴근 시간이 지났습니다! (6시 5분경) 빨리 퇴근하세요. 앰네스티 직원분들이 보고 계신 데 제가 인권유린 할 수 없죠. 저는 절대 야근 없습니다. 강제퇴근입니다.

앰네스티에서 듣고 계시니까… (어시님께) 7분 더 일하셨으니까 7분치 1.5배로 급여 추가 지급하겠습니다. 7분 쳐봤자 몇백 원 안 되겠다..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일하지 마세요. 돈도 많이 못 주면서..

여기서 일하고 싶네요..

 

필명이 ‘김보통’인데요, 국제앰네스티도 캐치프레이즈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변화」라서, 이름 자체가 뭔가 시작점부터 ‘케미’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제 이름을 바꿔야겠어요. 영어 이름을 김앰네스티로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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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면(Amnesty, Kim 만화가)씨가 앰네스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른 NGO나, 해외의 앰네스티 지부들은 유명인들과 많은 활동을 같이 합니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나 버려지는 동물을 도와달라는 이미지는 유명인에게도 좋지만, 인권 활동은 “정치적”으로 보인다는 부담 때문에 한국에서는 유명인 중에 앰네스티 지지자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기업 후원받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면 그 기업으로부터 후원도 받을 수 없는데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 중 이 기준을 통과하는 회사를 찾기가 힘듭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지부는 정말 특히 더 평범한 사람들의 후원으로만 이루어지고 있고, 그래서 더 “보통”이라는 말에 힘이 실립니다. 김보통 작가님이 보통의 앰네스티 회원님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회원분들께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저 잡혀가면 도와달라는 거고.

일본에서도 내 멋대로 고민 상담을 일본판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최근 질문이 ‘나는 너무 실패한 사람인 것 같다. 22살인데 이룬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나는 실패한 것 같고, 자기혐오와 경멸밖에 남은 게 없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질문이 너무 많아요. 제가 답했던 것은, 스무 살에 이룬 게 없는 게 혐오할 일이 아니고, 거꾸로 스무 살에 뭔가 이룬 게 신기한 일이고, 너는 보통이고 세상도 보통인 거다 라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지금 김보통이란 이름을 정했던 것도,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삶이 남들이 볼 때는 특별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는 게 보통인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지은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의식 수준도 달라져야 할 것이고, 복지도 준비되어야 할 것이고, 그런 사회를 바라면서 지은 이름이기 때문에,

앰네스티 회원 여러분들도 지금 싸우고 있는, 투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중에는 전혀 싸움거리가 되지 않는, 그게 보통인 세상이 되어서 다 해산하기를!

그게 앰네스티 궁극의 비전이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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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을 부탁하자 김보통 작가는 그림을 잘 못 그린다며 엄살을 피웠지만, 고독이는 매력 넘친다.

저녁 무렵 인터뷰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그는 이제서야 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역시 인기 만화가의 삶은 한가하지 않았다.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여러 가지 같이 해보고 싶은 기획들이 떠올랐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앰네스티와 김보통의 ‘케미’를 기대해주세요!

김보통 작가의 만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DP>와 <아만자>는 도서로 구매가능하며, 레진코믹스(DP, 내멋고)와 올레마켓웹툰(아만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의!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해 내릴 곳을 놓치거나 길에서 넘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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