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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고문 룰렛쇼”

지난해 필리핀의 한 경찰서에서 ‘고문 룰렛 테이블’이 발견되었다 ⓒAmnesty International

지난해 필리핀의 한 경찰서에서 ‘고문 룰렛 테이블’이 발견되었다 ⓒAmnesty International

숫자로 보는 고문

36

필리핀 행정감찰원이 2013년 한 해 동안 조사한 고문 사례의 수

3

 그 중 기소된 사례의 수

0

 행정감찰원의 조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기소된 사건의 수

69

 경찰이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필리핀 국민의 비율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5

필리핀 고문방지법이 도입된 햇수

‘휠 오브 포춘(Wheel of Fortune)’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퀴즈쇼다. 전세계 50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상품을 손에 넣길 기대하며 룰렛을 돌리고 자신의 행운을 시험해 본다.

하지만 지난해 필리핀 인권위원회가 끔찍한 장소를 발견하면서, 필리핀의 ‘휠 오브 포춘’은 엄청난 악명을 얻게 되었다.

수도 마닐라의 남부 라구나 지역에 위치한 한 비밀 구금 시설의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 퀴즈쇼에 나오는 것과 같은 알록달록한 색상의 룰렛 게임 테이블이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이 룰렛은 상금이나 상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찰관들이 재미 삼아 구금자들에 대한 고문 방법을 고르는 데 사용한 것이었다.

이 시설에 갇혀 있던 구금자들은 한 명씩 차례로 불려 나와 또다른 장소로 끌려갔는데, 이곳에서 경찰관들은 룰렛을 돌리고 결과를 지켜보곤 했다.

예를 들어 ‘30초 박쥐 자세’의 경우, 구금자를 박쥐처럼 30초간 거꾸로 매달아 놓는 것을 의미하며, ‘20초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의 유명 권투선수)’는 구금자에게 20초간 쉬지 않고 주먹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2014년 1월, 구금시설에서 4일간의 고문을 견뎌야 했던 로웰리토 알메다(Rowelito Almeda, 45)는 이 끔찍한 룰렛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그 룰렛을 본 것은 부엌에서였어요. 경찰들은 한 잔 하러 갈 때마다 수감자들을 데리고 나와서는 그들을 대상으로 룰렛을 돌렸죠. 그곳에서 지내던 나흘 동안 저는 거의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다른 수감자들은 감방 밖으로 불려나갔다가 매우 약해진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중 두 명은 17세, 18세였는데, 대마 소지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이었어요. 이들에게도 룰렛이 돌려졌죠. 경찰들은 이들에게 전기충격과 구타를 가하고, 공기총을 발사하고, 다트판 앞에 세워 두고 다트를 던지곤 했어요.”

로웰리토는 필리핀 인권위원회의 구조팀 덕분에 가까스로 고문 룰렛을 피할 수 있었다.

“그분들이 오지 않았다면 다음 차례는 제가 되었을 거예요. 수감자 중 한 명이 제게 ‘타르야도 카나’라고 했어요. 다음 룰렛이 돌려질 대상이 저라는 뜻이죠.”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룰렛 테이블은 종적을 감췄다.

‘고문 룰렛’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 경찰관 10명이 직위 해제되었으나, 이러한 행정적 제재 외에 법정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퀴즈쇼에 등장하는 룰렛 테이블을 이처럼 비열한 용도로 사용한 것은 고문 사용이 지나치게 만연한 필리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당연한 수순’ 

로웰리토는 비밀 구금 시설에서 구조된 수감자 43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경찰서를 나서는 길에 한 경찰관이 헬멧으로 얼굴을 가격하면서 앞니 4개가 부러졌다고 국제앰네스티에 진술했다.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전기충격을 당했다. 경찰관들은 로웰리토의 입에 헝겊을 물리고, 얼굴을 테이프로 두르고 수갑을 채우는 등, 마치 사형집행을 준비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로웰리토는 경찰들이 그를 ‘없애 버릴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다가 이후 그러지 않기로 결정하는 대화 내용도 들을 수 있었다.

국제앰네스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고문은 여전히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경찰에 구금된 사람들은 전기충격과 조직적인 구타, 주먹질, 발길질을 당했고,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거나, 담뱃불로 지져지고, 물고문을 당하고, 비닐봉지로 거의 질식하게 만드는 등의 행위를 마치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당해야 했다.

고문 룰렛에 관련해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필리핀 경찰이 실제로 고문을 가하는 행위를 재미있는 놀이로 여겼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문이라는 극악무도한 행위가 경찰관들에게는 마치 법을 초월한 양, 기소될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행위로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하젤 갈랑폴리(Hazel Galang-Folli)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조사관

5년 전 필리핀에서는 2개의 주요 국제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하고 진보적인 고문방지법을 제정했지만, 수감자들을 고문했던 가해 경찰관들은 징역형에 처해지기는커녕 법정에 선 모습조차 보기 어려웠다. 현재까지 고문방지법에 따라 유죄가 선고된 것으로 알려진 가해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국제앰네스티는 필리핀 경찰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고문 사례로 기소되는 일이 드문 관행이 실질적인 조사 부족과 결부되어, 고문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경찰관이나 그들이 고용한 폭력배에게 보복, 괴롭힘, 협박을 당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감히 경찰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소송을 걸더라도, 과정과 규칙이 불분명하고 일관적이지 못한 관료제적 절차를 수도 없이 거쳐야만 한다. 겨우 예비조사 단계까지 이르게 되더라도 대부분 절차상의 문제로 기각되고 있다.

로웰리토는 구금시설에서 인권위원회에 구조된 이후, 자신이 당한 고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경찰 측에서 합의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로웰리토에게 인권위원회가 그를 대신해 제기한 고문 관련 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하게 했다. 로웰리토는 자신을 구금했던 경찰관이 청부살인을 의뢰했음을 알게 된 후 소송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경찰관이 살인을 의뢰한 사람은 로웰리토의 사촌이었으며, 이러한  계획을 로웰리토에게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성과도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 “법 위에서: 필리핀 경찰의 고문 실태”가 지난달 발표되면서, 필리핀 의회는 국제앰네스티가 밝힌 내용에 관련해 경찰 고문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 참석한 필리핀 경찰 측 대표는 보고서에서 다뤄진 고문 사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으며, 경찰이 고문 중단을 위해 취한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예시를 전혀 들지 못했다.

이에 의회 의장은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를 검토할 것과, 이에 대한 답변을 비롯해 경찰이 고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출할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하젤 갈랑폴리 조사관은 “필리핀에서 고문을 뿌리뽑기란 힘겨운 투쟁이 될 것이지만, 그 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Philippines: The “torture show”

At a Glance  Torture by numbers
36  the number of torture cases investigated by the Ombudsman’s office in 2013.
3  the number of such cases that were referred for prosecution
0  the number of successful prosecutions resulting from investigations by the Ombudsman’s office
69  the percentage of Filipinos who believe the police are corrupt, according to Transparency International
5  the number of years since the Philippine Anti-Torture Act was introduced

The popular game show “Wheel of Fortune” is a global phenomenon. Syndicated across more than 50 countries worldwide, millions have sat glued to their television screens as contestants try their luck with the spin of the wheel in eager anticipation of winning the star prize.

But this time last year in the Philippines, the “roleta ng kapalaran” (wheel of fortune) acquired notoriety with the gruesome discovery made by the Philippines’ Commission for Human Rights.

Tucked in a dark corner of a secret detention centre in the Laguna, a province south of the capital Manila, was a mock-up of the multicolour game show wheel. But rather than spinning for prizes and cash – it was used by police officers to decide how best to torture detainees for their own amusement.

One by one, detainees held in the centre would be taken out of their cells to another area in a secret detention facility where a police officer would spin the wheel and wait for a result.

A “30 second bat position” for example, meant that the detainee would be hung upside down like a bat for 30 seconds. A “20 second Manny Pacquiao” meant non-stop punches for 20 seconds.

Rowelito Almeda, 45, who endured four days of torture in the detention centre in January 2014, says he vividly remembers the terrifying wheel.

“I first saw it in the kitchen. Each time the police went on a drinking spree they would bring some detainees out of their cells and use the roulette wheel on them,” he said to Amnesty International.
In the four days I was there I could barely get up but I saw many detainees being brought out of the detention cells, and when they came back, they were very weak. Two of them were 17 and 18 years old. They had been caught in possession of marijuana. The wheel was used on them. They were given electric shocks, beaten up, shot with a pellet gun and made to stay in front of a dartboard while police threw darts at them.”

Rowelito narrowly escaped the wheel when a team from the country’s Commission on Human Rights came to his rescue.

“Had they not arrived, I would have been next. One detainee told me, ‘Taryado ka na.’ When you say ‘taryado ka na’ that means you’re due for the roulette wheel.”

After it was discovered, the wheel went missing.

An official investigation into its use resulted in ten police officers being relieved from their posts. But beyond this administrative sanction, none of them have been convicted in court.

The despicable use of the game show wheel is emblematic of the all-too-often use of torture in the country.

‘Part of the deal’

Rowelito was among the 43 detainees rescued from the secret detention facility. He told Amnesty International that while on his way out of a police station, a police officer smashed a helmet onto his face, breaking four of his front teeth. Later he was beaten repeatedly and given electric shocks.
Police officers put a rag in his mouth, covered his face with tape and handcuffed him, as though preparing him for execution. He heard the police officers discussing – and later disagreeing—about “finishing him off”.

According to a recent investigation by Amnesty International the practice of torture is still rife in the Philippines.

Detainees in police custody have been subjected to electric shocks; systematic beatings, punching and kicking; striking with wooden batons or metal bars; burning with cigarettes; waterboarding; near-asphyxiation with plastic bags as almost “part of the deal”.

“What is so disturbing about the use of the torture wheel is that it shows how police actually derived pleasure from the torture they meted out. It illustrates how the heinous act of torture has become an activity which police officers carry out as if they are above the law, without any fear that they will be prosecuted,” said Hazel Galang-Folli, Southeast Asia Researcher at Amnesty International.

Despite the Philippines having ratified two key international anti-torture treaties and passed a progressive Anti-Torture Act five years ago, police officers found responsible of torturing detainees hardly ever face the courts, let alone serve time in prison. To date, not one torturer is known to have been convicted under the Act.

Amnesty International believes the lack of effective investigations, coupled with endemic corruption within the police force and the low number of prosecutions in cases of torture, result in a toxic recipe that discourages torture victims from reporting their ordeals.

Few people dare to file a complaint against the police, knowing they risk retribution, harassment or intimidation from officers themselves or hired thugs.

Those who do complain have to jump through a number of bureaucratic hoops where the rules and procedures are unclear and inconsistent. Of the very few complaints that reach the preliminary investigation level, most have been dismissed on a technicality.

After the Commission on Human Rights rescued Rowelito from the detention centre, he said the police attempted to strike a compromise agreement with him, in order to stop him from filing a complaint for the torture he suffered.

The police officers made Rowelito sign a document saying he would withdraw the torture complaint filed by the Commission on Human Rights on his behalf. He only decided to persist with his complaint when he learned that the police officers who detained him had commissioned someone to kill him. That someone turned out to be his cousin, who told him about the plan.

But international condemnation is achieving results. Following the publication of Amnesty International’s report “Above the law: Police torture in the Philippines” last month, the Philippine’s Senate opened an inquiry into police torture in the country at which Amnesty International testified.

At the inquiry, the Philippine National Police’s representative said he had no knowledge of the torture cases described in the report and he could not give concrete examples of any action by the police to end torture.

In response, the Senate Committee Chair required the police to examine Amnesty International’s report and submit their response along with information about programmes instituted by the police to address torture.

“Stamping out torture in the Philippines will be an uphill struggle, but the alternative is simply not acceptable,” said Hazel Galang-Fo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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